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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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진호
  • 승인 2021.02.18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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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동행] 학교 밖… 동주
내포뉴스-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연간기획
순탄치 않았던 학교생활… 지난해 여름 ‘자퇴’
센터 도움으로 품게 된 꿈… “검정고시 준비”

내포뉴스는 2021년 하얀 소의 해(辛丑年)를 맞아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함께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오는 11월까지 펼쳐질 이번 연간기획의 타이틀은 ‘동행(同行)’이다. ‘동행’이란 제목에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내포뉴스가, 나아가 지역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조현정 센터장은 연간기획 시작에 앞서 전한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상담·지원 사례를 통해 위기청소년 조기 발견과 지원에 대한 관심과 동참이 늘었으면 좋겠다”며 “고민을 함께 나눔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전하기도 했다.

학교생활이 순탄치 않았던 동주(가명)는 지난해 여름 자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동주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도움으로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었다. 사진은 동주가 센터 내 꿈드림 카페 일을 돕고 있는 모습.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제공
학교생활이 순탄치 않았던 동주(가명)는 지난해 여름 자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동주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도움으로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었다. 사진은 동주가 센터 내 꿈드림 카페 일을 돕고 있는 모습.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제공

“5년 전 11월 11일, 한국으로 돌아오던 ‘그날’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동행’의 첫 번째 주인공인 동주(가명)가 떠올린 가장 행복했던 장면이다. 하지만 이후 동주의 시간은 행복으로만 채워지지는 못했다.

동주와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하 센터)의 인연이 시작된 건 그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동주의 어려움은 학교 심리상담선생님들 사이에 꽤 알려져 있었다.

동주의 행동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는 학교가 힘들었고, 친구가 없었다.

동주는 “유치원 때부터 ‘왕따’를 당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입학 무렵 교통사고를 당해 한 달 정도 입원하며 새 친구를 사귈 기회를 놓쳤죠. 안 좋은 생각까지 할 정도로 힘들었어요”라고 회상했다.

이후 동주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머나먼 이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됐다. 지인이 있는 곳이었다. 스스로도 ‘도피 유학’이라고 말한 결정이었지만, 그곳도 안식처는 아니었다.

동주는 “믿었던 지인과 한국형들에게 학대를 당했어요. 결국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돌아오는 날은 빼빼로데이였어요. 온몸에 멍이 든 채였지만 뭔가 벗어났구나 싶어 정말 행복했죠”라면서도 “그곳의 친구들한테 인사도 못하고 오게 됐죠. 한순간에 다 잃은 것 같아 슬프기도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상황은 그 전과 비슷했다. 학교 적응은 여전히 힘들었고, 또래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과의 갈등도 이어졌다.

동주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거의 다 같이 중학교로 가게 되죠. 그러다 보니 저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지는 않았어요”라며 “제 성격도 불같은 면이 있어요. 애들이 괴롭히면 대응하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문제들이 생겼죠”라고 말했다.

센터가 동주를 다시 만난 건 지난해 여름이다. 조금은 큰 문제로 동주에 대한 의뢰를 받았고, ‘사랑의 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10시간 상담을 하게 됐다.

이윤정 팀장은 “동주의 경우 폭력 등으로 인한 피해의식과 권위에 대한 불신 등이 컸다. 또 우울감과 불안 등을 호소하고 있다”면서도 “학교에는 잘 적응하지 못했지만, 센터 선생님 등 그 외 사람들하고는 잘 지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과거에 대한 나쁜 감정을 치유하고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있다”고 더했다.

동주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지난해 여름 자퇴했다. 그는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고 똑같은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게 공장 로봇 같았어요. 그런 반복적인 삶은 의미가 없었죠”라며 “친구들과의 문제도 있었지만 학교란 것 자체가 싫었어요. 조금 더 일찍 사회를 경험하고 싶어 자퇴를 했어요. 새로운 발판으로 여기기 때문에 후회하진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센터 윤대우 팀원은 “동주는 센터의 학교 밖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동아리 활동, 검정고시 공부, 급식 지원 등으로 이뤄진다”며 “여기서도 아예 트러블이 없던 건 아니지만 학교에서 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다. 아무래도 학교가 가르치는 곳이라면 센터는 품어주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아이들은 관심과 사랑, 칭찬으로 성장한다”고 전했다.

센터는 지난해 동주의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입교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청소년복지지원법’ 제31조와 ‘청소년보호법’ 제35조 등을 근거로 세워진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는 정서·행동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게 ‘상담·치료·보호·자립·교육’ 등의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주형 치료·재활시설이다.

