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을 높이 들고 외쳤던 철마산 3·1운동
횃불을 높이 들고 외쳤던 철마산 3·1운동
  • 허성수 기자
  • 승인 2020.02.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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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위 모신 기념공원 조성 정상에는 봉화대 복원

해마다 3·1절과 광복절이 되면 금마면 철마산 3·1공원에서 기미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한 선열들의 얼을 기리는 기념행사가 열린다. 철마산에는 1919년 삼일절 만세운동에 참여한 184인의 위가 모셔져 있다. 

금마의 상은 고려말의 명장 최영 장군과 관련한 전설을 토대로 세운 것으로 역동적인 말의 모습을 묘사한 동상이다.
금마의 상은 고려말의 명장 최영 장군과 관련한 전설을 토대로 세운 것으로 역동적인 말의 모습을 묘사한 동상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철마산 삼일공원을 찾았다. 공원을 알리는 이정표를 보고 산길을 향해 방향을 틀자마자 차를 세웠다. 차량이 다니기 좋게 잘 닦인 포장도로가 숲속으로 이어지고 있었지만 기자는 초입에 있는 공장 앞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초여름에 접어들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뙤약볕이 내려쬐고는 있어도 아직 무더울 정도는 아니었다. 숲 속의 공기가 맑고 신선해 오르막길은 걸을 만 했다. 

천천히 걸었는데도 출발한 지 10분도 안 돼 삼일공원에 도착했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나들이를 왔는지 눈에 띄었다. 산등성이에는 커다란 비석을 중심으로 제단이 단정하게 잘 조성돼 있었다. 1992년 6월 홍성군이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주민들의 성금과 함께 군비를 지원해 이 기념공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1919년 금마면 만세시위운동

1919년 홍성군에서 가장 먼저 3·1운동이 시작된 지역은 홍성읍이었다. 1919년 3월 7일 홍성장터에서 김좌진 장군의 제종제인 김종진을 비롯해 수많은 군중이 만세를 부르며 시위를 했는데, 이것이 불씨가 되어 군내 동북부지역 홍북·금마·홍동·구항 등 4개면 24개 부락으로 횃불시위가 번져 나갔다. 
 
금마면에서는 4월 1일 밤 가산리 연극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민영갑은 전국 각지에서 독립만세운동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고 이재만과 공모해 4월 1일 금마면 가산리 이원교의 집에 예정된 연극이 공연될 때 독립만세운동을 부르기로 계획했다. 그날 밤 8시경 연극공연장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자 관객 30여 명이 호응했다. 

철마정은 콘크리트 바닥과 난간이 전통 목조한옥 형태의 팔각정과 심각한 부조화를 이뤄 눈에 거슬렸다.
철마정은 콘크리트 바닥과 난간이 전통 목조한옥 형태의 팔각정과 심각한 부조화를 이뤄 눈에 거슬렸다.

1919년 4월 4일에는 금마면 주민들이 철마산 정상에 올라가서 만세시위를 했다. 당시 철마산은 벌거숭이 붉은 산이어서 금마주재소는 물론 멀리 홍성까지 시야가 확보됐다. 철마산을 거점으로 부평리, 원당산, 송암리 퇴뫼산 등 면내 각 산 정상에서 수백 명의 군중들이 횃불을 높이 치켜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그러나 일본 헌병과 경찰이 합동으로 조직된 기마병이 출동해 시위자들에게 무차별 발포와 폭행을 자행했다.

금마면에서 처음 시위를 공모하고 주도했던 민영갑·이재만·김재홍·최중삼·조재학·조한원은 1919년 4월 30일 공주지방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1919년 5월 30일 경성복심법원에서 민영갑·이재만, 징역 1년, 김재홍·최중삼·조재학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상고하였으나 1919년 7월 3일 기각되었다. 금마면의 횃불만세운동에 가담한 사람은 총 177명으로 일제의 치안유지법 위반혐의로 수십 대의 태형을 받았다.

■철마정 난간은 전통 한옥구조와 부조화

3·1독립운동기념비 주변을 둘러보고 계속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갔다. 바로 위 산등성이에 2층으로 세운 팔각정과 함께 달리는 말의 역동적인 모습을 묘사한 동상이 눈길을 끌었다. 팔각정의 이름은 ‘철마(鐵馬)정’이고, 동상은 ‘금마의 상’이다. 이 지역의 지명과 관련한 유래를 상기시키고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것 같았다. 그러나 철마정은 2층 난간이 콘크리트 바닥에 쇠 막대기를 용접해서 붙인 가드레일로 돼 있어 목조 기와가 특징인 전통 한옥 구조와 심각한 부조화를 이뤘다. 

산이 그리 높지 않아 금세 정상에 올랐는데, 봉화대가 시선을 가득 채울 정도로 위엄 있게 다가왔다. 100년 전 금마면 주민들이 봉화를 올리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곳이다. 통신이 발달하면서 유명무실해졌지만 먼 옛날 나라가 위급할 때는 산 꼭대기에서 불을 피워 조정에 알리거나 임금의 명을 전달받아 다른 지역에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1997년 철마산 정상에 처음 조성됐던 봉화대는 2016년 6월 30일 규모를 더 늘려 새롭게 복원했다. 

철마산은 불과 131m밖에 안 되는 낮고 조그마한 산이지만 무려 184명의 선열들이 독립만세를 외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홍성지역의 흔치 않는 역사 유적지로 눈여겨 봐야 할 곳이다. 

삼일독립운동기념비와 제단. 1992년 주민성금과 군비로 홍성군이 철마산에 공원을 조성했다. 
삼일독립운동기념비와 제단. 1992년 주민성금과 군비로 홍성군이 철마산에 공원을 조성했다. 
해발 131m 철마산 정상에 복원한 봉화대
해발 131m 철마산 정상에 복원한 봉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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