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학생인권 조례 ‘또다시’ 폐지
충남 학생인권 조례 ‘또다시’ 폐지
  • 이건주 기자
  • 승인 2024.03.2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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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폐지 후 충남교육청 ‘재의’ 요구
올해 1월 존치 결정… 도의회 재차 ‘폐지’ 가결
국힘 “학습권·교권 침해”… 패거리 정치 비난도
지난 19일 충남도의회의 충남 학생인권 조례 폐지 조례안 표결 결과. 사진=이건주 기자
지난 19일 충남도의회의 충남 학생인권 조례 폐지 조례안 표결 결과. 사진=이건주 기자

‘충청남도 학생인권 조례’가 끝내 폐지됐다. 

‘충청남도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은 지난해 12월 15일 충남도의회 제348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가결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1월 3일 충남교육청의 재의 요구 후 2월 2일 도의회 본의회에서 부결돼 존치됐다. 그러나 또다시 한 달 남짓만인 이달 19일 제350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박정식 의원(아산3)이 대표 발의한 폐지안이 재석의원 34명에 찬성 34명으로 가결된 것.

이번 폐지안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33명과 무소속 지민규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도의회 재적 의원은 총 46명이며, 국민의힘 33명·더불어민주당 11명·무소속 2명이다.

도의회 국힘 의원들은 “학생인권 조례로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성적지향과 성소수자, 임신·출산과 관련된 잘못된 인권 개념을 추종하고 있다”고 폐지 이유를 들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표결 전 회의장을 떠났다. 회의장을 나서기 전 민주당 김기서·김선태·조철기 의원은 반대 의견을 담은 릴레이 토론을 이어갔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김기서 의원(부여1)은 토론에서 “폐지 조례안은 학생과 학부모·교사·교직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것”이라며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 전국 최초 폐지라는 초유의 사태이며, 국제 관습법에도 위배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선태 의원(천안10)은 “토론과 대화가 없는 도의회는 유격 없는 브레이크와 같다. 대화와 토론으로 합리적인 절차를 마련하는 그 이격이 없다면 건마다 주민투표로 결정하면 된다. 쪽수가 많다고 그냥 하는 것이면 굳이 돈을 들여 의회를 만들 필요도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로 폐지안이 부결됐었는데,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폐지안을 상정해 자기 부정을 한 것”이라고 국힘 의원들의 집단 재발의를 비난했다.

또 한 번의 학생인권 조례 폐지와 관련 충남시민단체연대회의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결 이후 조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거나, 조정하기 위한 과정도, 설득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며 “박정식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인권조례가 폐지될 때까지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조례가 폐지될 때까지 의석수로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도의회에서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이 통과된 후 충남교육청은 입장문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부결 폐기된 조례안을 새로운 상황 변화 없이 다시 발의해 의결한 것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도교육청이 추구해 온 차별과 폭력이 없는 인권 친화적 학교 문화조성이라는 교육적 가치 실현이 후퇴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홍성군 장곡면에 사는 도민 A씨는 “당이 의견을 일치시켜 당 차원으로 밀어붙인다거나 하는 것은 패권·패거리 정치이며,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각자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도의회 상임위도 그 특성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의원들로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교육청은 이송일(19일)로부터 20일 내인 오는 4월 8일까지 부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법제위원회를 열어 향후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하면 도의회는 본회의 10회 안, 오는 7월 16일 안으로 표결해야 하며 이때는 지방자치법 74조에 의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지난 19일 열린 충남도의회 제35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충남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 표결에 앞서 지민규 의원이 상임위 의안 검토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이건주 기자
지난 19일 열린 충남도의회 제35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충남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 표결에 앞서 지민규 의원이 상임위 의안 검토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이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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