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합니다”
  • 노진호
  • 승인 2021.01.26 12: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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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조현정 센터장
1999년 12월 센터에… “당시엔 방 한 칸, 상담원도 혼자”
2016년 4월 센터장에… “SNS 영향 자해 문제 늘고 있어”
내포뉴스와 연간기획… “위기청소년 지원 관심·동참 기대”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나누며 행복을 키워주는 곳이다. 사진은 (왼쪽부터)윤대우 팀원, 이윤정 팀장, 조현정 센터장, 김초롱 팀원, 김용주 팀원. 사진= 노진호 기자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나누며 행복을 키워주는 곳이다. 사진은 (왼쪽부터)윤대우 팀원, 이윤정 팀장, 조현정 센터장, 김초롱 팀원, 김용주 팀원. 사진= 노진호 기자

‘날마다 비상, 청소년의 고민 나누미’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홈페이지(www.hssd1388.com) 메인 화면에 새겨진 글귀다. 1994년 10월 16일 문을 연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어려움에 노출돼 있는 청소년들에게 원스톱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포뉴스는 2021년 하얀 소의 해(辛丑年)를 맞아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함께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로 했다. 센터의 다양한 상담·지원 사례를 담을 이번 연간기획은 오는 2~11월 진행될 예정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기에 앞서 조현정 센터장(43·사진)을 만나 홍성군청소년상담센터와 청소년 복지에 대한 과외를 받았다. 그와의 만남은 지난 20일 광천에 있는 센터 사무실(광천읍 홍남로 744번길 14)에서 이뤄졌다.

조현정 센터장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기능은 ‘청소년복지지원법’ 제14조에 명시돼 있다”며 “우린 ▲청소년과 부모에 대한 상담·복지 지원 ▲상담·복지 프로그램 개발·운영 ▲청소년지도자 교육·연수 ▲청소년 상담 및 긴급구조를 위한 전화 운영 ▲폭력·학대 등의 피해를 입은 청소년 긴급구조 및 법률·의료 지원 ▲청소년 자립능력 향상을 위한 자활 및 재활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4년 개소한 홍성군청소년상담센터는 홍성YMCA에서 위탁 운영을 해오다 1999년 3월부터 홍성군이 직접 운영을 맡았다. 조 센터장은 1999년 12월부터 이곳과 함께했다.

그는 “당시에는 ‘홍성군청소년상담실’이었고 노인종합복지관에 방 한 칸이 있었다. 상담원도 나 혼자였다”며 “이후 2016년 4월 센터장이 됐고, 그해 12월 15일 광천으로 이전했으며 2017년 3월에는 내포거점상담실을 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센터 업무는 상당히 늘었다. 공적 상담 영역이 강화됐고, 위기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됐기 때문”이라며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서비스도 더 체계화됐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상담의 경향도 세월이 흐르며 달라졌다고 한다. 조 센터장은 “인구 증가와 함께 청소년 상담건수도 내포 쪽에서 크게 늘었다. 아무래도 신도시이다 보니 적응 문제에 대한 상담이 많았다”며 “여전히 학업 관련 상담이 많긴 하지만 자살·자해 문제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이 증가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인내심이 성인보다 낮은 편이다. 그렇기에 문제를 아예 회피하거나 더 과격하고 자극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며 “청소년 자살·자해 증가에는 SNS의 영향도 있다. 본인의 어려움을 가족이나 또래집단이 아닌 SNS의 익명 친구들과 나누는 것이다. 본인의 힘듦을 자해 등의 방법으로 표출하고 댓글 등으로 위로받는 것이다. 또 자해가 놀이처럼 공유되는 경우마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SNS 상에 올라온 ‘힘듦’을 공유하며 중독되는 것”이라고 보탰다.

