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우기”
“해치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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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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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오(홍성성결교회 담임목사)
이춘오(홍성성결교회 담임목사)

“해치우다”라는 말은 ‘어떤 일을 빠르고 시원스럽게 끝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혼자서도 열 사람의 몫을 넉넉히 해치우다’라고 할 때는 그 사람의 능력이 드러나는데 즉, 실력이 있고 자질이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또, ‘불량배들이 선량한 시민을 괴롭힐 때 어떤 의인이 나타나 혼자서 불량배 서너 명을 해치우다’라고 할 때는 그 사람의 용감함과 싸움 실력을 나타날 때 쓰기도 한다.

그런데 때로는 이 좋은 말이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될 때도 있다.

귀찮은 일들을 처리할 때이다.

마음은 없지만 위에서 상사가 시키니 “그냥 빨리 해치우자”라는 식 말이다.

진정성이 없는 상황에서 형식적으로라도 빨리 어떤 일을 끝내버리고 싶을 때도 “해 치우자”라는 마음이 찾아오기도 한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랬다.

처음에는 절기를 지키기 위해서 머나먼 예루살렘을 찾아갔다.

구원해 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고, 떠돌이 생활에서 정착하게 해 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고, 넉넉하지는 않아도 저축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을 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해서 감격하며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해치우기”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하나님께 짐승으로 제물을 드릴 때도 처음에는 흠 없고 점 없는 온전한 것으로 제사를 드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아무거나 드리자는 식으로 “해치우기”가 되어 버렸다.

그 때부터 하나님과의 거리가 멀어졌고 삶은 더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원하셨던 것은 진정성이 담긴 마음이지 시간의 빠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필자가 목회하고 있는 홍성성결교회는 비전센타를 건축 중에 있다.

하루에도 수십여 명의 인부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토목, 전기, 설비, 냉난방 팀들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공정이 아니기에 오랜 기간 작업 중이다.

한 공정 한 공정이 진행되어야 다음 공정으로 이어지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작업들이다.

그리고 여기서 잘해서 인정받으면 다른 현장에서도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책임 있는 시공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일용직은 다르다. 하루 일당을 받는 분들 말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론 어떤 분들을 보면 “시간 때우기” 하는 분들이 눈에 보인다.

이래도 하루 가고, 저래도 하루 가고, 일 더 많이 한다고 일당 더 주는 것도 아니니 성실하게 하지 않고, 틈만 나면 핸드폰을 보면서 게임을 하고 있다.

그런 분들에게 현장은 “하루 해치우기”이다.

문득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일마다 돌아오는 예배를 혹시 “해치우기” 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맡은 사역이나 섬김의 자리를 보람도 없이, 기쁨도 없이, 감동도 없이 그냥 “해치우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직장에서 일하면서 “해치우기”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다시 오지 않는 참 소중한 시간들이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들을 “해치우기 인생”으로 끝나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를 성실함으로 채워가는 날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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