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의 대학생, 대전의 바리스타… “5년 후 우리죠”
평택의 대학생, 대전의 바리스타… “5년 후 우리죠”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5.20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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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동행] ‘학교 밖’에서 꿈꾸는 현진이와 다희
내포뉴스-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연간기획
학교 밖 청소년 위한 지원 프로그램 ‘다채’
현진·다희 지난해 11월 고교자퇴 후 센터에
검정고시 준비… “우리 같은 아이들 많이 오길”

내포뉴스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함께 오는 11월까지 ‘동행(同行)’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연간기획 제목 ‘동행’에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내포뉴스, 지역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편집자 주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네일아트 수업. 사진=노진호 기자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네일아트 수업. 사진=노진호 기자

초·중·고교나 대안학교 등 정규교육과정을 마치기 전에 학교로부터 제적을 당하거나 퇴학·자퇴·유예·미취학·미진학 한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의 정의다. 국내 학교 밖 청소년은 50만~60만명 정도로 추정되며, 현재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하 센터) 전산망에 등록돼 있는 인원은 60명이다.

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검정고시 지원 △사회진입(자격증 취득) 지원 △직장 체험 △자기개발 프로그램 △상담 △교통비(세상소통카드) 지원 △급식 지원 △건강검진(홍성의료원) 지원 △차량 운행 등을 하고 있다.

센터 꿈드림팀 김용주 팀원은 “직장 체험의 경우 관내 학교 밖 청소년 우호 업체를 발굴해 센터에서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자기개발 프로그램은 네일아트와 로봇 코딩 교육, 배드민턴 등이 있는데 자연스럽게 자격증 취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힘든 건 아이들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이다. 방문 약속을 한 후 당일에 못 온다고 하거나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여기서 만난 모든 아이들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한 다문화가정 남자아이를 잊을 수 없다. 사람 눈도 잘 못 마주치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어엿한 직업을 갖고 잘 살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센터를 찾은 건 지난 11일이었다. 센터에 가니 네일아트 수업이 한참이었다.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려 아이 두 명을 만났다.

박현진·정다희(이상 가명) 양은 지난해 11월 고등학교를 그만뒀다. 둘 다 자퇴의 원인은 ‘외로움’이었다고 한다. ‘학교 밖’ 생활에 대해 물었다.

현진이는 “집에서 엄마 일도 돕고 하는 건 좋은데 좀 게을러진 것 같아요. 물론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있죠”라고 말했다. 다희는 “학교에선 정해진 시간표대로 따라가면 됐는데 이젠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아요. 또 자퇴에 대해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신경 쓰이고요”라고 전했다.

둘은 자퇴 후 거의 바로 센터를 찾았다. 현진이는 아는 이모의 추천으로, 다희는 현진이의 제안으로 함께 오게 됐다. 이들은 오는 8월 치러질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현진이는 “센터에 오니 참 좋아요. 여기서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죠”라며 “사실 인터뷰가 좀 두렵기도 했지만 우리 같은 아이들이 많이 오면 좋을 것 같아 응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다희는 “보통 오후 1시반쯤 와서 저녁 6~7시쯤 센터 차를 타고 집에 가요. 월·목요일엔 로봇 코딩, 화요일엔 네일아트 수업을 들어요. 검정고시 준비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현진이와 다희에게 학교는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학교 밖의 아쉬움도 있었다. 둘은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없는 게 아쉽죠”라며 “아! 교복을 못 입는 것도 섭섭해요”라고 전했다.

‘대전의 바리스타’, ‘평택의 대학생’. 현진이와 다희가 내다본 5년 후 본인들의 모습이다.

현진이는 “대전에는 이모도 있고, 엄마 고향이기도 해요. 아마 거기서 바리스타를 할 것 같아요”라며 “사실 유아교육과 진학도 고민 중이에요. 양쪽 다 쉽진 않겠지만요”라고 귀띔했다.

다희는 “평택에는 오빠가 살아요. 자퇴를 결심할 때도 오빠와 올케 언니의 응원이 힘이 됐어요”라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심리학과에 가고 싶어요.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 심리상담사가 꿈이에요”라고 말했다.

학교 밖’은 부적응이나 실패가 아니라 또 다른 ‘선택’이다. 현진이와 다희도 국어 수업을 기다리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교복 매무새를 신경 쓰던 ‘학생’이었다. 단지 더 행복하기 위해 ‘학교 밖’을 선택한 것이다. 학교 담장 안이든 밖이든 모든 아이들이 꿈꿀 수 있길 바란다.

지난 11일 센터에서 만난 현진이와 다희(이상 가명).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 11일 센터에서 만난 다희와 현진이(왼쪽부터·이상 가명). 사진=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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