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교인 알고 봤더니 신천지
가까운 교인 알고 봤더니 신천지
  • 허성수 기자
  • 승인 2020.02.29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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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수
허 성 수
내포뉴스 취재국장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신천지라는 유사기독교의 정체를 폭로하는 언론보도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1984년 이만희가 재림예수로 자처하면서 성경 요한계시록의 ‘새 하늘과 새 땅’을 뜻하는 신천지예수교를 만들었다는 것은 이제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정통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만 신천지가 이단종교로 규정돼 경계의 대상이 되어 왔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일반인들이나 다른 종교계에서는 신천지가 이단이든 사이비든 상관할 바 아니었다. 그냥 하나의 종교로 인식될 뿐 정통성 문제로 기득권을 가진 기독교가 시비를 거는 모습 정도로 보이기 십상이었다. 
 
정통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인간을 신격화한 아전인수식 성경해석으로 기성 교회의 교인들을 미혹하는 이 신흥종교를 용납할 수 없다. 더욱이 신천지는 기성 교회에 침투해 교인들을 미혹하는 수법으로 교세를 급격히 확장해왔다. 기독교 신자들을 포교의 대상 1순위로 삼을 뿐 다른 종교 신자나 비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도는 엄두도 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같은 기독교처럼 보여 처음에 공통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에서 성경이나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접근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도 마찬가지다. 특히 가톨릭은 성경공부나 교리교육을 개신교만큼 열성적으로 시키지 않기 때문에 신앙의 기초가 없는 신자들이 잘 넘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뿌리가 전혀 다른 동양종교나 전통종교를 믿는 사람, 혹은 종교에 무관심한 무신론자들은 접근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큰 부류들을 상대로 무리하는 것보다는 새 신자로 위장해 기성 교회로 들어가 기존 신자들을 꼬드겨 내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4년 전 서울에서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겪었던 일이다. 같은 남전도회 회원이었던 김 집사는 매일 신앙적인 내용으로 격려하는 문자메시지를 여러 교우들에게 보내곤 했다. 그런데 그가 서울 주변 위성도시로 멀리 이사를 가게 되어 집 가까운 교회로 부득이 옮겨야 한다고 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그가 새로 정착할 도시가 너무 멀고 한쪽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이기도 해 몹시 아쉬워하며 그를 보냈다. 

그가 떠난 후에도 매일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예수님과 하나님 이야기를 하면서 용기를 주고 격려를 하는 내용이어서 그냥 부담 없이 받아 읽으며 그의 열정에 늘 감탄하곤 했다. 물론 그가 직접 작성하는 글은 아니었고,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할수록 돼 있는 신앙서적에서 베껴 보내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교회에서 만나 같이 신앙생활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매일 거르지 않고 그것을 보내곤 했는데 자신의 말로는 받는 사람이 무려 100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것을 발신하기 위해 하루 1시간 이상 몰두한다고 해 그의 열정과 신앙인으로서의 사명감에 새삼 놀라곤 했다.

그런데 그가 우리 교회를 떠난 지 1년 만에 나에게 전화를 하면서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너무 반가워 모처럼 식사를 대접할 요량으로 점심시간에 직장 근처로 오라고 했다. 그때 혼자가 아니라 같이 데리고 갈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나와 같은 고향 출신이라고 했다. 소개해 주겠다고 싶지만 나는 썩 내키지 않았다. 그는 굳이 점심시간을 피해 오후 2시로 약속시간을 정해 오겠다고 했다.

약속한 날 그는 약속 시간에 맞춰 내가 근무하는 회사 입구에 정확히 도착했다. 그의 전화를 받고 1층 현관에 나가 보니 2명의 여성이 그의 곁에 같이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주 용모가 단정하고 세련된 옷차림을 한 여성들이었는데 50대로 보였다. 

가까운 카페로 가서 마주 앉았지만 보험이나 무슨 상품을 파는 영업사원임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인사를 하면서 김 집사가 그 중 한 여성을 가리켜 전도사로 소개했다. 나는 소속교회를 물었지만 그녀는 지금 사역하는 교회가 없다고 대답했다. 소속교단에 대해서도 물어보니 합동(장로교의 주류 교단)이라고 했다. “그러면 총신(총신대 신학과)을 나왔겠네요?” 하고 묻는 나의 말에 그녀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어물거렸다. 

그때 옆에 있던 김 집사가 “우리 전도사님이 성경을 아주 잘 가르친다”며 앞으로 같이 성경공부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바로 그들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직접적으로 신천지를 언급하면서 “요즘 이단들이 이런 수법으로 기성 교회 교인들을 미혹한다고 한다. 내가 주일날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하는데 왜 당신들이 뭔데 업무시간에 찾아와서 성경공부를 하자고 하느냐? 혹 신천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호통을 치고 말았다.

그랬더니 옆에 같이 온 여성이 “교회에서 성경을 제대로 가르치나?” 하면서 기성 교회에 대한 비판을 쏟아놓고 자신은 대구에서 1년 전 군포로 이사를 와서 “우리 전도사님 만나 성경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는 식으로 훈수를 했다.

나는 더 듣기가 싫어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다. 결국 두 여자가 사라지고 혼자 남게 된 김 집사에게 신천지에 언제부터 빠졌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신천지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제서야 나는 알게 됐다. 김 집사가 그 동안 매일 보내줬던 메시지는 바로 신천지 교단에서 기성 교회 교인들이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작성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해서 친밀해지면 그 교인을 포섭 대상으로 삼아 ‘잎사귀’에게 보고하고 집중공략을 해 넘어오게 하는 전략이었다. 

잎사귀는 신천지에서 사용하는 은어로 ‘말씀을 전하는 자’를 뜻한다. 바로 그 여자 전도사가 잎사귀였고, 우리 교회에 침투했던 김 집사는 ‘추수꾼’의 역할을 한 셈이었지만 나한테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 후 그의 문자 메시지가 끊기면서 더 이상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아직도 그는 거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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