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도민 눈높이 못 맞춘 의정활동비 인상
[기자일기] 도민 눈높이 못 맞춘 의정활동비 인상
  • 이건주 기자
  • 승인 2024.02.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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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명절이 정말 좋았다. 명절에는 새 신발과 새 옷을 입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명절은 행복한 날로 기억된다. 올해 설 연휴 시작 3일 전인 지난 6일 오전 내포신도시 홍예공원 인근 내포혁신플랫폼 주차장에서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거의 타버린 차량 내부에서 번개탄을 발견했다. 소시민의 극단적 선택의 이유는 대부분 ‘생활고’다. 서민들은 지금이 IMF 때보다도 더 힘들다고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죽는 힘을 다하고 있다고도 한다. 21일 한 총선 후보는 “지역을 돌다 보니 주민들이 느끼는 정치인에 대한 분노를 봤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다 싫다’라는 말의 뜻을 알 것 같다”며 어렴풋이라도 시민들의 분노를 전했다.

21일 오후 충남도 정책기획관은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열어 충남도의원 의정활동비 50만원 인상을 의결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자가 확인해보니 심의위원은 9명인데 변호사 한 명이 불출석해 8명이 인상을 결정했다.

이날 참석한 심의위원 8명은 도의회에서 추천한 혜전대 교수 2명 등 3명과 A 일간지 기자, 전국이통장연합회 충남지부 회장, 충남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충남여성단체협의회장 등이다. 하지만 도는 교육계, 언론인,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함께 논의한 사안인 것처럼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특히 충남발전협의회 사무처장과 충남여성단체협의회를 시민단체로 묶었다. 일반적으로 충남발전협의회와 여성단체협의회를 시민단체라고 하지 않는다. 이들 단체는 법적으로 분류하면 비영리단체이며, 시민단체보다는 관변단체 성격을 지니고 있다. 관변단체란 행정이 제대로 못 하는 일을 대신 해주고, 보조금을 받는 단체다.

시민단체는 녹색연합 같은 환경단체, 언론개혁시민연대,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같은 각 분야 시민 운동가들이 목소리를 내는 단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충남도는 시민단체라는 말로 시민 합의가 된 듯 포장했다. 충남도의회는 의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을 3명이나 포함시켰다. 공청회 등 요식행위는 있을지언정 도민 눈높이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물론 공감대도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근거 법률은 전국시도의장단협의회 의장단 만남에서였다. 의장들은 의정활동비 인상안을 결정했다. 이 결정안은 정부 행정안전부로 보내졌다. 행정안전부의 법률적 근거는 전국시도의장단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된 의정활동비 인상안으로 이어졌고, 시행령인 대통령령으로 ‘지방자치법 시행령’ 일부개정이라는 법적 근거가 된 것이다.

시행령으로 전국 도의원 및 군의원들의 의정자료수집 연구비와 활동보조비 명목의 50만원 인상이 결정된 것이다. 21일 결정안이 발표되면서 전국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도의회에서는 한 의원이 만약 인상된다면 인상분을 반납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미 근로자 연봉을 상회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또한 “민생현안 해결 등에 소홀했던 동료 의원들은 반납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그런데도 국민 눈높이, 도민 눈높이를 맞춘 결정인가? 충남도의회는 이번 시행령을 근거로 조례를 만들 예정이다.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충남도의원들은 의정활동비 200만원에 월급 개념의 월정수당을 합해 월 550만원 이상의 수당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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