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나쁘지만은 않은, 내 직업
[기자일기] 나쁘지만은 않은, 내 직업
  • 이건주 기자
  • 승인 2023.10.23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 일을 한 지 14~15년 차가 되다 보니 이제는 밤에나 새벽에 일어나 기사를 쓰는 일은 없다. 기사에 대한 부담감도 전만큼 크지 않아 요즘은 가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할 일이 죽기만큼 싫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잠들고 일어나 출근하는 일이 신경이 쓰일 만큼 힘들지 않아 좋다.

지난주에는 축제가 있어 일요일에도 일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실수도 있을 수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안 될 수도 있단 생각을 하면 취재 중 좀 미흡한 것이 있어 보여도 신랄한 지적보다는 개선이 필요한 정도로 완화해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 같아선 매주 좋은 기사만 쓰고 싶다.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미담 일색의 기사만 쓰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부당한 일을 듣거나 억울한 사람, 억울한 일,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 등을 알게 되면 반사적으로 기사 쓰기에 돌입한다.

기자로 살면서 나쁜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람들 생각을 들어줄 수 있고, 사람들의 답답함을 풀어줄 때도 있기에 나쁜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 속에 살고 있다. 지난주에는 나름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도 있었다. 동료와 마음을 나누는 점심을 먹기도 했고, 저녁에는 한잔 술 곁들인 낭만도 있었다.

사는 것 별거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일을 하면서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처럼 하기도 한다. 자신의 틀 속에 타인을 대입해 옥죄고, 억압하고, 통제하려 드는 사람도 있다. 뭐 엄청난 일을 하고 산다고 토씨 하나까지 따져 가면서 윽박지르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대단한 업적을 쌓았다 해도 죽음 앞에선 의미 없다. 사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고, 타인에게 친절할 수 있다면 그것이 아름다운 삶이고 복을 부르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솝우화’는 고대 그리스 노예 신분이었던 아이소포스가 쓴 지혜의 책이다.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소크라테스도 이솝우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 같아선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고, 용기도 있었으면 좋겠고, 실수도 안 하고 멋진 하루하루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는 것은 마음같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