지난해 초부터 전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코로나19는 청소년 상담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 센터장은 “비대면 상담의 틀을 잡는 것, 방역지침을 지키며 대면 상담을 하는 것 모두 쉽지 않았다. 내담자의 표정을 통해 심리 등을 파악하는데 마스크를 쓰게 되니 접근이 더 힘들었다”며 “청소년들의 또래 관계 형성이 전혀 되지 않고 활동이 제한되면서 우울과 무기력, 폭력성 등이 예년보다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사회적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본 틀이 깨졌다고 생각한다. 또 기본적인 케어 시스템도 많이 무너진 상태”라고 걱정했다. 이어 “학교를 안 가니 가정에 있는 시간이 늘고 그만큼 갈등도 커졌다”며 “앞으로 부모교육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더했다.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심리건강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청소년 코로나19 심리건강 지키기’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1994년 방 한 칸으로 시작한 홍성군청소년상담센터는 이제 어엿한 센터 건물에 직원 9명(상근 6·비상근 3명)이 일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또 ▲2012년 1388청소년전화상담 최우수그룹 ▲2013년 자원봉사 최우수터전 ▲2016년 인터넷·스마트폰 해소 사업 최우수기관 ▲2017년 여성가족부 평가 우수센터 ▲2019년 청소년성장기관 충남도지사상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홍성군청소년상담센터의 상담 현황을 살펴보면 집단프로그램이 1만 525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원서비스(4244건), 개인상담(2165건), 사업수행프로그램(1429건), 전화상담(691건), 심리검사(254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이상 2019년 기준).

조 센터장은 “집단 상담은 5~10명 혹은 반 단위를 대상으로 인성·또래 관계·사회적 기술 등을 주제로 진행되는데 아무래도 많은 수가 참가하니 통계상 비율이 높아진다”면서도 “예방 교육에 힘을 쏟은 결과이기도 하다. 심리적 예방과 교육도 센터의 중요 기능 중 하나”라고 풀이했다.

조 센터장은 현재 센터가 자리 잡고 있는 광천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광신초~광천여중~홍성여고를 졸업한 후 순천향대(청소년지도학 전공)와 충북대 일반대학원(상담심리 전공), 순천향대 일반대학원 교육과학과(청소년상담 전공·석사)에서 청소년상담을 공부했다.

조 센터장은 자신의 중학교 후배이기도 한 내담자의 사례를 들려줬다. 그는 “광천여중에 다니던 A양은 중3 때부터 오며가며 센터에 들렀다. 이곳은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기에 꼭 상담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찾을 수 있다”며 “그 아이가 상담·지원을 받기 시작한 건 고2 때부터”라고 전했다.

조 센터장이 전한 사연은 이렇다. 초등학교 때 부모가 이혼한 A양은 이후 엄마와 둘이 살게 됐다. 그런데 엄마의 정신과적 문제로 A양의 ‘힘듦’도 점점 커져만 갔다. 엄마는 A양에게 정신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의지했다. 엄마는 A양에게 아빠한테 돈을 받아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자신의 데이트와 휴대전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더군다나 A양의 엄마는 아이가 돈을 갖고 오지 않으면 아르바이트 하는 곳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조 센터장은 “사실 A양에 대한 지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엄마랑 분리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거처 마련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아빠도 무언가 해결해주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인이 되면 부양가족과 ‘단절’이 제도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인정받기는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부모가 있다고 해도 그 역할을 못하면 없는 게 나은 경우를 많이 본다. 부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복지 공적 구조가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데 도움이 필요한 아이의 사정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려는 노력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2년째 고향 후배들의 행복과 성장을 돕고 있는 조현정 센터장은 “청소년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며 “흔히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들을 단지 미래의 주역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하나의 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저 미래의 주인공으로 여기다보니 이들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관심을 덜 갖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단지 보호의 측면이 아닌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그게 청소년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더했다.

끝으로 조 센터장에게 내포뉴스와의 연간기획에 대한 바람을 물었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면서 청소년을 선도해야 하는 시민의식의 부족이 지역사회 지원체계의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다양한 상담·지원 사례를 통해 위기청소년 조기 발견과 지원에 대한 관심과 동참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고민을 함께 나눔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전했다.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청소년 안전망. 홈페이지 캡처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청소년 안전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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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1-02-08 13:52:25
노진호기자님 기사는 늘 훈훈 하군요.
홍성지역 청소년상담과 복지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따스한 사회를 만드는 중심에 내포뉴스가 함께 하고 있었군요. 지역민 모두가 함께 할때 우리사회는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갈 것을 기대합니다. 지역소속감을 높여주는 기자님의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