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누빈 보부상, 전국 유일한 내포보부상촌
전국을 누빈 보부상, 전국 유일한 내포보부상촌
  • 노진호
  • 승인 2020.12.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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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28일까지 기획전시… “전국의 보부상 유품 한곳에”
저잣거리·놀이·체험공간 등… “가족 산책 삼아 오기에도 좋아”
매일 밤 일루미네이션 불빛 쇼도 눈길… 주변 볼거리도 풍부
전국 유일의 보부상 테마파크인 ‘내포보부상촌’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내포보부상촌 제공
전국 유일의 보부상 테마파크인 ‘내포보부상촌’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내포보부상촌 제공

‘보부상’은 보상(褓商)과 부상(負商)을 총칭하는 명칭이며, 보상은 보자기에 싸서 들거나 질빵에 걸머지고 다니며 판매했고, 부상은 상품을 지게에 얹어 등에 짊어지고 다녔다고 한다. 솜 달린 패랭이(대나무 줄기를 엮어 만든 작고 둥근 갓)를 쓰고 봇짐이나 등짐을 진 채 전국 시장을 떠돌던 보부상은 ‘장돌배기’, ‘장돌님’, ‘돌림장수’, ‘장꾼’ 등으로도 불린다.

조선의 유통경제 주역이었던 이들은 전국적으로 활약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금 그 기록이 전해지는 건 충청권 4개와 경상도의 2개 단체뿐이다.

한 푼을 벌기 위해 오리(五里)를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이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충남도청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닿는 ‘내포보부상촌(예산군 덕산면 온천단지1로 55)’이다. 타 지역에도 보부상 관련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 등은 있지만, 오롯이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곳은 전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내포뉴스는 내포보부상촌 내에 있는 예산보부상박물관 기획전시 ‘기록으로 보는 보부상’을 계기로 이곳을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기로 했다. 이번 기획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기록으로 보는 보부상’ 기획전시는 지역별 보부상의 고유성과 전체의 공통성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다. 사진= 노진호 기자
‘기록으로 보는 보부상’ 기획전시는 지역별 보부상의 고유성과 전체의 공통성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다. 사진= 노진호 기자

예산보부상박물관 정원표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내포보부상촌 개관을 기념하는 것과 함께 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축하하는 의미도 있다”며 “국가민속문화재 제30호(1~6호)로 지정된 보부상 유품을 처음으로 한 곳에 모은 것으로, 각 지역 고유성과 전체 보부상의 공통성을 비교해보시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동여지도’이다. 정 학예사는 “대동여지도는 고지도 중 도로가 가장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지도를 통해 보부상들의 ‘길 위의 삶’을 상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장시는 농민들이 하루 만에 장을 볼 수 있는 지역적 점위를 한계로 하며, 대개 30~40리 간격이다. 장과 장을 떠돌던 보부상들의 하루 이동거리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예덕상무사’는 충남 예산과 덕산·당진·면천 중심으로 활동했다. 예덕상무사 관련 전시물 중에는 ‘접장 직인’과 공무제 행진 등에 쓰인 ‘청사초롱 철구’가 눈에 들어왔다.

‘원홍주육군상무사’는 충남 청양과 홍성·대흥·보령·결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의 유품 중에는 ‘선생선안’이 있는데 이는 초대 접장인 임인손부터 1962년 접장인 양인석까지 110여명의 역대 접장 명단이다. ‘선생선안’은 12면 병풍 모양으로, 한식 등의 행사 때는 제단에 세워 위패 역할도 했다고 한다.

‘고령상무사’는 경북 고령지역에서만 활동했다는 점이 다른 보부상과 구별된다. 이들에 관한 전시물은 ‘반수선생안’이 있는데 ‘반수’란 명예직으로 접장을 지낸 사람들 중 추대된다. ‘반수선생안’에는 백초산에서 이도환에 이르는 90여명의 명단이 기록돼 있다.

‘창녕상무사’는 경남 창녕과 밀양지역 중심으로 활동했다. 1885년 밀양 지역 분리 후 현풍·창녕·영산을 관할했고, 1900년 이후 현풍이 분리돼 창녕과 영산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창녕상무사 유품 중에는 ‘완문’이 눈에 띈다. 이는 경남 양산 원동 좌지사안과 절목을 기록한 것으로, 중앙 및 지방관이 보부상단에 관여한 정황을 볼 수 있다.

