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구시렁구시렁… 너무 귀담아듣진 마세요
[데스크 칼럼] 구시렁구시렁… 너무 귀담아듣진 마세요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11.0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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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 편집국장

#1 공포= 얼마 전 인터넷에서 어떤 사진들을 보고 흠칫 놀란 적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와 야마마궁에 들어설 때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뒤를 따르는 사진이었다. 또 이어진 회담 중 윤 대통령 뒤에 김 여사까지 배석한 사진도 있었다. 흡사 심령사진을 본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특별한 대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빈 살만 왕세자의 여성 인권 의식이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대통령도 킹사우드 대학 연설에서 “빈 살만 왕세자는 청년과 여성의 역할과 위상을 높이는 데 힘써 왔다”고 궤를 같이했다.

물론 대통령이나 영부인이 먼저 ‘이례적 의전’을 요구하진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극진한 대접에 대한 답례라는 말도 있었다. 사실 무서운 건 심령사진 같던 그 장면이 아니라, ‘사우디는 대한민국의 실권자를 알아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우디는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석유 생산·수출국을 넘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엑스포나 월드컵 유치 도전도 그중 하나다. 단단히 먹은 마음처럼, 정세 판단도 빨라진 것 같다.

#2 추억= 사실 지난주(10월 30일자)에 칼럼을 쓰려고 했다. 해마다 그즈음 그랬기 때문이다. 쓸 때마다 방식은 좀 다르지만, 늘 같은 내용이었다. 바로 ‘마왕’ 신해철에 대한 추모였다. 가수 신해철은 2014년 10월 17일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유착박리 수술 등을 받았고, 열흘 후인 27일 사망했다. 1968년 태어났고, 1988년 데뷔한 것을 생각하면 너무 이른 이별이었다.

2016년 국회에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이른바 ‘신해철법’이라고 불린다. 법안을 발의한 사람이나 관련 사건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 등의 이름을 붙인 법이 참 많다. 신해철법을 비롯해 최진실법, 태완이법, 전두환법, 윤창호법, 김영란법, 민식이법, 하준이법 등이 대표적인 ‘네이밍법’이다.

법의 취지를 알리기 위해 이름을 붙이는 것까진 그렇다고 쳐도, 실제 무언가 달라졌는지 혹은 좋아졌는지는 의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우리 국회의원들의 활약에 만족하고 있을까? 혹시 지금까지 불만족스러웠어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내년 4월 10일, 우리에게도 기회가 온다.

#3 응원= 필자는 스포츠광이고, 게임 마니아다. 게임 마니아라고 해도 축구게임밖에 안 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것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름 분명하다. 스포츠는 패배해도 다음 경기, 다음 시즌이란 기회가 있고, 게임은 실패하면 아예 다시 할 수 있는 재도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오는 16일 열린다. 올해 수능에는 50만 4588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이 중 재학생은 32만 6646명, 졸업생은 15만 9742명, 검정고시 등 기타 지원자는 1만 8200명이다. 수험생이었을 때가 너무 오래전이라 지금은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수능은 한 젊은(혹은 어린) 사람의 지난 삶을 단 하루에 평가하는 너무 잔인한 이벤트인 것만 같았다. 그 결과에 따라 나머지 인생이 결정되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수능은 단지 중간고사쯤으로 치면 될 통과의례일 뿐이다. 물론 잘 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자에겐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조카가 몇 있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그 뜻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대학은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올해 시험장에 앉을 모든 수험생이 담담히 임하고, 그 결과에 따라 현명히 대응해가길 ‘꼰대로서’ 당부한다. 그날, 너무 춥진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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