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잘못된 통계가 가리는 농촌의 현실
[칼럼] 잘못된 통계가 가리는 농촌의 현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6.07 08: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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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우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팀장

지난 4월 위기에 처한 농촌‧농민‧농사 문제를 다루기 위해 충남 홍성에서 공익법률센터 농본(이하 농본)이 출범했다. 앞으로 지역의 농촌과 농민 문제를 본 지면을 통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지난 5월 26일 경향신문에 ‘코로나 와중에도 농어촌 소득 늘어난 까닭’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재난지원금, 직불금 등 이전소득과 농업소득이 증가해 전체적으로 농가 소득이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농업소득은 전년 대비 15%나 증가했다. 그 외에도 평균자산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농가의 ‘경제적’ 상황은 좋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이 그런가. 농업소득은 1994년 처음으로 1032만 5000원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후 27년간 평균 농업소득은 약 1000만원이다. 기사가 주는 느낌과는 다르게 30년간 제자리걸음이다.

한때 ‘반농반X로 살아가는 법’이라는 책이 화제였다. 책은 다양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반은 농부로, 반은 또 다른 직업(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농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나라 겸업농은 꾸준히 증가했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전업농가 수가 전 연령대에 걸쳐 65%에서 55%로 감소하는 동안 2종 겸업농가(겸업농가 중 농업 총수입이 농외수입보다 적은 농가)는 같은 기간 18.6%에서 29.2%로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70대 미만 농가에서는 겸업농가 비율이 증가했고, 70대 이상 농가에서는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농사만으로는 충분한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농민이 체감하는 현실과 괴리된 통계가 또 있다. 농본은 기후위기에 따른 지역 농산물 생산량 감소에 대한 조사‧연구 중인데 현재는 지역의 벼 생산량에 주목하고 있다. 벼의 경우 축산을 제외하면 농민들의 가장 큰 수입원으로, ‘기후위기~농산물 생산량 감소~농민의 생존’으로 이어지는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0년 기나긴 장마 등 기후변화로 인해 지역 농민들은 지난해 벼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실제로 필자가 농사를 짓고 있는 마을에서는 수확할 만큼의 이삭조차 맺히지 않아 벼 수확을 포기하는 농민도 있었다. 반면 통계청은 올 초, 지난해 쌀 생산량이 5.9%(10a당 생산량)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홍동농협을 통해 제공받은 수매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홍동면 친환경 벼 생산량(면적당 생산량 기준)은 2019년 대비 23% 감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홍성 전체에서 16개 필지를 조사해 홍성에서는 쌀 생산량이 9% 줄었다는 결과를 발표한 통계청과 농림부는 어떤 ‘현실’을 보고 있는 것일까?

통계는 정책의 기초가 된다. 최근 전국적으로 논의가 진행됐던 농민 기본소득도, 농민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통계가 없어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농촌과 농민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통계자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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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2021-06-15 13:59:45
알맞은 지적 같아요. 농촌이야기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