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위기에 천한 나라를 구할 두 가지 지혜의 비밀
[칼럼] 위기에 천한 나라를 구할 두 가지 지혜의 비밀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9.1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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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현 청운대학교 교수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최초로 인간을 창조한 신이다. 또한 인간들에게 불(fire)을 전해준 것으로 묘사된다. 그는 ‘완벽한’ 예지능력이 있는 유일한 신이며, 창의력과 대단한 손재주를 가진 장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었는데, 그 두 속성이 프로메테우스의 우상 파괴적이고 반동적이며, 동시에 고독을 견디는 진정한 저항자로서의 특징을 부각시킨다.

인간에게 불을 전한 벌로 꽁꽁 묶여있을 때 제우스에게 테티스의 자식에 대한 비밀을 알려줬다면 풀려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행위에 자신감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정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을 좋아한 프로메테우스는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인간 세계를 내려다보고 있다. 내가 프로메테우스에게 질문한다. “요즘 또 인간들이 걱정되시나 보군요. 제가 보기에는 과거보다 평화로워 보이는 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프로메테우스는 “겉으로 보기엔 과거보다 평화로워 보일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답니다. 아직도 인간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벽을 쌓고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 내가 살펴보니, 세계는 점차 분열되고 고립의 벽이 더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사람들 각자의 고립감도 대단히 커지고 있어요.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다간 과거에 있었던 파면의 위기가 재발할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는 것 같다.

그가 전한 불의 지혜는 한계가 있고 많은 부작용 일으킨다. 과학이나 이성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매우 좋아해서 본인이 위험에 처할 걸 알고도 또다시 인간에게 지혜를 전하려고 했다. 그는 인간이 잘살고 행복하기를 원했다. 프로메테우스가 전한 불의 지혜는 ‘문명을 발달시키는 지혜’였다면, 여기에서 발달이란 특히 ‘산업적’, ‘물질적’으로 발달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프로메테우스는 또 다른 지혜를 전하려 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지금이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전하는 지혜는 ‘물의 지혜’이다. 불의 지혜를 물의 지혜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문제점을 고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사실 불의 지혜에는 장점이 많지만, 부작용도 있다. 그 부작용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인간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불행해지고 있다. 또한 좀 더 큰 차원에서 보면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거나 포용하지 못하고 충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문명이 발달했기 때문에 더는 큰 전쟁은 없을 거라고 너무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제까지의 보편화와 통합을 강조하던 추세가 줄어들고, 다시 분열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그래서 현재 세계는 국가 또는 문화 간에 분쟁이 일어나고 있고, 그로 인한 잠재적 위험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전쟁은 핵전쟁이 될 수도 있기에 인류는 정말로 조심해야 한다. 전쟁과 테러의 문제 이외에도 불의 지혜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과학과 기술을 무한대로 신뢰해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다. 자연환경 파괴, 유전자 조작의 부작용, 인공지능의 반란 등 갖가지 형태의 재앙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커다란 문제의 근원에는 두 진영 간의 싸움이 있다. 불의 지혜와 물의 지혜이다. 불의 지혜는 프로메테우스의 아주 오래전 인간에게 전한 지혜는 서양에서 발달해서 서양이 전 세계에 퍼트리려고 하는 지혜이고, 물의 지혜는 사양이 아닌 곳 특히 동양에서 발달한 지혜이다. 문명과 문화의 기초가 되는 시대정신도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설명 방식이 된다. 소크라테스의 이성과 합리성의 진리와 물의 지혜는 불의 지혜의 부작용을 부각하고 그것을 치유하는 역할이다. 불의 부작용의 해결책은 자신의 관점을 ‘깨는’ 지혜, 즉 ‘물의 지혜’이다.

불의 지혜는 과학적인 진리와 진실을 찾는 지혜이다. 프로메테우스는 바로 그러한 불을 인간에게 가져다줬다. 다만 그것은 진짜 불이 아니며, 진짜 불이었다면 쉽게 꺼졌을 것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준 것은 불을 만드는 방법, 즉 자연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인간의 자연의 숨겨진 원리, 진리, 법칙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 능력 덕분에 인간은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계속해서 올바른 지식을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인간의 오만함과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 물의 지혜는 그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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