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열, 공직은퇴 후 소방관리자로 새출발
박범열, 공직은퇴 후 소방관리자로 새출발
  • 허성수 기자
  • 승인 2020.09.0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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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안전소방에서 매일 외근 거래처 점검과 영업활동
취업을 한 후 한층 표정이 밝아진 박범열 충남안전소방 이사.
취업을 한 후 한층 표정이 밝아진 박범열 충남안전소방 이사.

전직 공무원인 박범열 씨는 충남도청에서 5급 사무관으로 마지막 정년을 한 후 2년만에 새 직장을 얻었다. 

올해 봄부터 출근하고 있는 그의 일터는 충남안전소방이다. 과거 공직에 있을 때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에 도전한 것이다. 매일 아침 8시까지, 보통 직장인들보다 1시간 더 일찍 출근해야 한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매일 나가다보니 이제는 습관이 됐다. 출근하자마자 회의를 하고 업무용 차로 바꿔 바로 현장으로 나간다. 회사가 관리를 맡은 빌딩을 찾아다니며 소방점검을 하고 새로운 거래처 확보를 위한 영업활동도 한다. 

이 분야에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었던 그가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으로 소방안전관리자 1급자격증을 딴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2017년 말 정년은퇴를 하고 2년 동안 새로운 일을 찾는데 실패한 그는 주변의 권유로 소방안전관라자 자격증에 도전했다. 그가 살고 있는 내포신도시에 업무용 빌딩이 많아 건물관리소장이라도 할 요량이었다. 

안 그래도 그가 활동하고 있는 시니어노동조합의 동료 조합원들 상당수가 건물관리소장들이었다. 전국시니어노동조합 충남지역본부가 2019년 1월 창립하면서 그는 사무국장을 맡고 있었는데 박현조 위원장이 그에게 건물관리직을 강력하게 권유했다. 그 역시 박 씨처럼 공직에 있다가 정년은퇴 후 70대 나이에 건물관리소장을 하고 있었다. 

박 씨는 박 위원장의 충고로 우선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을 따기로 하고 대전에 있는 관련협회의 교육에 참여했다. 5일 과정의 교육으로 일정액의 수강료를 지불하고 등록했다. 처음 이틀은 내포신도시에서 대전까지 승용차로 통원을 했다. 그러나 사흘째부터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 길에서 하루 3~4시간 허비하는 것이 아까워 교육장 근처 숙소를 얻어 마지막 날까지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처음 접해 보는 분야라 워낙 새로운 용어들이 많고 어려워 출석수업 정도로 생각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었다. 더욱이 마지막 다섯째 날은 자격시험을 치르기로 돼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목표를 소방안전관리자 1급으로 높게 잡았다. 그만큼 난이도가 높았기에 사흘째 날부터 길에서 보내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아끼며 숙소에서 고3 수험생처럼 집중력을 발휘하며 공부했다. 그 결과 그는 마지막 날 웃을 수 있었다. 시험을 치고 나서 바로 발표된 1급 자격증 합격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랐다. 

그러나 그는 뒤늦게 후회하면서 쓸쓸하게 웃었다. 내포신도시에서는 1급 자격증을 필요로 할 만큼 큰 빌딩이 몇 개 안 된단다. 대부분 소방안전관리자 2급 자격증으로 관리가 가능한 빌딩들이라는 것이다. 

한 가지 경쟁력을 확보해놓고 자신감으로 차 있었지만 막상 일자리가 얼른 생기지 않았다. 자리가 빈 곳이 없어 잠자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박현조 위원장이 당시 자신이 관리소장으로 있던 건물의 소방관리를 맡고 있던 충남안전소방 관계자에게서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박 씨 이야기를 했다. 

주로 은퇴자들이 이모작인생을 살면서 노동자 권익옹호를 위해 창립한 전국시니어노조 충남지역본부 1주년 행사 때 임원들. 맨 왼쪽이 박범열 사무국장, 세 번째가 박현조 위원장이다. 박현조 위원장이 박범열 사무국장의 취업을 위해 도움을 많이 줬다. 

그의 소개로 면접을 본 박 씨는 바로 채용이 결정됐다. 그러나 처음 한두 달은 힘들었다. 평생 안 했던 일이어서 자격증을 땄다고 만물박사처럼 척척 업무를 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공무원 시절 몸에 익은 성실성으로 매달리며 업무를 한 가지 익혀 나갔다. 그의 꼼꼼한 업무 스타일을 높이 평가한 회사는 수습과정을 거친 후 그에게 ‘이사’라는 직함을 부여했다.

그러나 박범열 이사는 회사에서 가장 말단사원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업무용 경차를 몰고 골목을 누비고 있다. 

“정년은퇴 직후 충청남도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 다녔는데 그 때 받았던 교육이 지금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박 이사는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자로서 누구나 겪게 될 인생이모작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노후에도 일을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0년 이상 일해서 노후를 탄탄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찾아서 일해야 사회 일원으로서 역할도 다 하는 것이죠. 현역시절 노하우를 살려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일에 대해 두려워하는 마음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두려움을 해소시켜야 보람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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