윤대우 팀원은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는 연2회 입교생을 모집하는데 청소년상담복지센터나 Wee센터를 통해서만 지원할 수 있다”며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언제든 연락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주는 최근 거의 매일 센터로 ‘등교’를 하고 있다. 센터는 넉넉지 않은 동주네 형편을 생각해 교통카드도 지원해주고, 퇴근할 때 시간이 맞으면 집에 데려다주기도 한다.

성장통을 겪고 있는 동주(가명), 하지만 가족과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선생님들이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 있다. 사진은 동주네 집 근처 골목길.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제공
성장통을 겪고 있는 동주(가명), 하지만 가족과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선생님들이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 있다. 사진은 동주네 집 근처 골목길.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제공

센터를 다니며 동주는 단순히 ‘올 곳’이 생긴 게 아니라 ‘가고 싶은 길’이 생긴 것 같아 보였다.

동주는 “어렸을 때부터 PC방 사장님이 부러웠어요. 돈 안 내고 실컷 게임하고, 그런데 자동차는 벤츠를 타고 다니더라고요”라며 “내 PC방을 차리는 게 꿈이지만,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일단은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취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계획은 생각보다 구체적이었다. 동주는 “8월 검정고시 합격이 목표예요. 그리고 마흔다섯쯤 퇴직해서 2년 정도 쉰 후 PC방을 하려고요. 그때 상황이 안 맞으면 농업 쪽도 생각 중”이라고 보탰다.

동주의 지난 어려움을 들을 때는 사실 좀 낯선 아이였다. 어떻게 견뎌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지며 그저 조금 다른 선택을 한 평범한 아이로 여겨졌다.

동주는 피아노를 꽤 치고, 영어회화를 잘한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수학은 싫어한다. 그런 동주가 특히 자랑한 것은 드럼이었다.

그는 “중2때 드럼을 시작해 2년 정도 배우고 지금은 혼자 연습하고 있어요”라며 “드럼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치는 것마다 소리가 달라요. 다른 것들이 어우러지며 나는 아름다운 소리가 매력이죠. 또 자기 생각대로 변주할 수 있는 게 드럼이에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개성이 담긴 게 드럼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미소 지었다.

동주는 가족으로 부모님과 형(20)이 있다. 특히 형은 남다른 존재였다. 동주는 “형은 수원에 있는데 바빠서 그런지 자주 못 와요. 3~4개월쯤 전에 만났어요”라며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형”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동주에게는 몇몇 친한 동생이 있고 사귄지 다섯 달이 조금 넘은 여자친구도 있었다. 요섭이는 여자친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노코멘트라면서도 “정말 예쁘다”라고만 귀띔해줬다.

동주가 가족만큼 기대고 있는 것은 ‘센터’다. 또 그만큼의 감사함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퇴 후 돈 생기면 PC방 가고, 돈 없으면 자고 뭐 그런 식으로 대충 지냈죠. 뭐부터 해야 할지를 몰랐어요. 그러다 센터를 통해 내 시간을 허투루 쓸 뻔 했다는 것을 알게 됐죠”라며 “여기에서 참 많은 경험을 하고 있어요. 지원이 엄청 크고 많아요. 제 선택의 폭도 넓어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동주는 특히 “예전에는 화가 나면 아무 것도 안 보였어요. 지금도 제 방문은 너덜너덜해요”라며 “여기 오면서 화가 나면 선생님들한테 얘기하게 됐어요. 그럼 잘 들어주고, 답을 주고, 위로를 해주셨죠. 물론 비밀도 지켜주시고요. 마음이 따뜻하고 좋은 분이 많은 곳”이라고 전했다.

동주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어른들은 기다려줘야 한다.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은 동주가 성장하고 있는 이 지역의 몫이다.

이윤정 팀장은 “동주는 문학에 소질이 있다. 또 충분히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대되는 친구’”라며 “검정고시 합격과 취업을 목표로 계속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동주는 자신과 비슷한 힘듦을 겪고 있을지 모를 친구들에게 “비가 오면 하늘이 게이고, 터널 입구가 있으면 출구도 분명 있다”며 “달리다 넘어졌더라도 다시 일어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주(가명)의 꿈은 PC방 사장이다. 그 꿈을 향한 첫 관문은 검정고시 합격이다.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제공
동주(가명)의 꿈은 PC방 사장이다. 그 꿈을 향한 첫 관문은 검정고시 합격이다.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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