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대인의 소진(burn-out)과 자기돌봄(self-care) - 자신에 대한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시대
[기고] 현대인의 소진(burn-out)과 자기돌봄(self-care) - 자신에 대한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시대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2.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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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마음두레 대표

올해 초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온 국민 마음건강 종합대책(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정신질환자 수는 약 316만명으로 최근 5년간 약 22% 증가했으며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할 정도로 정신건강 문제를 보편적인 현상으로 보고하고 있다.

특히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 악화는 삶의 의욕 저하나 알코올 등 각종 중독에의 의존, 극단적으로는 자살 위험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투자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 등을 대비해서도 장기대응전략이 필요한데 주요 선진국들은 신체건강과 마찬가지로 정신건강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적극적이고 예방적인 국가 차원의 정신건강 정책을 추진 중임을 보고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한국에도 ‘코로나 우울’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코로나 우울이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장기화하고 집에 갇혀 지내면서 사회적 고립감이 증대돼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필자는 보건복지부가 코로나 우울 극복을 위해 추진 중인 ‘대국민 심층상담’ 사업의 정신건강전문가로 위촉돼 지난 1년 동안 매주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고립감을 호소하는 청년부터 확진자로 판정받아 주변 사람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중년 여성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우울, 불안, 스트레스 경험을 경청하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고 있다. 간혹 상담이 아닌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어 병원 진료를 권하기도 한다.

사실 한국사회의 우울·불안·자살 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속적인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처럼 급속한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정신건강과 사회적 신뢰의 악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적·성과·평가가 모든 기준과 판단의 근거가 되어버린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누가 감시하거나 강압적으로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을 착취하게 된다. 학생들은 스펙을 쌓아야 하고, 성인들은 매년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성장하지 않으면 마치 도태되는 것 같은 불안을 갖게 된다.

철학 에세이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 교수는 이런 현대사회를 피로사회로 명명하고 성과사회의 피로는 사람들을 개별화하고 고립시키는 고독한 피로이며 이처럼 심한 피로 때문에 우리에게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영혼이 다 타서 사라져버린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현대인의 삶은 ‘소진(burn out)’이라는 이슈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소진(burn out)이란 글자 그대로 모두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것 같다고 해서 번아웃증후군 또는 소진증후군이라 부르는데 업무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한국인의 직업병처럼 여겨지는 번아웃증후군에 대해 ‘요즘 애들(원제 This generation)’의 저자 앤 헬레 피터슨은 “번아웃은 일시적 병증이 아닌 우리 시대의 상태며 일시적 병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일 위주로 돌아갔던 생활방식이 이제 삶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소진과 자기돌봄은 늘 중요한 이슈이며, 치열한 삶을 살다보니 상대적으로 자신에 대한 돌봄이 늘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소진을 예방하기 위해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쉬는 시간을 갖거나 독서, 단순한 정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일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갖고 바쁜 일상에 지쳤다면 잠시 휴식기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제 자기 자신에 대해 관대하고 친절해 지는 것이다. 자신을 경쟁에 내몰지 말고 다정하게 대해주기를 바란다. 상처받은 자신에게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어떻게 자신의 몸과 마음, 사회적 건강을 챙길 것인지를 삶의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자기돌봄’의 실천이 삶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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