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연대의 힘을 주는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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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10.1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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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훈 시인 시집 ‘고요한 노동’ 출간

정세훈 시인의 시집 ‘고요한 노동’이 푸른사상 시선 198로 출간됐다.

현실의 불평등과 불의, 부조리함에 끊임없이 저항해온 정세훈 시인은 이 시집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를 위한 투쟁의 노래를 부르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을 향한 공감과 연대가 한 줄기 희망으로 다가온다.

1955년 충남 홍성 출생인 정세훈 시인은 17세 때부터 20여년간 공장 노동자 생활을 했다. 그는 1989년 ‘노동해방문학’과 1990년 ‘창작과비평’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정세훈 시인은 제32회 기독교문화대상, 제1회 충청남도올해의예술인상, 제1회 효봉윤기정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인천작가회의 회장과 한국작가회의 이사, 인천민예총 이사장,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 등을 역임했고, 현재 노동문학관 관장으로 있다.

정세훈 시인은 시집 ‘고요한 노동’을 펴내며 “시를 독학할 때부터 시 짓기에 앞서 ‘왜? 무엇 때문에? 어째서? 이 시를 지어야만 하는가’라는 자문과 그에 따른 목적을 염두에 뒀다. 그 자문에 확실 명쾌한 자답을 얻지 못하고, 명확한 목적을 제대로 구하지 못했을 시에는 시를 짓지 않았다”며 “나의 시 짓기는 절대로 시류와 영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사랑하며, 세상을 아파하며, 세상에 희망을 심기 위한, 나만의 시 짓기를 완성하자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 짓기는 항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는 시인과 시의 의무이자 목적”이라며 “시는 결코,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틀에 박힌 문학 공부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신념으로 또 졸 시집을 세상에 내놓는다”고 더했다.

‘살기 위한, 고요한 노동/ 어린 들고양이 인적 끊긴 들녘 풀섶에 잔뜩 웅크린 자세로 숨죽인 진을 치고 앉아 있네 풀섶 가 가시덤불 속 들쥐의 동태를 숨죽여 응시하고 있네/ 죽이기 위한, 고요한 노동.’

이번 시집에 실린 정세훈 시인의 ‘고요한 노동’이란 작품이다. 맹문재 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는 “정세훈 시인은 열일곱 살 때 공장에서 작업하다가 안전사고로 참혹하게 즉사한 동갑내기 동료를 잊지 못한다. 그리하여 노동자를 살리지 못하는 시는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해직 노동자, 산업재해 노동자,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를 위한 투쟁의 노래를 부른다”며 “생이 다할 때까지 노동의 뿌리를 지키겠다는 시인의 시들은 아프고 슬프지만 간절하고 애틋해서 따뜻하다. 인간답게 살아가려고 노동하는 우리에게 위로와 아울러 연대의 힘을 준다”고 말했다.

이병국 시인은 “현실의 불평등과 불의, 부조리함을 끌어안아 집요하게 발언하고자 하는 정세훈 시인은 여전히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착취에 저항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시로써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거의 노동시를 답습하는 방식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시인은 타자를 죽이기 위한 방식을 강제하는 세계의 부조리를 비판하며 더불어 살기 위한 방식으로 공동체적 노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 싹을 키워 봄꽃으로 빛날 날로 잇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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