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죽을 때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칼럼] 죽을 때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5.03 08: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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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 취재국 부장

다음 세상 가져갈 단 하나의 기억은…

‘한줄평’으로 유명한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가 얼마 전 유재석·조세호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에서 던진 질문이다. 이 물음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의 메인 테마이기도 하다.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필자가 선택한 기억은 축구에 관한 아니 더 정확히는 ‘아버지’에 대한 것이었다.

아마도 초등학교 2~3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FC서울이 럭키금성황소축구단이던 시절, 필자의 고향인 충북 청주에 연고를 둔 적이 있다. 토요일인지 일요일인지는 불분명하다. 경기 결과는 기억이 안 나는데 윤상철 선수가 골을 넣었던 것 같다. 사실 이 기억에 스코어는 중요치 않다.

오랜만에 ‘아빠’랑 함께하는 축구 관람에 들뜬 것인지 경기장으로 향하는 도중 횡단보도를 건너다 인도 턱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꽤나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냥 미소 지으며 손을 잡아주셨다. 40년이 넘게 살면서 잡았던 손 중 가장 따뜻했다. 첫사랑의 손도 그렇게 따뜻하진 못했다.

아버지는 2010년 너무나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 처음 알았는데 염(殮)을 할 때 상주가 그 얼굴을 감싼다. 그렇게 따뜻한 손을 가졌던 그의 얼굴은 얼음처럼 아니 빙하보다 더 차가웠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부고(訃告)보다 더 무서운 것은 부재(不在)란 것이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가슴 한편에 커다란 구멍을 냈고, 그 구멍에서는 시시때때로 슬픔과 그리움이 흘러나온다. 날이 너무 좋을 때도, 비 냄새 가득한 꿀꿀한 날에도, 자주는 아니지만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삶이 너무 버겁게 느껴질 때도 그 구멍에서는 아주 못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5월에는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17일), 부부의 날(21일) 등이 있다. ‘가정의 달’이라 그런 건지, 이런 날들 때문에 가정의 달이라 그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주위의 사람들, 나를 기억해주는 인연들을 살펴야 하는 때인 것이다.

1000명의 죽음을 마주한 호스피스 오츠 슈이치가 쓴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란 책이 있다. 사람들이 죽을 때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한다. 필자도 참 많이 후회하고 있다. 스펀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지만, 더는 볼 수도 부를 수도 없다. 물론 고맙다는 말도 전할 수 없다.

지금 당신의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그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이별이란 등 뒤의 유령과 같아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른다. 여러분의 가정의 달이 의미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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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2021-05-03 20:33:17
"등 뒤의 유령과 같아서"라는 문구도, "그 구멍에서는 시시때때로"라는 글귀도 ... 아리지만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