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조합장, 젊은 패기로 뛴다!
김준호 조합장, 젊은 패기로 뛴다!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8.30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곡농협 원로 조합원들을 자식처럼 섬기는 심부름꾼
김준호 장곡농협 조합장은 대부분 고령자인 조합원들을 자식처럼 섬기겠다는 각오다.
김준호 장곡농협 조합장은 대부분 고령자인 조합원들을 자식처럼 섬기겠다는 각오다.

지난 3월 장곡농협에서는 대 이변이 일어났다. 조합을 직접 경영해본 적이 없는 50대 젊은 후보가 조합장에 도전해 60대 전문경영인 출신 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다.

■농촌지도자로서 보여준 리더십

장곡농협 김준호 신임 조합장은 이사로 6년간 활동했지만 직접 경영을 하는 CEO는 아니었다. 그러나 경쟁후보 두 사람은 각기 전직 농협 전무와 전임 조합장들이었다. 장곡면은 홍성군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농촌으로 고령화율도 높다. 보수 성향이 강할 것 같은데 고령의 조합원들은 젊고 패기로 무장한 젊은 후보를 선택했다.

“저는 부족합니다. 열심히 해보겠다는 열정만 갖고 있었을 뿐인데 조합원들이 잘 봐 주셨습니다.”

김준호 조합장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면서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김준호 조합장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면서 도농교류 활성화로 열심히 판로를 개척하는 등 직원들이 앞장서 뛰겠다고 말했다.

김 조합장은 겸손하게 자신을 낮췄다. 그리고 경쟁자들에 대해 출중한 실력을 가진 농협의 대선배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번에 첫 도전한 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비결로 청년회장, 쌀전업농회장, 체육진흥회장, 농협 이사 등을 두루 맡았던 경험을 꼽았다. 어르신들은 그 동안 그가 농촌지도자로서 발휘한 리더십을 통해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에게 농협의 경영을 맡긴 것이다. 비록 경험은 부족하지만 인성, 책임감, 추진력, 게다가 젊은이로서 가진 열정과 패기를 그의 경쟁력으로 높이 평가하며 지지했다.

김 조합장은 장곡면 가송리가 고향이다. 부모님은 천직이었던 농업을 아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김 조합장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대처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인천으로 전학을 했다. 좋은 학업환경을 가진 대도시 학교에서 공부해 출세하기를 바란 부모님의 뜻이었다. 그곳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10년 이상 많은 형과 누나들이 먼저 가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형제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착실하게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부모님의 기대와는 달리 공부를 잘 하지 못했다. 인천기계공고를 졸업하고 병역의무까지 마친 후에는 산업현장에 취업하는 대신 보따리를 싸 귀향했다. 늘 틀에 박혀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직장생활과 번잡하고 시끄러운 도시가 싫어졌다. 고향에서 농사를 도우며 농민으로 살아가겠다며 귀향한 아들을 부모님은 전혀 반기지 않았다.

“20대 중반에 고향에 내려왔어요. 직장생활을 해본 경험도 없이 제대하고 바로 내려간다고 하니까 서울의 친구들도 믿지 않더군요.”

막상 시골생활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갑자기 너무 조용한 세상에서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처음 내려와서 6개월 정도는 잠이 안 오더군요. 그 동안 시끄러운 도시에서 살았는데 여기는 너무 조용한 거예요, 밤이 되면 너무 캄캄한 것도 그렇고…, 여기는 그때 가로등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는 밤마다 술을 마셔야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했다. 벼농사와 함께 소와 돼지를 기르면서 차츰 농부가 되어 갔다. 풀무생협에 가입해 유기농을 배우기도 했다.

30년 전 가업을 이어받은 농사꾼이 마침내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면서 노부모님에게 그는 자랑스런 아들이 됐다. 김 조합장에게는 대처에 나가 출세한 것 이상으로 양친에게 최고의 효도를 한 셈이다.

장곡농협은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50대 조합장을 맞아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장곡농협은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50대 조합장을 맞아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장례식장 음식맛은 맛집수준 서비스

그러나 조합원들의 기대가 너무 커 그의 어깨는 무겁다. 장곡농협은 800억 자산에 500억원 정도의 예수금으로 매우 영세한 편이다. 지금 조합원 수가 1260명 정도 되는데 대부분 고령 농업인이다.

“옛날에 그분들이 농협을 만드셨습니다. 엊그제 30명의 조합원들과 벼 문제 대해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모두 고품질 쌀을 생산해서 조금이라도 더 팔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직원들도 어렵지만 앞장서 판촉을 하기로 했습니다.”

김 조합장은 서울의 농협들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도농교류를 통한 판로를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수도권에 장곡농협 농축산물 친환경 유기농산물 상설 판매장도 설치할 계획이다.

장곡농협은 구항면에 장례식장도 운영하고 있다. 홍성군 농협들 중에서는 유일한 장례식장으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역의 농업인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편하게 모시기 위해 직원들은 유가족처럼 최선을 다해 서비스 한다. 특히 음식 맛은 맛집 수준으로 소문이 났다.

“장곡농협 장례식장에서는 외국 농산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고춧가루도 조합원들이 생산한 것을 공급 받아 사용합니다. 돼지고기는 도축장에서 바로 잡은 것으로 사용하며 냉동보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음식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 조합장은 평생 농사만 지으며 농협 발전에도 이바지한 원로 조합원들의 여생과 마지막 가는 길까지 책임지는 자식과 같은 조합장이 되겠다며 거듭 각오를 밝혔다. 지금 구순과 팔순의 노부모님은 여전히 가송리에 살고 계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