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느린 학습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Ⅲ
[칼럼] 느린 학습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Ⅲ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3.1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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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홍성YMCA 사무총장

지금까지 느린 학습자의 특징을 설명함과 동시에 느린 학습자 문해력 교육의 큰 흐름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느린 학습자 문해력 교육의 첫 번째 단추인 유창성 연습을 설명하고자 한다.

읽기 유창성은 글자를 읽는데 막힘이 없고 자연스러운 발음과 어조로 물 흐르듯이 쉽게 글을 읽는 능력을 말한다. 글자를 익히고 유창성을 갖춰야 내용 이해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글자를 읽는다고 글이 이해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흔히 글자를 읽는 법(문자 해득)을 배우면 곧바로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글자를 익혔다고 곧바로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알파벳을 알게 됐다고 바로 영어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자 해득은 문자 해독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글자의 모양과 소리를 기억해 문장 안에 들어 있는 단어들을 막힘없이 읽는 능력을 말한다. 문자 해득이 제대로 이뤄지면, 글을 읽을 때 머뭇거림이나 어색함이 적고 읽는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또한 소리를 듣고 글자의 모양을 잘 기억하여 쓸 수 있다.

느린 학습자들은 문자를 익히는 데 일반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보통 1년이면 익힐 수 있는 글자를 2년 걸려 익히기도 한다. 또한 그렇게 힘들게 익힌 문자라고 해도 또래만큼 능숙하게 읽지 못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전반적으로 학습 속도가 느리다 보니 문자 해득도 오래 걸리고 그것을 능숙하게 해내는 단계에 도달하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다.

읽기 유창성은 물 흐르듯 막힘없이 글이나 책을 읽어나가는 능력으로, 느린 학습자들이 글자를 터득한 후 이 단계로 잘 넘어가지 못하면 이후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글을 읽거나 책을 보는 것에 부담을 많이 갖고 있다 보니 읽기를 점차 멀리하게 되고 동영상이나 그림 위주의 책을 선호하게 된다.

처음에는 책 읽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는 책을 마련해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꾸준히 읽기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 읽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간다. 기본적으로 읽기 유창성이 발달하려면 매일매일 2년 이상을 꾸준히 독서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읽기 유창성이 충분히 발달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대략 100개의 어절로 된 글을 준비해 소리 내어 읽을 때 1분 이내에 들리는 글자가 거의 없이 읽으면 유창하다고 볼 수 있다. 이때 ‘100어절 글’이란 띄어 쓴 어절의 수가 100개인 분량으로 구성된 글을 말한다.

느린 학습자들에게 유창성을 길러주는 일은 읽기 이해력 향상을 위한 전 단계의 작업이다. 유창성 연습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내용 이해를 위한 지도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유창성을 기르는 독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느린 학습자 대부분은 새로운 것보다 친숙한 것에서 능숙함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아이가 원한다면 원하는 만큼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을 허용하고 연관 있는 다른 책을 준비해서 같이 읽어보도록 권해야 한다.

둘째 유창성은 읽는 속도를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읽는 것이다. 정확하게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글자를 빨리 읽기보다 틀리지 않고 차근차근 읽도록 지도해야 한다.

셋째 반복 읽기, 소리 내어 읽기, 함께 읽으며 고쳐주기, 끊어 읽기(의미에 따라 나뉘는 구를 단위로) 등으로 유창성 교육을 완성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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