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시 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칼럼] 다시 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7.19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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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 취재국 부장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얼마 전 KBS2TV 대화의 희열3에 출연했던 가수 양희은이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란 노래 가사 중 일부다. 날도 덥고 코로나다 뭐다 이래저래 짜증나는데 웬 청승인가 싶으실 수도 있다. 이 궁상은 온전히 ‘개인적인’ 이유다.

필자는 가까운 이들에게 ‘첫사랑’에 대해 참 많이 이야기했다. 그것은 자랑이기도 했고, 비명인 적도 있었다. 시작은 고2 여름, 비 냄새가 많이 나는 날이었다. 한용운 선생의 시처럼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님의 얼굴에 눈멀은’ 날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내일의 길인 것 같던 ‘연정’은 과거의 일이 됐다. 그 분의 생일이 이 즈음이고, 그래서 인지 7월은 필자에게 참 쓸쓸한 시기다.

필자에게는 공공연히 떠든 ‘첫사랑’이 또 있다. 바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든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란 것이 세상을 좋게 만들 수도 있다고 믿게 한 故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 분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언젠가 그가 한 말처럼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꼴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참 쓸쓸하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2009년 봄 우리 곁을 떠났다. 너무 화창해서 그 엄청난 비보가 그저 거짓말 같았던 날이었다. 차라리 그날은 비라도 추적추적 내렸어야 했다. 그럼 조금은 더 현실적이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 정치에 대한 희망도 세월 속에서 희미해져갔다. 하지만 더 좋은 세상에 대한 바람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참 어려운 일이란 걸 알면서도 이뤄지지 않을 꿈이라고 느끼면서도 필자는 가끔 ‘달’을 보며 기원한다. 달님은 그 분의 꿈을 잘 아실 테니까, 달님도 그렇게 믿고 계실 테니까…

요즘 다음 ‘대통령’에 대한 뉴스가 참 많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시끄럽다. 우리 정치판에 대통령감이 이렇게 많았나 하고 의아할 정도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2022년 3월 9일이다. 누구의 이름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될까. 사이다로 유명한 도백일지, 안정감이 장점이란 전 총리일지, 강단 있어 보이는 검찰 출신 인사일지, 왠지 모래시계가 떠오르는 그 분일지 잘 모르겠다.

2014년 6월 27일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벨기에에 0-1로 패하며 탈락이 확정됐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을 이뤄냈고, 2002년의 4강 신화를 기억하고 있기에 그 실망감은 더 컸을 것이다. 당시 해설위원이었던 이영표는 벨기에 전 패배 후 “월드컵은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니라 증명을 하는 곳”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요즘 거론되는 분 중 누가 청와대에 입성할지는 모른다. 어쩌면 지금의 후보군 중에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대선의 승리자가 되건 그 5년의 막중한 임기 동안 경험이 아닌 증명을 했으면 좋겠다. 왜 대통령이 됐는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래서 하루하루가 신명나졌는지 뭐 그런 걸 증명했으면 좋겠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양희은이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란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언제부턴가 필자도 다시 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이 단지 기우(杞憂)이길 바라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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