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멀고도 험한 ‘학교 가는 길’ 이야기
[칼럼] 멀고도 험한 ‘학교 가는 길’ 이야기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6.14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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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옥 홍성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 팀장

영화 ‘학교 가는 길’은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연기자가 아니라 실제 인물들인 것이다. 이들은 모두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어머니로 영화에 나오는 대사와 몸짓, 눈물은 연기가 아니라 실제의 삶이기에 우리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2017년, 서울 강서구에서는 서진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격렬한 토론회가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의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장애인특수학교 설립 행정예고를 하자, 지역주민들은 반대했다. 영화에 나오는 지역 주민들은 “쇼하지 마라”, “장애인 나가”, “주민들은 원치 않아” 등의 고성을 질렀고, 토론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러자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눈물로 호소했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은 바로 그날의 토론회에서 일어난 사건을 시작으로 서진학교가 개교하기까지 험난했던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내 아이를 위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욕을 들어야 했고, 비협조적인 지자체에 항의하기 위해 찬 바닥에서 아이들과 잠을 자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위해 투쟁했다.

‘서진학교’ 효과는 스크린 밖으로도 이어졌고, 현재 전국 22곳에서 특수학교를 짓거나 계획 중에 있다고 한다. 여전히 반대 의견이 심한 지역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특수학교 설립 소식에 환영하며 동의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2017년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무릎까지 꿇었던 어머니들의 모습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큰 힘이 됐다.

홍성군과 예산군의 장애 학생들을 위해 2019년부터 추진됐던 가칭 내포 ‘꿈두레 학교’가 2022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우리 지역 장애 학생들은 인근 보령과 아산까지 왕복 2시간의 통학을 해야 했으나 내년부터는 지역민들의 도움과 장애인식의 변화로 가까운 특수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충남은 전체인구의 5.1%인 13만 4000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육의 의무와 권리가 있는 나라이다. 장애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있어야 하고 그들은 배워야 하며 자립의 기회를 받아야 한다. 또 우리는 장애 학생들이 가까운 곳에서 편안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많은 스트레스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꿔 내 아이만 혹은 내 지역만이 아닌 장애와 비장애가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한다.

영화 마지막에 ‘P.S. 2020년 서진학교가 개교했지만 정작 설립을 위해 투쟁했던 부모의 자녀들은 그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모두 졸업할 나이가 지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투쟁할 때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내 아이와 네 아이의 구분이 그들에겐 있지 않다. 오직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만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지금도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신보다 더 살아야할 장애인 자녀를 위해 국회 앞 마당에서, 청화대 앞에서 ‘발달 장애인 국가 책임제’를 위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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