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시작은 일상, 누구나 느낄 수 있도록…”
“시의 시작은 일상, 누구나 느낄 수 있도록…”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1.12.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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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21년차 임종본 시인 ‘조연현문학상 수상’
시낭송가 활동도… “따뜻한 감성으로 이어지길”
제40회 조연현문학상을 수상한 임종본 시인이 자신의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제40회 조연현문학상을 수상한 임종본 시인이 자신의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어둠이 깊을수록 빛은 멀리 가 닿고, 적막 속 외마디가 더 뚜렷이 각인되듯, 임종본 시인(65)의 시는 짧지만 여운은 길었고, 시어(詩語)들은 울림으로 영글어 있다.

“작지만 큰 세상”, 나태주 시인은 임 시인의 시집 ‘꽃이 지는 밤은 고요해라’ 해설에서 이렇게 정의했다. 올해 제40회 조연현문학상 선정위원회는 이 시집으로 임종본 시인을 수상자 명단에 올렸다.

‘조연현문학상’은 조연현 시인의 문학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82년 한국문인협회가 제정했다. 조 시인은 1938년 시인 등단 후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면서 △1945년 김동리‧서정주 시인 등과 함께 조선청년문학가협회 결성 △1948년 한국문학가협회 발족 △1954년 대한민국예술원 최연소(35세) 회원 피선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역임 △1955년 ‘현대문학’ 창간 등 대한민국의 문단에 큰 영향을 끼친 문학인이다.

임 시인은 “평생 문학 이념을 몸으로 실천하고 계신 분들과 비교하면 저는 어린 문학인”이라며 “등단 35년 이상이 된 분들과 함께 수상한 것이 영광이었고 송구스러웠다”고 전했다.

예산이 고향인 임 시인은 2000년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44세라는 늦은 나이에 작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어느덧 중견 시인이다. 사실 그는 35세 때 문단의 요청으로 등단할 기회가 있었지만 “내가 남달리 잘 쓰는 것도 아니다”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문학인으로서 ‘임종본’의 출발은 중학생 시절, 시조작가 이도현 국어선생님의 매력에 빠지면서부터다. 임 시인은 “훗날 그 선생님이 회고록에서 내가 고전읽기대회에서 두각을 보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계셨는데, 나도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이라며 “그 분에게 받은 영향이 문학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예산군 모자백일장 장원도 또 다른 계기다. 수상 후 예산문학회의 요청으로 1990년 예산문인협회에 입회했다. 예산문인협회장 일을 인연으로 (사)매헌윤봉길월진회(이하 월진회) 이사를 맡게 된 임 시인은 월진회 문화예술단장을 맡으며 시낭송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임 시인에게 시는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생명줄”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시 한 줄 쓰는 게 점점 더 조심스럽고 힘들어진다”고 고백했다. 그는 “학창시절 암송하던 윤동주의 시처럼 늘 기억하는 작품까진 아니라도 내가 이 세상에 없어도 나를 기억해줄 시 한 두 편만 있어도 바랄게 없을 것”이라며 “그건 시인의 의무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임 시인은 또 “시 낭송과 읽는 것은 다르다. 시로써 따뜻한 감성을 일으킬 수 있다면 보람이고 감사할 일”이라며 “시낭송을 잘해서 가슴이 아픈 분들의 상처가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임 시인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시어로 삼는 게 내 시작(詩作)의 바탕”이라며 “마치 일기를 쓰듯 누구나 느낄 수 있도록 쓴 시가 많다”고 전했다. 그의 시가 어렵지 않은 이유다.

한편 임종본 시인은 현재 사천 나이테 문학, 소금꽃 시문학 동인 회장, 한국문인협회 제도 개선위원, 국제PEN클럽 한국본부회원, 충남문인협회 이사, (사)매헌윤봉길월진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청보리밭 샛길로 열려진 하늘 △내 단 하루라도 산이 될 수 있다면 △사랑알기 △별은 꽃이 그립다 △꽃이 지는 밤은 고요해라 등이 있다.

임종본 시인이 펴낸 시집들. 이중 '꽃이 지는 밤은 고요해라' 시집은 올해 한국문인협회가 개최한 제40회 조연현문학상 시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진=황동환 기자
임종본 시인이 펴낸 시집들. 사진=황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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