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노후, 선물 같은 시간이 되도록…
길어지는 노후, 선물 같은 시간이 되도록…
  • 노진호
  • 승인 2020.07.13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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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맞춤돌봄서비스… 홍성군, 3개 기관서 1100여명 케어
생활지원사들 가정방문·안부전화… 정서함양 프로도 진행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 유경숙 생활지원사와 ‘느리실이 주는 선물’ 참여 어르신들이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 유경숙 생활지원사와 ‘느리실이 주는 선물’ 참여 어르신들이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1번 김정자, 2번 김정자…”

7월이 아직 조금 어색했던 어느 날(2일) 홍성군 서부면 느리실마을의 오후는 이 같은 출석체크로 막을 열었다.

이날 느리실마을에서는 농촌 노인 정서함양 원예치료 프로그램인 ‘느리실이 주는 선물’이 진행됐고, 이번이 총 10번의 수업 중 여섯 번째였다. 총 10명의 어르신이 참여하고 있으며, 모두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들이다.

강의를 맡은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 유경숙 생활지원사는 손 소독과 발열 체크 후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물었다. 또 ‘안동역에서’란 노래에 맞춰 건강박수를 치며 몸을 풀기도 했다.

트로트 가락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나니 어르신들의 표정은 한결 밝아보였다. 유 생활지원사가 “오늘은 향주머니를 4개나 만들 거예요”라고 말하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와~”하고 좋아했다.

향주머니를 ‘4개나’ 완성한 어르신들은 파인애플 민트 모히토(Mojito)를 직접 만들어 조금은 언밸런스(?)해 보이는 간식 ‘개떡’과 함께 작은 파티를 열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만든 모히토는 물론 무알콜이었다)

모두에게 선물 같은 시간인 이 프로그램은 (사)홍성도농교류센터가 기획해 홍성군농업기술센터의 후원으로 진행 중이며,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하나로 참여하고 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보건복지부가 ▲노인돌봄기본서비스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단기가사서비스 ▲독거노인 사회관계활성화 ▲초기독거노인 자립지원 ▲지역사회자원연계 등 기존의 6개 노인돌봄사업을 통합·개편해 올해 1월 2일부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사업 시행에 맞춰 ▲사업 간 칸막이를 해소해 서비스 종류가 다양해진다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생활권역별 수행기관이 책임 운영된다 ▲가구방문 서비스 외에도 참여형 서비스가 신설된다 ▲은둔형·우울형 노인에 대한 서비스가 확대된다 등으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소개한 바 있다.

홍성군에서는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과 올리브재가노인종합지원센터,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가 수행기관으로 참여 중이다. 이들은 생활권역별로 나눠지는데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은 홍성읍·홍북읍·홍동면의 어르신 389명을, 올리브재가노인종합지원센터는 광천읍·금마면·장곡면의 405명을,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는 갈산·결성·서부·구항·은하면의 365명(이상 7월 7일 기준)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처음 접한 것은 지난달 초(4일) ‘적십자와 함께하는 이동빨래방’ 취재현장이었다. 이때 알게 된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를 찾아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봤다.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 윤옥렬 시설장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노인의 나이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더 즐겁고 행복한 노후를 위한 일”이라고 정의했다.

앞서 말했듯 홍성에는 3개의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수행기관이 있고, 기관마다 32명씩의 생활지원사가 있다. 이 생활지원사들이 가정방문과 안부전화 등으로 대상자들을 돌보게 된다.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의 경우 일반 돌봄군은 주1회 방문·주2회 전화를, 중점 돌봄군은 주2회 방문·주2회 전화가 원칙이다.

센터 맞춤돌봄팀 이정희 사회복지사는 “생활지원사 선발 시 요양보호사 경력 등을 참고하긴 하지만 특별한 자격기준은 없다”며 “계속 배워가며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센터의 생활지원사는 30대 초반부터 6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며 “지속적인 교육과 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눈다”고 덧붙였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는 각 읍·면에서 추천하면 수행기관에서 현장조사 등을 한 후 군에 승인을 요청한다. 또 일반 돌봄군은 1년마다, 중점 돌봄군은 6개월마다 ‘재사정’을 하게 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단순 의식주 지원을 넘어 어르신들 심신의 건강을 모두 돌보고 있다.

‘느리실이 주는 선물’ 프로그램도 ▲1회기 강사-대상자 라포 형성 ▲2~3회기 정서적 안정감과 감정 재인식 ▲4~6회기 기억력 증진, 가족관계와 나의 역할 재인식 ▲7~9회기 위로하고 위로받기 ▲10회기 회상 감정 공유 등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정희 사회복지사는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어르신들과의 라포(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 형성”이라며 “경계가 풀어지면 말 그대로 가족 같은 사이가 된다”고 전했다.

“기분 좋게 사는 거지, 자식들 건강이지 뭘 더 바라겠어, 손자가 빨리 장가가야 하는데…”

그날 느리실마을에서 어르신들이 향주머니에 담을 소원에 대해 한 말이다. 그 중 “뭐 가는 날, 그냥 슬그머니…”라는 한 어르신의 말이 가슴에 남았다. 어쩌면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누구든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 이정희 사회복지사가 어르신들의 향주머니 만들기를 도와주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 이정희 사회복지사가 어르신들의 향주머니 만들기를 도와주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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