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百尺竿頭進一步(백척간두진일보)
[칼럼] 百尺竿頭進一步(백척간두진일보)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8.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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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홍성YMCA 사무총장

‘百尺竿頭進一步(백척간두진일보).’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이르러 또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뜻으로, 이미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것인데 또 한 걸음 나아간다고 함은 더욱 노력해 위로 향한다는 뜻이다. 백척간두의 막다른 골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떨어져 죽을 것 같이 생각되지만, 사실은 더 크게 살아나게 된다는 말로 두려움을 무릅쓰고 목숨을 걸 때에 비로소 살길이 열린다는 의미이다.

이번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백척간두진일보’가 가지고 있는 긴장감보단 덜 한 마을의 이야기이다. 지난 본지 칼럼을 통해 마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적 자금이 투자되기 전에 마을 주민 스스로가 공동체를 이뤄 공동체의 마을을 형성해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사실 필자는 그 일을 위해 지역에서 6년간 노력하고 있는데 할 때마다 뇌리에서 백자의 높은 장대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필자는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누구나 가르칠 수 있는 평생교육 학습프로그램을 6년째 운영하고 있다. 사소하게는 칼 가는 법, 구두 닦는 법부터 전문적인 금속공예 등의 폭넓은 교육을 지향하는데 중요한 것은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누구나 가르칠 수 있어서 가르침의 문턱이 낮고 배움의 문턱 또한 낮으므로 배움이라는 기회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해당 사업은 3단계로 진행되는데 최초에는 강사와 수강생을 공개 모집해 운영하고 두 번째로 강좌 간 돌출된 새로운 배움의 욕구를 다음 프로그램에 적용함으로써 강사가 수강생이 되고 수강생이 강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형성된 학습공동체를 ‘동아리화’ 하고 다른 동아리와 연합해 마을을 구성하는 일이다.

세 단계는 백 척의 장대 위에 올라가는 듯한 어려움이 있다. 500여명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일시적으로나마 3단계까지 간 건 3번밖에 없었다. 그것 또한 모이면 언젠가 마을 공동체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첫 단계에서 시작된다.

백 자의 장대에 올라가는 방법은 타인의 도움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장대 위에서 한걸음 옮기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첫 단계에서 그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가르칠 수 있는 것을 발굴하고 가르칠 것을 준비하는 것은 함께할 수 있지만 가르칠 것이라는 판단과 결심을 참가자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누구나 가르칠 수 있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은 사실 첫 번째 단계부터 매우 어려운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로 발걸음을 스스로 옮겼을 때 배움과 가르침이 온전히 참가자의 것이 되면서 공동체를 향하는 무한한 발걸음이 시작될 수 있다.

공적자금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익숙하고 편한 것을 거부하고 자기 스스로 존립할 수 있다면 모두를 위하고 흔들리지 않는 마을 공동체를 세우는 거룩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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