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는 프랜차이즈를 단골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칼럼] 우리는 프랜차이즈를 단골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7.05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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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홍성YMCA 사무총장

민선7기 홍성군의회의 마지막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됐다. 구도심 공동화 문제, 경제 침체, 출산인구 감소 등이 주요 의제가 됐다. 그러면서 관광산업을 증강해야 하고, 출산 관련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 등 서로가 정책 선택권자의 눈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각자 주장한다.

필자는 이러한 모습에 한편으로는 정책과 정치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가 높아 보여서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원하는 무엇인가를 해본 적도 없이 손을 벌리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안으로 제시된 정책이 구체적이거나 검증됐거나 주민이 제안한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정책에 주인이 없어서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관광산업을 증강하는 것이 구도심 공동화 문제를 억제할 수 있을까? 유사 사례는 많다. 하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관광지 상권의 주인이었던 청년들이 쫓겨나고, 자본력을 앞세운 프랜차이즈가 그 자리를 채웠다.

홍성군은 홍성읍 공동화를 인구 절감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관광산업 증진을 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산업은 관광·문화 산업 종사자 외에는 오히려 정주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산업이다. 홍성읍의 관광지화도 어려워 보이지만 관광지화 되더라도 홍성읍은 공동화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우리 동네를 스스로 상상해보고 스스로 하나씩 만들어가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 도시재생이라는 가면을 쓴 뉴딜사업이 마을 공동체를 붕괴시키기 전에 우리가 원하는 우리 동네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심지어 뉴딜사업이 우리 동네에 오더라도 뉴딜사업은 평화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주민이 주인이 돼서 동네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거창할 필요도 없고 거창해서도 안 된다. 소소하게 주민 간에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사업이 동네에 들어오면 목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신뢰가 없는 마을 공동체는 쉽게 붕괴한다. 그래서 동네가 발전되길 바라면서 대뜸 정부의 지원사업을 받는 것은 자폭과도 같다. 우리는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출산 관련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엄마는 아이를 낳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가 아니다. 아이도 보조금 액수에 가치가 설정돼선 안 된다. 정부의 출산 지원금은 아이를 사랑으로 낳는 것이 아닌 경제적 가치로 낳는 것으로 왜곡시키고 있다.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고 싶은 곳은 이웃과 함께 클 수 있는 곳이다. 집이 아무리 넓고 장난감이 많아도 아이는 결국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아야 한다. 마을은 아이가 성숙해짐에 따라 같이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소소하게 삶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면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공동체 안에서 상상력을 키워나가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다면 홍성읍은 건물이 비어 있어도 사람은 비어 있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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