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즐기고 나누며 사는 것… “하루하루 이뤄가고 있습니다”
함께 즐기고 나누며 사는 것… “하루하루 이뤄가고 있습니다”
  • 노진호
  • 승인 2020.12.14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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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운대학교 박현옥 교수
인문도시사업단장… “수당고택 활용사업 성공적”
사회서비스대학장… “지역사회와 소통·가치 공유”
98년 청운대에… “기숙사 사감시절 잊을 수 없어”
앞으로의 꿈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고파”
‘하루하루 이뤄가고 있는’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 박현옥 학장. 사진= 노진호 기자
‘하루하루 이뤄가고 있는’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 박현옥 학장. 사진= 노진호 기자

#1 사회서비스이룸봉사단 발대식(12월 5일) #2 공간디자인학과 제20회 졸업작품 전시회(10월 7~12일) #3 예산 수당고택 2020 고택·종갓집 활용사업 개막식(6월 11일)…

얼핏 보면 쉽게 연결이 되지 않는 각각의 이벤트지만, 분명 공통분모가 있는 일들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공통분모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청운대학교 박현옥 교수이다. 그는 1998년 청운대 인테리어디자인학과(현 창의융합대학 디자인학부 공간디자인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현재 청운대 인문도시사업단 단장과 사회서비스대학 학장도 맡고 있다.

박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건 ‘인문도시사업단장’으로다. 청운대 인문도시사업단은 올해 ‘예산 수당고택(修堂古宅·국가중요민속문화재 제281호)에 깃든 이남규 선생의 정신·문화이해’ 사업을 펼쳤다. 이 사업은 문화재청, 충남도와 예산군이 함께했다.

수당고택 활용사업은 지난 11월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서 사업을 진행한 박 교수의 감회가 궁금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개막이 늦춰지면서 조급함이 생기기도 했지만, 안동 현장 답사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을 해낼 수 있었다”며 “개막식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음악회도 아무 탈 없이 잘 치렀다. 하늘이 도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회 무대에 오른 가수 조명섭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음악적인 평가가 아니라 아직 어린(1999년생) 나이임에도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이 남달랐다”고 덧붙였다.

올해 수당고택 활용사업에는 한서대 안외순 교수,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식 과장, 청운대 조춘봉·김상구 교수, 매헌윤봉길월진회 이태복 회장, 예산역사연구소 박성묵 소장, 공주대 정남수 교수 등이 강사로 나섰으며, 충남보훈공원과 홍주제과기술학원 등에서 외부 일정도 소화했다.

지난 8월 21일 열린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75주년 광복절 기념 제3회 수당고택 음악회 무대에 선 가수 조명섭. 사진= 노진호 기자
지난 8월 21일 열린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75주년 광복절 기념 제3회 수당고택 음악회 무대에 선 가수 조명섭. 사진= 노진호 기자

박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원래 50명 정도였던 프로그램별 참여인원이 10~15명으로 줄었다. 프로파간다(선전)의 측면에선 아쉬울 수 있겠지만, 소수를 상대로 제대로 하면 더 좋을 수도 있다”며 “한 명 한 명에 더 정성을 들였고, 수당고택의 가치를 더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행사가 ‘양’을 추구했다면 이젠 ‘질’이 중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새로운 방식’의 밑거름이 됐다고 자부한다”고 보탰다.

수당고택 활용사업은 ‘커튼콜’을 남겨놓고 있었다. 박 교수는 “강의자와 청취자, 지역주민, 진행 스태프 등을 15명 내로 초청해 ‘내부평가회’를 하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이남규 선생의 문집을 토대로 만든 시나리오로 7분 정도의 연극 공연도 계획 중이다. 잘만 되면 수당고택으로 무대를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강의 텍스트와 행사 스케치(사진), 언론 보도, 내부평가회 때 실시할 설문 등을 모은 보고서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육자로서의 기본 임무와 인문도시사업단장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박 교수에게 지난 7월 직함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 학장’이다.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은 2018년 교육부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 단년사업에 선정되며 4개 학과 101명으로 첫발을 내디딘 후 2019년 다년사업(2+2년)으로 선정됐고, 현재는 6개 학과로 확대됐다.

