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랜드마크’ 타령?
[기자의 눈]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랜드마크’ 타령?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1.03.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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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은 지난달 개최된 제275회 임시회 2021년 군정업무 보고에서 궁리항~어사항~남당항으로 이어지는 26의 천수만 해안가에 해양 레저 관광기반시설 마련 등 어촌지역 소득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22년까지 101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서 이선균 홍성군의원은 “1000억이 넘는 돈을 쓴다고 언론에만 떠들썩하게 설명이 됐지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맨날 그게 그거'”라며 “쓸만한 관광지 하나 없다”고 집행부를 질책했다. 그는 이어 “여기저기 투자하지 말고 보란 듯이 투자해서 랜드마크 하나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윤용관 의장 역시 “홍성군의 문화관광을 대표할만한 랜드마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며 거들었다.

“홍성은 이제 거쳐가는 도시가 됐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싸한 ‘랜드마크’가 없어서일까? 의원들은 대형버스에 몸을 싣고 오는 외지인들의 관광유인책으로 눈에 띄는 대형 시설물이나 건축물만한 것이 없다고 보는 듯 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과연 이런 공식이 통할까?

그저 반짝 재미를 보고 있는 타 지자체의 대형 토건 구조물이 홍성군에 없다는 것에 대한 초조함이 잔뜩 묻어있다. 코로나 이전 시대에서 한발짝도 못 벗어나 있는 인식이다.

외적인 요소보다 지역주민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좋은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공학 전문가들 역시 팬데믹 시대엔 여행객들에게 눈에 띄는 랜드마크 보다 안전하고 위기관리가 보장된 도시가 조명받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념비적인 단일 건축물이 지닌 가치를 훨씬 상회하는 가치들이 있다. 그 지역이 아니면 체험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일상의 이야기다. 그런 도시는 기억으로 남아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찾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동될 것이다. 인위적으로 완성돼 고착된 대형 구조물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서울의 인사동 골목과 북경의 예술거리 ‘798’은 어떨까? 대구의 김광석 거리나 광주의 펭귄마을은? 거액의 자본을 들여 세운 건물하나 없어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문화공간이 됐다. 이응노 생가기념관 옆 창작 스튜디오 작가들은 차라리 홍성전통시장에 입주했다면 작가와 관객 간 교감의 깊이와 진폭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문화를 향유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역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눈에 띄는 대형 시설물이나 건축물로 지역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그곳’에, ‘그곳 사람들’이 없어 ‘그곳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데 굳이 가야할 이유가 있을까? 구경삼아 한 번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을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은 결국 그곳 사람들이다. 건물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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