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모 전교, 부모 공부하면 자녀도 따라해요
서양모 전교, 부모 공부하면 자녀도 따라해요
  • 허성수 기자
  • 승인 2020.01.22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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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생활하면서 5남매 대학교수, 의사, 교사로 길러

홍주향교 서양모 전교는 평생 교직에 종사하면서 자녀들을 대학교수, 의사, 교사로 길렀다. 또한 며느리와 사위도 대학교수와 치과의사다. 서 전교는 성공한 자녀들 때문에 노년에서야 어깨가 가벼워져 주변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다. 

■교직하면서 농사도 지어 자녀들 뒷바라지 
올해 한국나이 82세라고 밝히는 서 전교가 교직에서 정년은퇴를 한 것은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교사들이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지만 자신이 교직에 있었을 때는 박봉이었다고 한다. 교직을 처음 시작했던 사립학교는 더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사립학교에 재직하다가 공립 초등학교로 옮겼지요. 공립학교보다 대접이 시원찮은데다가 부려 먹기만 해서….”

공립학교에서는 좀 더 나았지만 5남매를 가르치고 뒷바라지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그래서 그는 부업으로 농사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생활하기가 어려워 우리 두 내외가 열심히 일했어요. 식전에(이른 아침에) 일했고, 퇴근 후에도 일했어요.”

주위에서는 학교에 근무하면서 왜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느냐고 의아해 할 정도로 농사를 주업으로 삼다시피 했다. 

“그렇게 부모가 논밭에 나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성실하게 자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게 된 것도 특별한 비결이 없습니다. 제가 늘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별히 공부하라고 시키지 않았는데 제가 본을 보여주니까 아이들이 따라 했을 뿐입니다.”

서 전교는 유교가 여성을 존중하고 남녀평등을 가르치는 종교라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 연령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쉬운 인문학 교실을 열어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서 전교는 유교가 여성을 존중하고 남녀평등을 가르치는 종교라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 연령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쉬운 인문학 교실을 열어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그는 자녀 교육을 위해 TV도 집에 들여놓지 않았었다고 했다. 남들이 TV를 보는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었다. 결국 2남3녀는 모두 착실하게 공부를 해 성공했다.
 
지금 첫째 딸은 자영업, 둘째 아들은 대학교수, 며느리도 대학교수, 셋째 아들은 정신과 의사. 넷째 딸은 자영업, 다섯째 딸은 학교 교사, 막내사위는 치과 의사다. 

“자식들 공부시킨다고 논밭 다 팔아 먹었어요.”

젊었을 때 고생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그의 얼굴은 밝고 온화한 동안이다. 홍주향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 정도 된다고 했다. 퇴직 후 한참 다른 활동을 하다가 주변의 권유로 다니기 시작했다. 전교로 선출된 것은 작년 2월, 임기는 3년이다. 이제 임기 2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유교는 현세에서 사람답게 사는 길 가르쳐
유교는 종교인가? 그에게 물어보니 긍정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종교지만 기독교, 천주교와 틀립니다. 옛날 유교사상을 가르칠 때 유학을 종교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유학은 기복사상이 없어요. 내세가 없고 현세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사느냐? 하는 문제를 다루면서 종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종교라는 말을 기독교, 천주교에서 빼앗아 가버렸어요. 유학에서 강조하는 전통제례도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사느냐? 그것을 가르칩니다. 부모와 조상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습니다. 내가 복을 받으려면 생전에 부모에게 잘해야 됩니다. 내가 복을 받자고 제사를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서 전교는 부모에게 예를 갖추고 조상 숭배를 하는 것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학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굉장히 좋은 말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위해서 제사를 지내지 우리는 내세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종교는 우리보다 제사를 더 많이 지내지 않습니까.”

향교에서는 ‘석전제’라고 하는 제사를 1년에 2회 지낸다. 공자 기일에 맞춰 5월 10일, 공자 탄신일인 9월 28일을 지켜 제사를 드린다. 원래 음력으로 지켰으나 공자를 흠모하는 나라들이 모여 양력으로 날짜를 정했다고 한다. 

홍주향교 임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것이 숙제다.
홍주향교 임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것이 숙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요즘 명절 때마다 부담이 되는 여성들의 제사 음식 준비와 남존여비 사상은 유교의 폐해로 큰 도전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전교는 손사래를 치며 잘못된 인식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교도 남녀평등 사상입니다. 가정제사의 아헌을 원래 종부가 맡았어요. 초헌은 장자가 하고…, 이 사실만 봐도 여자를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또 여자에게 광 열쇠를 맡겼습니다. 여자를 무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사람들이 자꾸 나쁜 쪽으로만 얘기하지 좋은 것은 얘기를 안 합니다. 여자가 시집가면 남자를 따르라는 말도 같이 화합하면서 잘 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향교를 찾는 사람이 고령화되어 새로 입문하는 젊은 층이 없는데 대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해 보였다. 홍주향교는 지금 50대 두 사람이 제일 막내다. 60대가 대여섯 명 정도 되고, 나머지가 70대 이상이다. 

서 전교는 작년에 일반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인문학 강좌를 올해도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성균관, 지자체 등의 공모사업에 지원해 선정되면 문턱을 낮춰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특히 여성들을 위해 다도교실도 열고 청소년들을 위한 인성교육으로 예절교실도 꾸준히 실시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실시했던 유교 아카데미 강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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