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월산상가… “희망의 빛 밝혀야 합니다”
어두운 월산상가… “희망의 빛 밝혀야 합니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3.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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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악화일로… 밤 10시면 문 닫는 곳 수두룩
2021년 음식문화특화거리로… “달라진 건 없다”
즐길거리 필요… 이승주 회장 “야간경관 최우선”
월산상가번영회가 지난해 10월 열었던 ‘상다리 펴는 날’ 이벤트. 이승주 회장 페이스북 참조
월산상가번영회가 지난해 10월 열었던 ‘상다리 펴는 날’ 이벤트. 이승주 회장 페이스북 참조

요즘 ‘월산상가’는 너무 어둡다. 하지만 아직 희망의 빛을 밝힐 기회는 남았다. 내포뉴스는 이곳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월산상가번영회 이승주 회장(53)을 만났다.

월산상가는 2003년 구획 정리가 완료됐으며, 2005년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과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 등이 들어섰다고 한다. 관공서와 관련 사무실들이 있고 작지 않은 규모의 주거지역과 대학교가 인근에 있지만, 최근 상황은 좋지 않다.

이승주 회장

이승주 회장은 “인건비라도 아끼려 낮 장사를 하지 않는 곳이 꽤 있다. 오후 5시쯤 장사를 시작해 밤 10시면 문을 닫기도 한다. 가끔 곳곳을 돌며 간판 불이라도 더 켜놓으라고 독려해보지만, 손님이 없어서 그런 거라 어쩔 수 없다. 문 열고 기다려도 사장님 혼자 술잔을 기울이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2018년 정도부터 심해진 것 같다. 내포신도시로 발길이 옮겨간 영향도 있고, 팬데믹으로 달라진 문화도 이유”라고 더했다.

이 회장은 2004년 이곳에 호프집 문을 열었고, 지금은 ‘김가네 분식’을 하고 있다. 상가번영회장이 된 건 2020년의 일이다. 그는 “월산은 관공서가 있어 들르는 사람도, 머무는 사람도 있지만, 그 인원만으로 가게를 유지하긴 힘들다. 그래서 뭔가 의미가 있는 거리로 만들려는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곧 고속철도도 운영한다는 데 과연 홍성이 3시간을 머물 수 있는 곳인지 의문이다. 그렇게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산상가의 현 상황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그 가능성을 키우는 것 중 하나가 2021년 5월 조례를 통해 ‘음식문화특화거리’로 지정된 것이다. 특화거리로 지정은 됐지만, 실제 이뤄진 것이 없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말이다.

이 회장은 “2019년 상인들이 힘을 모아 거리문화축제를 열었고, 그게 교두보가 돼 음식문화특화거리로 지정됐다. 하지만 그 후에 이뤄진 건 별로 없다”며 “상가번영회 지원비가 연간 2000만~2500만원 정도 나오는데 그걸로는 일회성 행사도 힘들다. 대구에 벤치마킹을 갔었는데 참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성군은 지난해 개최한 ‘2023 글로벌바베큐페스티벌 in 홍성’의 효과를 자랑하지만, 그 기간 월산상가는 망했다. 평소 예산 투입도 그쪽에만 집중되는 것 같다”며 “군수나 군의원들이 동반성장의 길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월산상가번영회는 전문기관을 통한 SWOT 분석도 했다. △다양한 가격대 먹거리 상가 풍부 △예술과 공예인 협동조합 상주 △상가번영회의 축제 진행 경험 △인근 3개 대학의 많은 재학생 △학생층 유동 고객 풍부 △인근 아파트 입주 예정 △군청사 이전 기대감 등이 월산상가의 강점과 기회로 꼽혔다. 하지만 △상가번영회 활동 참여 저조 △폐업으로 인한 공간 △열악한 쇼핑환경 △주차 공간·쉴거리·놀거리 부족 △방학 기간 매출 감소 △다양한 고객 욕구 대응 한계 △지역대학 학생 감소 등은 단점과 위협 요소로 지적됐다.

이 회장은 “공간 차별화가 미흡한 점과 브랜드가 없다는 것, 특화거리의 인지도가 낮고, 대학과 연계사업이 부족하다는 점, 골목상권이 너무 어둡다는 것 등도 우리의 숙제”라고 부연했다.

현실은 어둡고 숙제도 많지만, 월산상가번영회는 계속 노력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물놀이, 농구대회, 상다리 펴는 날, 해넘이 행사 등 다수의 이벤트를 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월산상가번영회는 ‘같이의 가치를 만들고 스토리가 있는 월산상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비전’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상인 공동체 구축 △공유 디자인 마케팅 △특화조명과 디자인 벤치 등을 활용한 음식문화특화거리 마케팅 △예술가와 협업한 거리 조성 △대학과 문화예술인 연계 프리마켓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 등을 월산상가 발전을 위한 필요사항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문화와 상업이 공존하는 젊은 거리로 만들자는 게 우리 생각이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지역민들에게 볼거리와 먹을거리·즐길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상시 공연이 가능한 테마공원 조성, 월산상가만의 상품권 사용과 골목길 녹화, SNS 홍보를 위한 청소년 서포터즈 등 할 일은 많지만, 우선 야간경관 조성만이라도 이뤄졌으면 좋겠다. 불 먼저 밝히고 하나씩 퍼즐을 맞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승주 회장은 “청소년들이나 지역 대학생들이 월산상가에 자연스럽게 모이게 해야 한다”며 “물놀이와 농구대회 등을 해보니 기대보다 더 반응이 뜨거웠다. 희망이 없는 게 아니다. 지자체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월산상가번영회가 지난해 8월 개최한 ‘집터파크’ 행사. 이승주 회장 페이스북 참조
월산상가번영회가 지난해 8월 개최한 ‘집터파크’ 행사. 이승주 회장 페이스북 참조
월산상가번영회가 지난해 8월 진행한 콩콩콩 종합예술협동조합 놀이체험. 이승주 회장 페이스북 참조
월산상가번영회가 지난해 8월 진행한 콩콩콩 종합예술협동조합 놀이체험. 이승주 회장 페이스북 참조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월산상가번영회 해넘이 작은 음악회. 이승주 회장 페이스북 참조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월산상가번영회 해넘이 작은 음악회. 이승주 회장 페이스북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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