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맺어진 인연
커피로 맺어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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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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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준(카페푸어 대표)

2012년 커피에 입문하였다.

평범한 직장을 다니던 나는 취미생활로 커피아카데미에 등록하여 커피라는 하나의 문화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커피아카데미에서 바리스타 트레이너로 근무하게 되었다.

커피로 맺어진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커피아카데미에 등록했을 당시 동기 수강생들의 이름과 얼굴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또한, 내가 가르쳤던 수많은 수강생들이 희미하게 스쳐지나간다.

그해 무렵 5월 달 아카데미 강사로 근무하던 어느 날 전화한통이 걸려왔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카페인데 원두를 납품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샘플원두를 가지고 곧장 차를 타고 달려갔다.

그곳에는 사장님으로 보이시는 분과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있었다.

두분께 내 소개를 하고 그라인더 분쇄도 셋팅과 커피추출 셋팅을 시작하였다.

커피라는 것은 무조건 커피를 갈아 추출한다고 좋은 맛을 내는 것이 아니다.

원산지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그 맛을 추출하기위해서는 그라인더 셋팅과 원두의 양을 조절해야한다. 즉, 추출이 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커피를 추출하며, 커피의 특징과 맛, 향 등을 설명을 하고 맛을 보여드렸다.

내가 할 임무는 끝났고, 나는 그 자리를 나와 돌아오면서, 문득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름도 모르고 대화도 없었고, 돌아온 것이 조금 아쉬움이 남아있었나 보다.

몇일이 지나고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번 방문한 카페에서 커피의 맛이 좋다며, 원두를 추가주문을 한 것이었다.

그날은 일요일이라 쉬는 날이었지만, 나는 두말 할 것 없이 원두를 가지고 재방문하였다.

그날 나는 아르바이트생 이름과 나이 연락처까지 받아내고 아르바이트생이 끝나는 시간까지 기다려 저녁도 함께 먹었다.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와서였는지...

그 사람이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이자 나의 아내이다.

나의 아내도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에 관심이 많았다.

카페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심지어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커피로 맺어진 첫 번째 인연은 나의 아내이다.

연애를 할 때는 항상 마지막 종착지는 커피숍이었다.

커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커피 맛이 어떻고, 인테리어는 어떻다.

커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늘상 하는 이야기로 대화가 시작되고 끝이 났다.

지금은 카페를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커피를 시작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이 스쳐갔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하나둘 모여드는 손님들은 전생에 나와, 내 아내와 한번쯤은 만나봤을 인연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단골손님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커피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커피음료는 마시면 사라진다.

하지만, 커피로 맺어진 인연은 오랫동안 남아 있다.

지금의 나와 내 아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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