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좋은 먹거리, 여기에
마시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좋은 먹거리, 여기에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6.18 09: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방식 현미흑초 담그는 홍성 ‘인양양초장’
정재춘 대표 “정성과 끈기로… 일본 넘을 것”
인양양초장의 항아리들 그리고 정재황 이사(왼쪽)와 정재춘 대표. 사진=노진호 기자
인양양초장의 항아리들 그리고 정재황 이사(왼쪽)와 정재춘 대표. 사진=노진호 기자

‘흑초’는 일본 가고시마의 특산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치가 우리 음식이고, 독도가 우리 땅이듯 ‘흑초’ 역시 우리의 것이다. 다만 바다 건너 사람들이 먼저 상품화한 공쯤은 인정해줄만 하다.

명맥이 끊어졌던 우리의 전통방식 ‘흑초’를 되살리고 있는 곳이 홍성에 있다. 주인공은 바로 ‘인양양초장(홍성군 구항면 충서로945번길 31-18)’이다. 홍성읍에서 광천 방면으로 가다 이마트24가 있는 곳에서 꺾어 조금 들어가다 보면 엄청난 ‘항아리 더미’를 볼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인양양초장이다. 이곳은 지난 5월 1일 KBS 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내포뉴스가 이곳을 찾은 건 지난 9일이었다. 정재춘 대표(55)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중이었다. 요즘이 한참 흑초를 담그는 기간이라고 한다. 정 대표는 “보통 황사 끝나고 동남풍이 불 때 200항아리 정도 담근다”며 직접 만들어 건조 중인 쌀누룩(이화곡)을 보여줬다.

그는 “먼저 알코올 도수 16도 정도의 술이 된다. 여기에 물을 부어 6~7도 정도로 맞추고 초산균을 넣어 발효시키는 것”이라며 “마트 같은 곳에서 흔히 보는 식초는 주정으로 만들고 인위적으로 숙성기간을 당기는 것이다. 우린 오롯이 자연의 힘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쌀도 발효에 최적화된 ‘설갱’을 1년에 한 3t 정도 모두 이 마을에서 산다”며 “쌀과 누룩의 특화, 전통방식, 오랜 숙성 그런 게 모아져야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더했다.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소개된 인양양초장. KBS 홈페이지 캡처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소개된 인양양초장. KBS 홈페이지 캡처

정 대표는 사실 홍성과도 흑초와도 인연은 없었다. 서울에서 대형 유통업체에 근무하던 중 인생 2막을 고민하게 됐고, 그 고민의 결과가 인양양초장이 된 것이다.

그는 “2007년인가 2008년쯤에 백화점에 갔는데 일본 흑초가 고가에 팔리고 있었다. 그런데 ‘굳이 우리가 일본쌀로 만든 식품을 사먹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영 격언 중 ‘가장 안정적인 곳이 가장 불안하고, 가장 불안한 곳이 가장 안정적이다’란 말이 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농촌이고, 흑초”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전통식초에 대한 지식이 없던 정 대표는 일본의 식초 관련 책과 유명 양초장의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며 공부를 했다. 대학에서 전공한 일본어가 빛을 발한 시절이다. 조금 늦은 시작이지만, 지금 그의 신념은 굳건하다.

정 대표는 “일제강점기 때 주세법이 만들어지며 가양주 문화가 사라져갔고, 그게 1995년에서야 풀렸다. 어르신들에게 들어보면 1970년대에는 술 검사를 나오면 보리밭에 누룩을 숨겼다고도 한다. 우리 술이 사라지면서 전통 식초도 보기 힘들어진 것”이라며 “2003년쯤부터 인터넷 등을 통한 가양주 부활 움직임이 일어났다. 술이 나와야 식초도 나온다. 그래서 전통 식초는 전통주보다 활성화가 더딘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12년 대기업을 그만두고 홍성으로 귀농했다. 또 무역회사에 다니던 정 대표의 형(정재황 이사·60)이 2015년 합류했다. 혼자 내려왔을 당시 항아리는 13개였지만, 지금은 1200개에 달한다. LG에서 ‘기획통’으로 불렸던 그의 수완이 발휘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고 한다.

정 대표는 “현미흑초는 아직 ‘목적구매상품’이라 알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줄며 더 힘들어 졌다. 흑초의 순환주기는 최소 3년이다. 항아리가 비지 않아도 계속 담아야 하니 흑초와 함께 빚도 늘어간다”며 “결국 버티는 싸움이다. 난 나무를 심고, 내 아들 세대가 꽃을 보고, 손자쯤 돼서 열매를 딴다는 생각이다. 이젠 명물이 된 광양 매실 홍쌍리 대표도 45년이 걸렸다. 아무나 못하는 일이기에 해볼 만한 일인 것”이라고 전했다.

흑초는 3년 이상의 긴 발효·숙성을 거치며 원액 속 자연 함유된 아미노산과 당이 반응을 일으켜 갈색 내지는 흑갈색을 띄게 된다. ‘흑초’란 이름은 일본에서 붙였지만, 분명 우리 조상들도 담가 먹었던 음식이다. 특히 흑초는 일반 식초보다 필수 아미노산과 유기산이 많고, 현미흑초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도 풍부하다. 그렇기에 인양양초장의 현미흑초는 비만 예방과 미용은 물론 항암 작용, 간염, 변비, 고혈압, 당뇨병 등의 성인병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다.

흑초는 식후나 음주 후, 피로할 때, 갈증이 날 때 냉수 또는 미지근한 물에 희석해 마시면 된다. 벌꿀이나 요구르트, 과일즙, 우유 등을 첨가해 마셔도 좋고, 원액으로 먹을 땐 식후 30분~1시간 후 하루 3번 소주잔 반잔 이하로 마시는 게 좋다.

정재춘 대표는 “인양양초장의 제품은 현미흑초 500㎖ 한 가지로 3년 숙성(1만 9000원)과 5년 숙성(4만 9000원)으로 나뉜다. 몸이 아픈 분들이 더 많이 찾는 것이라 3년 숙성의 경우 저렴하게 팔고 있다”며 “항아리를 2만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일본 최대 업체가 1만 6000개라고 한다. 항아리 크기도 우리가 더 크고, 항아리 자체가 대한민국이 더 우수하다. 우리가 동양 최대 업체가 되면 홍성을 찾는 사람도 더 늘 것이다. 다 같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엔 아쉬움이 있다. 어려울 때 도와주면 좋겠는데 말이다”라면서도 “뭐 어쩌겠냐. 그저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양양초장’의 이름에는 ‘사람(人)에게 좋은(良)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신념이 담겨 있다. 먹는 걸로 건강해지는 경험, 더 늦기 전에 느껴보시길 바란다.

정재춘 대표는 1년(왼쪽)과 6년 숙성된 항아리 속을 보여줬다. 색과 향이 확실히 달랐다. 사진=노진호 기자
정재춘 대표는 1년(왼쪽)과 6년 숙성된 항아리 속을 보여줬다. 색과 향이 확실히 달랐다. 사진=노진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광석 2021-06-29 16:30:41
건강에 너무 좋은 현미흑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