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예산·홍성, 극복해야 할 지역이기주의
[시론] 예산·홍성, 극복해야 할 지역이기주의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5.0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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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선 복선전철 삽교역 신설문제에 대한 갈등 과연 해법은 없나?
허성수
허성수
취재부장, 소설가

예산과 홍성은 매우 가까운 이웃이다. 현재 국회의원선거구도 같아 사촌이 아니라 한 형제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때로는 원수처럼 심한 불협화음을 내기도 한다. 주로 지역개발과 관련한 이해관계가 다툼과 시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충남도청 소재지가 양군의 경계에 걸친 곳에 조성되면서 잦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예산군은 내포신도시 개발이 홍성군으로 치우치면서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대해 불만이 많다. 그래서 예산군은 지난해 내포신도시의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국립소방전문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적이 있다. 그런데 홍성군도 가만있지 않았다. 역시 내포신도시 내의 홍성군 땅에 후보지를 정해 소방전문병원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양군이 같은 신도시 안에서 군경계를 사이에 놓고 불과 1km도 안 되는 거리에 각각 다른 후보지를 정해 경쟁하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어느 쪽이든 한 곳을 후보지로 정해 양군이 힘을 모았더라면 보기도 좋고 실사과정에서 가산점도 잘 받았을 것이다. 결국 양군 다 배제되고 충북 음성 혁신도시가 소방전문병원 후보지로 최종 결정되고 말았다.

지금도 양군은 서해선 복선전철 삽교역 신설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다투고 있다. 예산군은 삽교역사 신설을 위해 온힘을 쏟아 붓고 있는 반면에 홍성군은 기를 쓰며 반대하고 있다. 원래 삽교역은 당초 서해선 복선전철 설계에 반영돼 있지 않았으나 지역사회의 끊임없는 요구로 국토부가 뒤늦게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함으로써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경제성과 재무적 타당성을 기준 이상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설계 변경과 관련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관련부처를 움직여 가능성을 확인받은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어서 예산군은 퍽 고무돼 있다. 다만 예정에 없던 사업이어서 171억원의 역사 건설비를 전액 국비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정부의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예산군은 삽교역사를 서해선 복선전철 개통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완공해야 하며 차후로 건립시기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홍성군은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홍성군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반대논리는 서해선 복선전철이 시속 250km의 고속전철로 설계돼 홍성역과 불과 10km 거리에 삽교역을 신설하게 되면 고속철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해선 복선전철의 종착역이 될 홍성역은 장항선과 만나 환승역의 역할도 하게 된다. 지금보다 한층 더 고객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내포신도시 도청이전으로 위축되고 있던 홍성읍 구 도심의 상권 부활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삽교역이 신설되면 예산군민들은 물론 도청 신도시 주민들이나 직장인들까지 적잖은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여 홍성역의 역할과 기능은 축소되고 아울러 기대했던 홍성 구 도심도 쇠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홍성군민들은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 자기 지역발전이라는 논리에만 함몰돼 다른 지역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과연 옳은지 고민하며 반성할 필요가 있다. 만일 서해선 삽교역이 신설되면 예산군민만 덕을 보는 게 아니다. 홍북읍을 비롯해 내포신도시에 사는 홍성군민들도 큰 수혜자가 된다. 물론 그들도 홍성역을 이용해야 할 고객으로서 홍성군 발전에 동참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기인한 정치적인 논리일 뿐이다. 홍북읍 주민으로서는 가까운 삽교역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배려를 해줘야 마땅하다. 홍성군이 서해선 개통 후 삽교역 신설 때문에 구 도심 발전이 어렵다고 전망된다면 지금부터라도 다른 대안을 찾아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을 세우면 된다.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한 채 언제까지 다른 지자체의 발목잡기만 할 것인가? 

아무튼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서로 대승적인 결단으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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