‘저산팔읍상무사’는 충남 한산·서천·부여·홍선·임천·비인·남포·정산을 기반으로 한다. 저산팔읍상무사는 좌사와 우사로 나뉘는데, 좌사는 등짐장수(부상) 중심, 우사는 봇짐장수(보상) 중심이다. 좌사의 본부는 홍산, 우사의 본부는 임천이라고 한다.

‘저산팔읍상무사’ 관련 전시물 가운데는 ‘촉작대’가 있었다. 촉작대는 끝에 쇠로된 촉이 달려있는 지게작대기이며, 호신용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또 이 촉작대는 손잡이에 조선 태조가 하사했다는 용문양이 조각돼 ‘용장’이라고도 불렀다.

예산보부상박물관의 상설전시는 예산홍보관과 내포이야기, 보부상이야기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4D영상관과 유통문화체험관도 운영 중이다. 정 학예사는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4D영상관과 유통문화체험관의 게임을 특히 좋아한다”고 전했다.

내포보부상촌과 예산보부상박물관 기획전시 취재를 도와 준 (왼쪽부터)조재영 주문관과 정원표 학예연구사. 사진= 노진호 기자
내포보부상촌과 예산보부상박물관 기획전시 취재를 도와 준 (왼쪽부터)조재영 주문관과 정원표 학예연구사. 사진= 노진호 기자

기획전시실은 나온 후 내포보부상촌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내포보부상촌 답사는 예산군 조재영 주무관이 도와줬다.

내포보부상촌은 ‘내포문화권 특정지역 개발계획 확정 고시(2004년)’에 따라 보부상 문화 거점지인 예산 덕산지역에 6만 3695㎡(약 1만 9000평) 규모로 조성됐으며, 저잣거리와 부대시설, 놀이시설, 체험공방, 편의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내포보부상촌에 들어서면 펼쳐지는 것이 저잣거리다. 식당과 매점, 기념품점 등이 있는 이곳에서는 보부상 옷을 입어보고 도구도 써볼 수 있다.

체험공방에서는 목공예와 두부 만들기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체험 하나의 소요 시간은 30분 정도라고 한다. 조재영 주무관은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 체험의 방향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며 “어린이들을 위한 목재 놀이시설과 동물농장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내포보부상촌의 인기 아이템은 바닥분수였다고 한다. 계절이 바뀌어 바닥분수 운영은 중단됐지만, 매일 밤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일루미네이션 불빛 쇼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이곳은 계절별 주제를 정해 축제도 진행하고 있으며, 스플라스 리솜과 연계한 제휴할인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 더불어 오는 12~13일 오후 1시에는 문화가 있는 날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지난 7월 개관 후 내포보부상촌의 누적 입장객은 3만 4000명 정도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운영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 적지 않은 수치다.

조재영 주무관은 “내포에 사시는 학부모들이 많이 오는 편인데 ‘전에는 주말에 보통 서산해미읍성을 갔는데 가까운데 올만한 곳이 생겨 좋다’고 만족스러워 한다”며 “아이들과 산책 삼아 오기에도 좋은 곳”이라고 추천했다. 그러면서도 “보부상 관련 기념품이나 전통 먹을거리 개발, 전시 확대 등은 숙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내포보부상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장점이 주변에 가볼만 한 곳이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예산 관광의 연계거점 역할을 해야 할 내포보부상촌 주변에는 수덕사, 충의사, 추사고택, 임존성, 예당호(출렁다리), 가야산, 덕산온천관광단지, 한국고건축박물관, 예산황새공원, 봉수산자연휴양림, 의좋은 형제공원, 아그로랜드, 치유의 숲 등이 있다. 예산을 조금 지나 홍성까지 시야를 넓히면 선택지는 훨씬 더 다양해진다.

내포보부상촌은 화~금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요금, 예약 등 기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www.yesan.go.kr/bobusang.do)를 참고하거나, 전화(☎041-337-8830)로 문의하면 된다.

내포보부상촌 가이드 맵. 공식 홈페이지 참조
내포보부상촌 가이드 맵. 공식 홈페이지 참조
내포보부상촌 야경. 내포보부상촌 제공
내포보부상촌 야경. 내포보부상촌 제공
호신용으로도 쓰였던 촉작대. 사진= 노진호 기자
호신용으로도 쓰였던 촉작대. 사진=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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