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맺어진 또다른 인연
커피로 맺어진 또다른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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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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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준(카페푸어 대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커피를 가르치기 전 나 또한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내가 커피 선생님이라고 부르던 그 사람들 또한 커피로 맺어진 인연이다.

오늘은 내가 가르친 수많은 사람들 중, 나의 첫 제자들에 대해 글을 써 내려가려 한다.

2012년 커피에 입문 후 카페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한편으로는 너무 멋있게 느껴졌다.

하얀 와이셔츠에 검정색 정장바지, 세련된 앞치마를 두르고 나면, 나 스스로 ‘앞치마가 잘 어울리네?’ 속으로 생각하곤 했다.

손님들은 카페에 들어서면서 느껴지는 은은하고 달콤하면서 구수한 커피 향에 취하곤 한다.

카페에서 몇 달을 일하고 나면 내성이 생겨서 그런지 매장 안에 풍기는 커피 향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커피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것 같다.

홍석준이라는 이름 석자 뒤에 '바리스타'라는 호칭을 안겨준 커피를 너무나 사랑한다.

커피아카데미에서 바리스타 트레이너로 시작하면서 나의 첫 제자들이 되어준 그 인연은 청소년 아이들이다.

아산에 위치한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처음으로 중학생 아이들과 대면하였다.

누군가를 처음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내가 커피에 대해 가르침을 받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아는 커피에 대한 지식을 커피를 배우러 온 친구들에게 ‘아는 만큼만 가르쳐주자’라를 생각으로 말문을 열었다.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이름은 무엇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 소개가 끝나고, 청소년 아이들 한명 한명 자기소개 하는 시간을 가지며,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어느 학교를 다니고 몇학년인지 나또한 이친구들을 처음 보았지만, 옆에 앉은 짝궁들 또한 처음 본 얼굴들이 아닌가?

분위기가 녹아들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커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내가 아는 커피이야기는 적어도 학교에서 배우던 국,영,수 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은 동화같은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 눈은 투명하고 맑았다.

아이들이 나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가고 실습실 안은 커피향기와 웃음만이 남아있었다.

모든 만남에는 처음이 어렵다.

그 만남을 이끌어주는 매개체가 어떤 소재이냐도 중요하다.

청소년 아이들에게는 처음 커피선생이자 커피 스승은 나였고, 나에게는 청소년 아이들이 첫 커피제자였던 샘이다.

8년이 지난 지금, SNS를 통하여 성인이 된 나의 첫 제자들의 근황을 보곤 한다.

이것이 커피로 맺어진 또다른 인연이다.

...

커피는 마시면 없어진다. 하지만, 커피의 향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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