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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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9 10:2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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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성결교회 이춘오 목사
이춘오(홍성성결교회 담임목사)
이춘오(홍성성결교회 담임목사)

요즘처럼 댓글이 난무하는 시대는 역사 이래 없었을 것이다.

댓글이라 함은 인터넷상에서, 한 사람이 게시판에 올린 글에 대해 다른 사람이 대답의 형식으로 올리는 글을 말한다.

댓글을 통해서 글을 쓴 사람을 격려하기도 하고, 때론 논쟁을 할 수도 있다.

SNS를 통해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지역, 다른 나라의 소식까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정보를 공유하고 열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진 것 같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2019년 가을에만 두 명의 연예인이 목숨을 끊었다. 구하라와 설리다.

젊은 여성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로 인한 사망 소식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구하라와 설리의 자살 이유 역시 위험 수위를 넘어선 여성 혐오와 SNS를 통한 악성 댓글의 폐해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지난번 중국 우한의 교민들이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을 피해 아산 지역, 이천 지역으로 올 때도 엄청난 악성 댓글이 달렸었다.

“거기서 죽지 뭐하러 들어오느냐” “국가의 세금으로 살려줄 필요가 없다” 등등 참 이기적이고 치졸한 댓글이다.

그런데 그 반면에 이런 댓글도 있었다. “그들도 우리 국민입니다, 그들도 우리 가족입니다”

“그들은 내 동생이며 누이며 조카일 수 있습니다”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환영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들도 우리의 가족일 수 있다는 동질감이 국민의 정서를 바꾸어 놓았다. 나 또한 그 문구 하나에 눈물이 핑 돌았다.

최근 홍성지역에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말 한마디가 10만 명 사는 이 지역을 절망으로 만들었다.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뉴스에 엄청난 댓글이 달린다. 잔인하다 싶을 만한 댓글이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무식한 댓글이 있을까 싶어 화가 난다.

4월 달에 잡혀 있던 식당 예약들이 벌써부터 줄줄이 취소되었다.

집을 나서기가 두려워지며 사람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나는 그 분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평범한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며 짐작해 본다.

그 분들이 자주 해외여행을 다니는 분들은 아닐 것이다. 오랜만에 계획을 세워 돈을 아끼고 절약하면서 준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막상 여행을 떠날 때도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을 것이다.

포기하면 위약금도 물어야 하고, 패키지이면 나 때문에 여행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생각에, 댓글의 내용처럼 나만 생각하고, 나의 유희만을 위해 그런 결정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세상 말로 하면 ‘재수 없게’ 걸렸다. 이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게 그렇게 죽을 죄를 저지른 것일까? 수많은 댓글에 난도질을 당해야만 하는가?

재수 없게 질병에 걸렸다면 그분에게도 상처이고 아픔이다.

자신들 때문에 민폐를 끼친 것 같아 정작 본인들은 아파도 아파할 염치도 없다.

그렇다면 그분들에게 욕을 하고,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잘 치료 받고 우리의 이웃으로 건강하게 돌아오도록 따듯한 관심을 가져 주고 응원해 주면 안될까...

그들도 우리의 아빠요 엄마다. 누군가의 소중한 부모님이고 가족이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 현장에서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앞에 두고 수많은 사람들이 돌을 들어 치려 할 때 예수님이 한마디 하신다.

그 한 마디에 수많은 사람들이 돌을 버리고 해산을 한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댓글을 아무리 익명으로 쓴다 해도 말에는 인격이 있는 법이다.

댓글은 그 사람의 수준이고 그 사람의 됨됨이다.

댓글은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소망을 갖게도 하지만, 아픔의 댓글은 한 영혼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이해인 수녀가 쓴 ‘말을 위한 기도’라는 시를 나는 좋아한다.

일부 요약하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좋은 열매로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살아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여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 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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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호 2020-03-19 18:41:22
sns에 글 하나 올리는것도 두려울 때가 많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못하고 극단적 표현으로 비방하는 시대를 살고 있슴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목사님의 말씀이 참으로 귀하게 다가옵니다.
더욱더 배려하는 마음과 이해하는 마음을 갖을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성주연 2020-03-19 16:09:09
목사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악플댓글 부대도 있다고 하는데....코로나19로 서로 민감해져 있는 이때 정말 좋은 댓글로 타인을 배려하고 살리는
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노승연 2020-03-19 15:52:49
우리의 말 한마디 글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기도 누군가에게는 절망이 될수있음을 다시금 돌아봅니다
목사님의 멋진글이 오늘의 감동이되어 저의 삶의 언어를 다시금 돌아보게됩니다
평범한 일상이 너무도 그립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모두 건강하시고 평범한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