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의 집 ‘갈등’ 풀릴까
이응노의 집 ‘갈등’ 풀릴까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3.15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작 스튜디오 입주작가들, 업무 차질·갑질 등 문제 제기
11일 대화의 장… 3기 박용화 작가 ‘명예 회복’도 촉구
유대근 역사문화시설관리사업소장·김기철 군의원 “해법 강구”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3·4기 입주작가 5명과 홍성군 역사문화시설관리사업소 유대근 소장, 김기철 홍성군의원이 11일 오후 홍주성역사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3·4기 입주작가 5명과 홍성군 역사문화시설관리사업소 유대근 소장, 김기철 홍성군의원이 11일 오후 홍주성역사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이하 이응노의 집)이 창작 스튜디오 입주작가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가 있었다. ▷본보 홈페이지 1월 8일 보도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3·4기 입주작가 5명과 홍성군 역사문화시설관리사업소 유대근 소장, 김기철 홍성군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행정복지위원장)은 11일 오후 홍주성역사관에서 마주앉았다.

이에 앞서 입주작가들은 지난해 12월 16일 홍성군 홈페이지를 통해 ‘이응노의 집 제4기 입주작가 도록 제작 업무 지연 해결 촉구’라는 제목의 공개민원을 제기한 바 있으며, 같은 달 23일 국민신문고에도 민원을 접수했다. 또 3·4기 작가 6명은 지난해 12월 30일 김석환 군수와의 면담도 가졌다. 이들은 이응노의 집 업무처리에 대한 ‘합리적 시정’과 담당 문화시설팀장과 학예연구사에 대한 ‘합당한 징계’를 요구했다.

입주작가들은 담당 학예사 이름으로 한 언론사에 게재된 ‘창작 스튜디오 축사 이미지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란 기고문의 사실왜곡과 결과자료집의 일방적 편집, 창작 스튜디오 퇴실 강요, 담당 팀장과 학예사의 소극행정과 갑질 등을 주장했다.

이에 홍성군은 ‘계약 사항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으며, 담당 팀장 역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후 군은 계약 기간이 만료된 해당 학예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이 외의 조치는 없었다.

이응노의 집을 둘러싼 문제들이 수면 위로 불거지고 3개월쯤 지나 마련된 이번 간담회에서는 △3기 박용화 작가 강제 퇴실 △4기 결과자료집 출간 △소통 시스템 부제 △학예팀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3기 박용화 작가는 “당시 이응노의 집 측은 위반사항 6가지를 근거로 강제 퇴실 조치를 했지만, 동료 작가 증언 등으로 5가지는 거짓임이 밝혀졌다. 나머지 하나는 개인전 불이행이었는데 개인전은 계약상 의무사항도 아니었다”며 “이후 퇴실 명령서가 다시 왔고, 그 사유는 군수 명령이었다. 그런데 지난 연말 면담 때 군수님께 물어보니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입주작가들은 박용화 작가의 명예회복을 위한 퇴실 명령 무효화와 창작 스튜디오 재입실을 요구했다.

김기철 의원은 “퇴실은 최후의 수단인데 경고나 주의도 없이 그렇게 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더 신중했어야 한다”며 “퇴실 명령 취소 처분 공고 등의 문제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소장도 “당시 절차가 부족했던 것 같다. 가능한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입주작가들은 4기 결과자료집의 사실왜곡도 지적했다. 이에 유 소장이 작가들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후 이달 내로 출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더했다.

입주작가들은 결과자료집 제작 업체의 ‘월권’도 거론했다. 이 문제에 대해 유 소장은 “권위 있는 업체라 거래하고 있지만, 문제가 있다면 교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입주작가들은 이응노의 집의 ‘불통’을 꼬집었다. 이들은 “담당 학예사, 팀장, 기관, 군수님 모두 소통이 불가능했다. 지금도 정작 문제의 당사자인 팀장과 학예사의 목소리는 못 듣고 있다”며 “다들 작가들의 특이한 성향으로만 취급하고, ‘어차피 떠날 사람들’로 치부해 시간만 끌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유 소장은 “분기별 간담회 등 소통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3·4기 입주작가들은 학예팀의 전문성 부족도 지적하며 “전시나 자료집 등 작가들의 일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해도 담당 팀장은 학예사의 편에만 서 문제를 차단하기 급급했다”며 “세계적 거장의 이름을 내건 이응노의 집이지만 학예팀 수준은 엉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당 팀장은 지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 소장은 “이응노의 집 학예사 2명(8급)은 채용해 임용절차를 진행 중이고, 7급 학예사 1명을 더 충원할 것”이라며 “담당 팀장은 업무상 공백을 막기 위해 인사 조치를 미뤄놓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3·4기 입주작가들은 끝으로 “공식 민원에 대한 답변을 보면 군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응노의 집 홈페이지를 통해서라도 공식 사과와 개선 약속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한 작가는 “창작 스튜디오 입주 대상을 충남 도내로 제한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운영 범위 축소는 안 될 말”이라고 당부했다.

김기철 의원은 “창작 스튜디오의 본 취지를 못 살리고 안 하니만 못한 곳이 된다면 아예 없애야 할 것”이라면서도 “하려면 운영방식을 손 봐 제대로 해야 한다. 홍성군의회에서도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