먼저 한국 온 언니 영향… 남편·딸 둘과 내포신도시서 ‘오손도손’
통역 봉사, 캄보디아 문화·언어 교육… 결혼이주여성 자조 모임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인구 감소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2020년 사상 첫 ‘인구 데드크로스(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것)’ 발생으로 생산연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마저 우려되고 있다. 충남도는 인구소멸 위기 대응과 지역 경제 활성화, 사회통합 촉진 등을 위해 이민청 유치와 진일보한 이민정책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내포뉴스는 이번 호부터 총 8회에 걸쳐 충남도의 이민정책과 이민자 인권 보호, 도내 다문화가정 지원 현황 등을 전한다.
![자기돌봄연구소 아카이브 품다에서 만난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앙나리 씨. 사진=노진호 기자](/news/photo/202409/32305_38546_4324.jpg)
한국에 온 지 12년, 두 아이의 엄마, 통·번역사, 세계전래놀이지도사…
자기돌봄연구소 아카이브 품다가 ‘이민자를 품다’ 사업을 통해 지난해 11월 펴낸 책에 실린 결혼이주여성 앙나리(35) 씨에 대한 설명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모국인 캄보디아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앙나리 씨를 지난달 24일 충남교육청 건너편에 있는 자기돌봄연구소 아카이브 품다에서 만났다.
앙나리 씨는 캄보디아 캄퐁참이란 도시에 살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어준 앙나리란 이름은 ‘좋은 사람만 만나고 행복한 마음만 받는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앙나리 씨는 “2011년 스물셋에 한국에 왔다. 나보다 5~6년 먼저 한국에 시집온 언니가 한국 자랑을 많이 해 나도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언니가 남편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줬고, 한 달 후쯤 캄보디아에 왔다. 그렇게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니는 전남 화순군에 살고, 사촌 여동생 셋도 한국에 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한국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앙나리 씨는 당진과 순천 등에 살다 2020년 남편 일 관계로 홍성으로 오게 됐으며, 지금은 내포신도시 이지더원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앙나리 씨는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딸만 둘인데 열세 살과 아홉 살”이라며 “새집에 살고 싶어 이사를 했는데 주소는 예산이고, 일은 홍성 쪽에서 많이 해 불편함도 있다. 내포신도시는 좀 애매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대가 컸던 한국행이었지만, 처음에는 힘든 점도 많았다고 한다. 앙나리 씨는 “언어도 음식도 힘들었고, 문화도 매우 달랐다. 캄보디아는 친정에도 많이 가고 남자가 집안일도 많이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며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해 모르는 게 많았다. 바로 임신해 육아와 언어 다 배워야 했다. 처음 2년 정도는 한국어를 잘 몰랐다. 첫째 돌 지나서 공부를 시작했고, 어느 정도 하는 데는 3~4년쯤 걸린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어 “한국에 와서 가장 좋았던 건 깨끗함이었다. 그리고 딸이 태어난 후부터는 모든 게 더 행복했다”고 더했다.
앙나리 씨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난해에는 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캄보디아어(크메르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생기면 또 하고 싶다”며 “홍성에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은 25명쯤 있다. 자조 모임도 있는데 주로 엄마하고 아이들만 온다. 사실 우리도 남편이 안 오면 더 편하고 좋다”고 귀띔했다.
앙나리 씨는 “통역 봉사 등을 하며 쓰레기 버리는 방법도 모른다는 사람도 종종 봤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화와 규칙 등을 배울 수 있는 길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선생님이 집에 찾아가 가르쳐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앙나리 씨는 자기돌봄연구소 아카이브 품다를 통해 펴낸 책을 통해 “앞으로 돈 많이 벌어서 무료 학교, 보육시설을 세우고 싶다. 캄보디아엔 공부도 못하고 가난하게 사는 아이 많다”는 꿈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2년쯤 전에는 아이들을 위한 캄보디아어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현재 청운대학교 글로벌한국어교육학과 2학년 재학 중이다. 앙나리 씨는 “한국어를 잘 가르치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내가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 나도 남들을 도우며 캄보디아를 잘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 취재는 2024년 충청남도 지역 미디어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앙나리 씨가 만든 캄보디아어 교재. 본인 제공](/news/photo/202409/32305_38547_433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