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름다운 약속(約束)
[칼럼] 아름다운 약속(約束)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3.25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기용 홍성군청소년수련관장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약속을 많이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직장에서는 상사와 사원이, 국가에서는 위정자와 국민이 이런저런 약속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약속(約束)의 사전적 의미는 ‘장래의 일을 상대방과 미리 정해 어기지 않을 것을 다짐함. 또는 그런 내용’이다.

때가 때인 만큼, 요즘 들어서 곳곳을 누비며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많은 약속을 하고 다니는 분들이 계시다. 소위 ‘공약(公約)’을 하고 다니신다. 공약(公約)도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대해 사회 공중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約束)한다’이다. 동음이의어로 ‘공약(空約·헛되이 하는 약속)’도 있다. 공약(公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에 대해 지역민 또는 국민에게 실행할 위치에 있는 분만이 할 수 있는 약속이라 생각한다. 물론 공약(空約)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지역에서 발로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면면히 살펴보니, 청소년들을 위한 공약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물론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마당에 투표권이 없는 세대들의 공약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가정에는 투표권을 가진 부모님이 계신다는 것을 잠시 잊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자녀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분들이 부모님이 아닌가? 자녀들을 위한 공약을 한다면, 부모님들은 그런 공약을 한 후보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까? 필자라면 충분히 그렇게 평가하고 싶다.

이것저것 눈치 보지 말고 이런 공약(公約)을 했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에게 청소년 수당을 지급한다”라고. 왜냐하면, 요즘 대학생들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개인회생 또는 생활비 대출로 인해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곤 한다. 어느 상담자는 “공교육을 받을 때 금융에 관련된 교육은 하나도 받지 않고 있는데, 최초에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는 부분들이 필요하고 그 부분들은 공공의 영역에서 좀 많이 해야 하지 않나”라고 햤다.

물론 학교 현장에서는 금융 교육을 하고 있다. 다만 금융 교육이 학생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교육일 수도 있다. 수입도 없는데, 지출 계획을 세울 수가 없고, 금융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현실이다. 청소년 대부분은 불규칙한 용돈을 받아서 필요할 때만 지출한다. 용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생활하는 것이 청소년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매월 일정한 금액이 본인의 통장으로 들어온다고 하면 세부적인 지출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지급 방법은 추후 논하더라도. 그러면 금융 교육을 받을 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자기 용돈을 짜임새 있게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현재와 같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은 줄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물론 부작용도 있겠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아동수당, 노인수당 등은 지역과 관계없이 지급 기준만 충족하면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곳은 전국에 고작 13 시·군 밖에 없다. 혹여나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때문에, 아니면 재원이 없어서 제도화하기 어려운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란 속담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다시 한번 부탁하고 싶다. 요즘, 발로 뛰고 있는 후보자들께서 “청소년들에게 청소년 수당을 지급한다”는 아름다운 약속(約束)을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으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