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년 역사, 접장 위패 119개… “바로 예덕상무사입니다”
169년 역사, 접장 위패 119개… “바로 예덕상무사입니다”
  • 노진호
  • 승인 2020.12.10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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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덕상무사 윤철현 반수
해마다 3월 마지막 날 공문제… “내포보부상촌에 사당 건립”
해학 담긴 보부상 난전놀이… “무형문화재 지정해 계승해야”
내포보부상촌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예덕상무사 위패 사당. 사진= 노진호 기자
내포보부상촌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예덕상무사 위패 사당. 사진= 노진호 기자

지난 7월 24일 문을 연 ‘내포보부상촌’은 전국 유일 보부상 테마파크다. 내포보부상촌이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예산 덕산지역이 보부상 문화의 거점이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보부상은 전국에 분포한 것으로 알려지며, 그 중 충남지역에서 특히 활성화 됐다. 그 이유는 포구와 비옥한 평야, 한양과 가깝다는 내포지역의 지리적 장점과 사대부들의 경제 근거지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그 기록이 전해지는 보부상 단체는 전국에 6곳이 있다. 그 중 우리 지역에서 보부상 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예덕상무사’ 윤철현 반수(매헌윤봉길월진회 상임이사)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수’는 명예직으로, 접장을 역임한 사람 중 추대된다.

예덕상무사는 충남 예산과 덕산, 당진, 면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철현 반수는 “예덕상무사는 그 어떤 보부상 단체보다 남아있는 자료가 풍부하다. 1851년부터 기록이 남아있다. 적어도 169년의 역사는 확실히 입증된 셈”이라며 “해마다 3월 마지막 날 ‘공문제’를 한다. 접장 이상만 위패를 봉안하는데 119개의 위패가 사당에 모셔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 120대 접장이며, 2019년 공문제 때 121대 접장을 뽑았다”고 덧붙였다.

예덕상무사가 예산군에 기탁한 국가민속문화재 제30-2호 보상선생안 표지. 예산군 제공
예덕상무사가 예산군에 기탁한 국가민속문화재 제30-2호 보상선생안 표지. 예산군 제공

예덕상무사는 지난 11월 18일 국가민속문화재 제30-2호인 보부상 유품 25점을 예산보부상박물관에 영구 기탁하기도 했다.

윤 반수는 또 “공문제는 지소에서 사람들을 모아 영접을 하고 접장을 선출하게 된다. 또 다양한 여흥과 오락을 즐긴 후 해산하게 된다”며 “공문제는 단체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였지만, 그 계승을 위해 충남의 4개 단체는 최근 표준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덕상무사의 이전 공문제는 덕산장터 등에서 했지만, 내포보부방촌 내에 사당이 생겨 올해는 그곳에서 진행했다”고 부연했다.

‘공문제’란 조선 후기 보부상들이 총회를 열 때 상무사의 공문을 모셔 놓고 올리는 제사를 가리킨다.

윤 반수에게 ‘보부상’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그는 “보부상은 유통경제의 원형을 만들었다. 보부상으로 인해 지역의 5일장이 활성화 되고, 다른 지역과의 교류(유통)가 가능해진다. 그러면서 보부상도 조직화 되고, 그 시대의 시장경제도 발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윤 반수는 “보부상은 나라의 위기 때는 정보원 역할도 하고 독립군에게 군량미를 전달하기도 했다”면서도 “일제 때는 일본군에 포섭돼 동학과 대립하기도 했다. 살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겠지만 분명 오욕의 역사이고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더했다.

그는 이어 “잘못된 지점이 있었다고 해서 그 전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지역의 전통문화로써 전승·보전해야 한다”며 “예덕상무사도 일제 때 명맥이 끊겼다. 그럼에도 그 기록이 남아있는 것은 선조들이 공문이나 위패 같은 것을 지붕이나 화장실 등에까지 숨기며 전해준 덕분이다. 우리도 그것을 후대에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부연했다.

사단법인 예덕상무사의 현재 회원 수는 50명 정도라고 한다. 윤 반수는 “초창기에는 부모나 조상이 보부상을 했던 분들이 참여했고, 시대가 바뀌면서 보부상이 성행했던 지역의 주민들이 함께하고 있다”며 “우리 회원들의 평균연령은 70대고, 가장 연세가 많은 분은 여든다섯”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쉽지 않다. 또 전문가들도 함께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긴 마찬가지”라며 “행정적 지원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 또 내포보부상촌 전수관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부상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난전놀이’다. 예덕상무사도 해마다 20회 정도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공연을 하고 있다. 이들은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개막식에도 참가했으며, 2011년에는 중국 하얼빈에도 보부상의 매력을 알렸다.

윤 반수는 “난전놀이는 손님을 끌기 위함이지만, 그 시대에 대한 해학이 담겨 있다”며 “제대로 전승·보전하려면 반드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전통문화는 지역민이 함께 지켜가야 한다”며 더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예덕상무사 120대 접장을 지낸 윤철현 반수. 그는 매헌윤봉길월진회 상임이사도 맡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예덕상무사 120대 접장을 지낸 윤철현 반수. 그는 매헌윤봉길월진회 상임이사도 맡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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