그는 지난 9월 내포뉴스와 만났을 때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평생교육’의 중요성도 더 커졌다. 사회서비스대학은 교육 확장의 개념이며 ‘재교육이자 새교육’”이라고 정의하며 “대학이 지역사회를 더 서포트 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회서비스대학의 출발점”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가치의 확산과 공유’에 대해 강조한다. 그의 그런 생각은 얼마 전 또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 ‘사회서비스이룸봉사단’은 지난 5일 발대식을 가졌다. 이 봉사단은 사회서비스대학 6개 봉사동아리(학생 100명)로 구성됐으며, 성인학습자 스스로 다양한 형태의 봉사동아리를 운영함으로써 지역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비스 분야를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학장 취임 후 학과별 봉사동아리 조직을 시작했고, ‘이룸’이란 이름에는 의미 있는 일을 하루하루 이뤄가겠다는 뜻이 담겼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따로 또 같이’, ‘온&오프’의 방식으로 활동해 나갈 것”이라며 “우선 ‘독거노인=김치, 소외계층=연탄, 소년소녀가장=제과제빵’ 등의 테마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사회서비스이룸봉사단은 지난달 29일 각자 집에서 동치미를 담가 지역봉사단체를 통해 독거노인 60가구에 전달했으며, 이달 13일에는 은하면과 갈산면 3가구에 연탄 1300장을 선물했다. 또 내년 초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이벤트도 계획 중이다.

박 교수는 사회서비스대학 학장으로서 카드 한 장을 더 꺼냈다. 그는 “각 전공과 생활예술, 사회, 인문학 관련 저명인사들로 짜인 ‘비교과’ 강의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게 아닌 체험 후 자격증까지 연동이 되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이라며 “아마 내년 1월쯤 시작해 5월 정도까지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청운대 재학생이 우선이겠지만,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자리도 30%쯤 오픈할 생각”이라면서도 “자세한 방식은 더 고민해야 하고, 코로나19 상황도 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교수가 청운대에 온지 어느덧 횟수로 23년째다. 조금 뜬금없긴 했지만, 그에게 추억 하나만 꺼내 달라고 청했다.

박 교수는 “청운대에 오자마자 기숙사 사감을 맡았다. 그때 내 나이가 만으로 서른다섯이었다”며 “그땐 학교에 기숙사가 없고 오피스텔 한 동에 여학생만 38명인가 있었다. 나도 거기에 2년을 같이 살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학교 조직도에는 없었지만 일종의 ‘생활관장’을 맡은 것이다. 학생들과 하자보수반을 만들어 집도 고치고, 매일 밤 점오도 했다. 처음 온 학생들에게는 길도 가르쳐주고, 새벽에 춥다고 전화 오면 쓰던 전기장판도 가져다 줬다”며 “힘든 면도 있었지만 가르치는 것과 함께 아이들을 잘 살게 하는 것도 소명이란 생각으로 한 일이다. 사감생활 7년간 아무 사고도 없었고, 기숙사 수도 학생 수도 늘었다. 그 기간이 이 학교를 더 사랑하게 만든 것도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교수는 “기숙사 근로조교를 했던 학생 3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 중 1명은 현재 학교 직원으로 있다”며 “얼마 전 결혼한 한 친구는 신혼여행 중 내 집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또 내가 예전에 입원했을 때 그 아이들이 돌봐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신설학과로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아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게 10년 이내에 ‘대통령상’을 배출하자는 것이었다”며 “당시 대통령상은 대외봉사와 교내활동, 전공 점수 등을 다 평가했고, 총 인원이 한 학교에 한 명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전북 정읍에서 온 유수진이란 학생이 내 목표를 이뤄졌고, 나도 일조를 한 듯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모든 영역에 영향을 줬고, 대학도 마찬가지다. 20년 넘게 강단에 선 그에게 앞으로의 대학에 대해 물었다.

박 교수는 “비대면 수업이 자리 잡으려면 교수들이 더 풍부하고 좋은 교재를 준비해야 한다. 오히려 수업의 질을 높일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예를 들어 70~80%를 온라인으로, 20~30%를 오프라인으로 하면 그 20~30%를 차별화해야 한다. 소규모의 밀도 있는 수업이 필요한 것이다. 교육자와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인간관계의 경험이 적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삶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분야에서 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비교과’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한 사람이 평생을 전인적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토대를 만들고, 공동체의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게 대학이다. 그 역할을 더 체계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터뷰 말미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물었다. 박현옥 교수는 “인문도시사업단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사회서비스대학에서 지역과 더 소통하고 있다”며 “다음 목표도 ‘평생학습, 평생놀이’란 내 콘셉트에 맞춰 함께 즐기고 나누며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퇴직 후 65-85 재단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리고 지구를 떠나는 날 가장 행복한 게 내 꿈”이라고 전했다.

지난 5일 개최된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 ‘사회서비스이룸봉사단’ 발대식 기념촬영.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 제공
지난 5일 개최된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 ‘사회서비스이룸봉사단’ 발대식 기념촬영.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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