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로 희망 보여준 히어로…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농사로 희망 보여준 히어로…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9.25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 디지털 전환의 시대, 스마트 농업의 과제
②부여 스마트팜 모범사례 ‘영웅딸기’
카이스트 출신, 자동화기기 설계하다 3년 전 ‘귀농’
임대 스마트팜서 경험 쌓고 지난해 여름 농장 완공
매출 3억원… “단위면적당 생산량 전국 1위가 목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농업·농촌은 위기다. 농업·농촌의 위기는 우리 모두의 위기이기도 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난제에도 해법은 있다. 내포뉴스는 5회에 걸친 이번 기획을 통해 더 똑똑해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고 있는 충남의 농업·농촌을 살펴보려 한다.

부여군 홍산면에 있는 ‘영웅딸기’는 스마트팜의 좋은 예이다. 그 성공의 주인공은 바로 카이스트를 나온 김영웅 대표다. 사진=노진호 기자
부여군 홍산면에 있는 ‘영웅딸기’는 스마트팜의 좋은 예이다. 그 성공의 주인공은 바로 카이스트를 나온 김영웅 대표다. 사진=노진호 기자

“과학에 기반을 둔 농업의 미래를 창조하는 농업전문가, 그게 제가 하고 싶던 것입니다.”

부여군 홍산면에 있는 ‘영웅딸기’ 김영웅 대표(32)의 말이다. 김 대표는 청년들에게 농업을 통해 희망을 보여준 ‘히어로(hero)’다.

김영웅 대표가 부여에 온 건 3년쯤 전이다. 부여는 아버지의 고향이며, 할아버지의 땅이 있는 곳이다. 김 대표의 부모님도 5년 정도 먼저 이곳으로 귀촌했다고 한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나온 김 대표는 성남에 있는 의료기기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귀농을 결심했다. 그는 “직장생활로는 성공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귀농을 선택했다”며 “귀농 전 도시에서 2년 정도 책으로 농사를 배웠다. 원룸에 작은 실험실도 만들어 시도해봤는데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귀농 전 자동화기기 설계를 했다. 스마트팜을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더했다.

부여에 온 이후에도 모든 게 계획대로 착착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러다 부여군 청년농업인 경영실습 임대농장 공모에 도전했고, 성공으로 가는 분기점이 됐다. 부여군 청년농업인 경영실습 임대농장 공모는 330평 규모에 최신 시설이 설치된 스마트팜을 연간 30만원 정도에 임대하는 사업이다. 김 대표는 “공모의 내용을 보자마자 ‘아, 이거다’하고 생각했다.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임대 스마트팜에서 경험을 쌓은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영웅딸기’를 완공했다. 이곳은 대지면적 1800평, 온실 면적 1400평에 달하며, 10억원 정도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김 대표는 “내가 모아놓았던 돈에 융자에 보조금을 합쳐 이곳을 만들었다. 지난해 9월 15일 딸기 4만주를 심어 올해 6월 25일까지 수확했다”며 “수확량은 30t 정도가 됐고, 매출은 3억원쯤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두 번째 정식을 했고, 11월부터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영웅딸기’는 연동형 비닐 온실이다. 주 설비는 환경제어기와 LED 보강등, 고압 포크, 온수난방, CO₂ 공급 장치 등이며, 양액 재배로 이뤄진다.

김 대표는 “평균적으로 3.5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다. 스마트팜과 기존의 방식은 인력보다는 수확량 차이가 더 큰 것 같다”며 “지금도 많은 부분이 자동화됐지만, 개선과 발전을 위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비싸게 팔아야만 농사로 성공할 수 있다. 그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더했다.

김 대표는 “조금씩이라도 발전하고 있음을 느낄 때 가장 보람이 크다. 투자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올리는 방법이 조금씩 더 보인다”며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게 가장 좋다. 그게 맨땅에다 헤딩일지라도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귀농 초창기에는 지역민과의 마찰 등 예상 밖의 어려움이 있다. 그런 걸 잘 극복하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천안시민체육공원에서 열린 ‘피크타임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청년 농업 창업을 강의했다. 또 충남도 유튜브 채널을 찾으면 김 대표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버닝_청춘을 불태우다)도 볼 수 있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듯 보였지만, 김 대표는 아직 배가 고팠다. 그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 전국 1등이 목표다. 300평당 10t 정도면 가능할 것 같은데 지금은 7.5t 정도”라며 “스마트팜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25t이나 된다. 그러니 우리도 가능성은 충분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온실 면적도 1000평 정도 더 늘리고 싶다. 우선 그런 것부터 이뤄가겠다”고 더했다.

※이 취재는 2023년 충청남도 지역 미디어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충남도 유튜브 채널에 있는 김영웅 대표에 관한 영상 중 한 장면
충남도 유튜브 채널에 있는 김영웅 대표에 관한 영상 중 한 장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