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요? 제겐 엄마에요…”
“여기요? 제겐 엄마에요…”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3.18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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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동행] 자랑스러운, 민지
내포뉴스-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연간기획
어린 시절 화재, 외로움… 힘들었던 ‘더불어 살기’
센터서 변화·성장… ‘스스로 살기’ 위해 한발 한발

내포뉴스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함께 오는 11월까지 ‘동행(同行)’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연간기획 제목 ‘동행’에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내포뉴스가, 나아가 지역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편집자 주

두 번째 ‘동행’의 주인공 민지가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앞 벤치에 앉아 미소 짓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두 번째 ‘동행’의 주인공 민지가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앞 벤치에 앉아 미소 짓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사전적 의미로는 미숙한 존재에서 성숙한 존재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인간에게 요구되는 구체적 양상은 ‘스스로 살기’와 ‘더불어 살기’가 될 것이다. 곧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개인적 주체성을 확립하는 것과 사회적 구성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인터넷 녹색 창에 ‘성장’을 검색하니 나온 설명이다. 스스로 살기와 더불어 살기… 두 번째 ‘동행’의 주인공 민지는 어쩌면 이 두 가지 모두를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하 센터)를 통해 알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민지를 센터에서 만난 건 3월의 첫 번째 금요일(5일)이었다. 대학 4학년인 민지는 학과 조교 근무 시작 전 시간을 내 취재에 응했다고 했다.

민지는 “중·고교 시절 남들과 어울리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많이 변했죠”라며 “이젠 대학교 같은 과에도 정말 친한 친구가 있어요. 이름은 비밀로 할게요.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서요”라고 말했다.

아빠와 단둘이 사는 민지의 집은 센터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런 민지가 센터에 오기 시작한 건 고교 1학년 즈음이다.

센터 이윤정 팀장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늘 관계적인 면에서 긴장감이 높고 외로워 보였다”며 “우린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진로·생활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담을 했고, 민지도 여러 가지로 센터에 의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사람의 계속적인 노력으로 민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감정을 털어놓으며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제는 정말 보기 좋아졌고, 제법 어른스러워졌다”고 더했다.

이 팀장은 “민지는 손재주가 매우 좋은 아이다. 애들도 예뻐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빠까지 돌보며 꿋꿋이 커가는 민지는 ‘센터의 자랑’”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젠 센터의 자랑거리가 됐지만, 지난 시간은 쉽지 않았다. 민지에게 유년시절에 대해 묻자 표정이 어두웠다. 그는 “초등학교 때 기억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그날 뿐”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민지는 “5~6학년쯤 ‘해넘이(야간 자습)’를 하고 있는데 어떤 아이가 창밖을 보라고 야단을 떨어 봤더니 어떤 집에 불이 나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집 방향이라 선생님과 가봤더니 우리 집이 불타고 있더라고요. 그 때문인지 초등학교 기억은 다 별로예요”라고 전해줬다.

이날의 상처 때문인지, 평소 느꼈던 외로움 때문인지 몰라도 민지의 ‘더불어 살기’는 잘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그런데 그 숙제를 곁에서 함께 도와준 게 센터 선생님들이었다.

민지는 “센터에는 아는 동생의 권유로 오게 됐어요. 이후 1박 2일 캠프를 한 번 따라가게 됐는데 정말 즐거웠어요”라며 “센터에 오면 늘 선생님들이 잘 챙겨줬어요. 고민 상담도 언제든 받아주고, 진로를 정하기 힘들 땐 방향도 잡아주셨죠”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 1학년 땐 장학금도 받았고, 물품 지원을 받기도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민지가 센터 옆에서 살기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부터다. 함께 사는 아빠는 운수업을 해 새벽이면 일을 나가 한참 어두워진 후에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민지에게 아빠에 대한 원망 같은 건 없었다. 그는 “제가 원하는 건 다 해주는 분이에요. 우리 아빠는…”이라고 소개했다.

민지는 센터를 통해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한다. 센터 내 봉사동아리인 ‘아미소소’를 통해 요양원에 가 어르신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홍성군 청소년참여위원회에 들어가 회장까지 맡으며 충남도 위원회 활동까지 경험했다.

민지는 “어쩌다보니 회장을 맡게 됐는데 사실 선생님 ‘공천’ 덕분이에요. 그렇게 도 위원회까지 하게 됐죠. 정책 제안이 뭔지도 잘 몰랐지만, 조금씩 바뀌어가는 걸 보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어요”라며 “어려웠던 점이요? 위원들이 중·고생이 많으니 모이는 것 자체가 가장 어려웠죠”라고 말했다.

특히 민지는 충남도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을 통해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는 지난 시간 중 가장 좋았던 장면을 묻자 한참을 망설이더니 “처음으로 해외여행에 갔을 때 같아요. 도 위원회 활동의 하나로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중국 상해에 다녀왔죠”라며 “가기 전엔 중국 미세먼지만 걱정했는데 2박 3일 내내 비만 내렸어요”라는 ‘웃픈’ 기억도 전해줬다.

두 번째 ‘동행’의 주인공 민지를 만난 건 3월의 첫 번째 금요일이었다. 사진= 노진호 기자
두 번째 ‘동행’의 주인공 민지를 만난 건 3월의 첫 번째 금요일이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센터를 통해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민지는 ‘스스로 살기’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었다.

민지는 “아직 대학 졸업 후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어요. 후보는 넷인데 ①유치원 교사 ②어린이집 교사 ③바리스타 ④이모티콘 제작”이라며 “3학년 때 어린이집 실습을 처음 가봤는데 잘 맞는 것 같았어요.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 천안 쪽으로 가고 싶어요. 천안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대도시라서 고른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는 현재 혜전대학교 유아교육학과 4학년 재학 중이며, 정교사·보육교사 2급 자격을 갖고 있다. 또 고교 졸업 전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고 한다.

민지는 이번 학기 학과 조교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것이다. 또 남는 시간에는 이미 유치원 선생님이 된 친구들도 돕고, 틈틈이 십자수도 할 예정이다.

민지는 취업과는 별개로 또 다른 꿈이 있었다. 그것은 또 한 번의 해외여행이었다. 그는 “고모가 네 분인데 다 좋았어요. 그 중 두 분이 일본에 사셔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민지에게 센터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민지는 “엄마 같은 존재, 제게 센터는 그래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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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1-03-22 16:07:40
정민지 멋진 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