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자가격리 생활
행복한 자가격리 생활
  • 이번영 ‘풀꽃’ 편집인
  • 승인 2021.08.30 08: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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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미국 방문기②
공항 빠져나오는 데만 2시간… 앱 설치 후부터 홍성군 ‘감시’
대한민국, 안전하고 좋은 나라… 이웃사랑 감동, 짧았던 2주
인천공항에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설치를 기다리는 입국 수속자들.
인천공항에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설치를 기다리는 입국 수속자들.

8월 6일 미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출국 때처럼 공항은 한가했다. 그럼에도 입국 수속을 거쳐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미국에서 탑승 전 실시한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비롯해 복잡한 방역 검증과정을 통과했다. 스마트폰에 행정안전부의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한 사람씩 설치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스마트폰에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이 설치되는 순간부터 우리 행동 일체는 홍성군청 담당자에게 연결돼 지시를 받고 움직여야 했다. 나눠준 안내문은 “위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경고했다.

공항에서 홍성까지 오는 과정부터 군청 공무원과 협의했다. 이동 수단이 확정되지 않으면 공항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지정된 공항버스에 타고 광명역으로 이동~KTX 방역 칸에 타고 천안‧아산까지~홍성까지 방역택시를 이용하는 길이다. 긴 시간 비행 후 피곤하고 우리는 두 사람이기 때문에 아예 방역택시를 탔다. 인천공항에서 홍성읍까지 택시비 17만원을 지불했다.

도착 즉시 홍성군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검사비는 무료였고, 소독제·마스크·체온측정기를 받았다. 집에 돌아오니 벌써 아파트 문 앞에 홍성군청에서 보낸 큰 상자가 두 개 놓여있었다. 뜯어보니 두 사람이 14일 동안 먹을 식료품들이다. 햅반, 라면, 3분짜장·카레, 돼지고기 햄, 김치찌개, 육개장, 동태탕, 시래기 국, 김 등과 대형 쓰레기 봉지 등이 들어있다.

홍성군청에서 자가격리자에게 제공하는 식료품들.
홍성군청에서 자가격리자에게 제공하는 식료품들.

우리 부부는 14일 동안 집에 갇혀 지냈다. 문 밖에도 나가지 못하며 체온, 기침, 인후통, 호흡상태를 체크해 하루 세 번씩 스마트폰 앱을 통해 군청에 보고했다. 하루 한 번씩 담당 공무원의 확인 전화를 받으며 조금 이탈하는 것 같으면 스마트폰에서 굉음이 나왔다.

까다로운 과정들이지만 대한민국은 참으로 안전하고 좋은 나라라고 생각됐다.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을 비롯해 대중교통 이용 시 수시로 흘러나오는 코로나19 방역 안내방송 등 미국에서는 보지 못하던 광경들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일본에서 귀국한 사람에 의하면 그쪽도 우리에 비해 너무 느슨해 불안했다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선진국 사람들의 격렬한 항의집회에 비해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참고 견디며 협력하는 우리 국민들이 착하고 훌륭하게 생각됐다. 우리나라 코로나 환자 수가 적은 이유가 이해됐다.

홍성군청에서 격리기간에 제공해주는 식료품이 고마웠다. 이웃들의 우정과 사랑도 감동적이었다. 갇혀 지내는 것을 걱정하는 지인들이 피자, 만두, 과일, 와인까지 수시로 챙겨 문 앞에 놓고 갔다. 우리는 갑자기 부자가 됐다.

나는 서울에 사는 아내와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격리기간에 홍성의 밀린 집안 청소도 하고 책도 읽고 부부간 정도 두터워지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가끔은 복잡한 사회생활 속 모든 ‘관계’들로부터 단절된 격리생활이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일과 삶을 점검하고 공부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격리시간이 가끔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격리 종료 하루 전날 홍성군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음성 확인를 받고 해방됐다. 집 사람은 이런 농담을 했다. “자가격리 생활 2주일은 짧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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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2021-09-04 18:41:56
ㅋㅋㅋㅋ 재밌네요^^ 그래도 자가격리는 절대 하고싶지 않아서 조심조심 다니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