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다면… 잘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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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2.01.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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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이성진 홍성군청 양궁 감독
2022년 1월 5일 지휘봉… “선수들 기량 출중”
2004아테네·2012런던 金… 수술, 재기 투혼도
고향 홍성… “양궁 활성화, 후배 양성 도울 것”
2022년 또 한 번 전국 정상을 정조준하고 있는 홍성군청 양궁팀 (왼쪽부터)김정민, 박재희, 심민주, 김세연 선수와 이성진 감독. 사진=노진호 기자

홍주종합경기장 내 양궁장을 찾은 건 지난 25일이었다. 이성진 감독과의 인터뷰를 위해 잠시 기다리는 중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시원한 소리가 들려왔다. 눈으로 확인하진 못했지만, 귀로 들은 바로는 ‘퍼펙트 골드’가 분명했다.

‘양궁인’ 이성진(37)은 이미 2004년 아테네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통해 ‘영웅’이 됐지만, 감독으로서는 아직 초보다. 그는 2022년 1월 5일 김경호 전 감독을 대신해 홍성군청 양궁팀 지휘봉을 잡았다. 새해, 새 출발이라 들뜰 법도 한데 이성진 감독은 차분했다.

그는 “전국대회 우승이나 국가대표 배출 등도 물론 이루고 싶은 일이지만 감독 데뷔 첫 해인 만큼 적응단계라 생각한다”며 “빠른 시간 내에 ‘원팀’이 되는 게 우선이다. 우리끼리 힘을 합친다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홍성군청 양궁팀은 심민주, 김세연(이상 25), 박재희(24), 김정민(21) 선수가 활약 중이다. 선수들에 대해 묻자 이 감독은 “공통적으로 심플하다는 게 장점이다. 기본 기량도 출중해 믿고 따라준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자존감만 좀 더 올렸으면 좋겠다. 다들 너무 겸손하다”고 답했다.

홍성 출신인 이 감독은 홍주초~홍성여중~홍성여고를 나와 전북도청을 거쳐 2015년 플레잉 코치로 고향 팀에 합류했다. 그는 “2016년 전국체전까지 뛰었다. 사실 2015년 성적을 기대하고 불러주신 건데 그해엔 좀 아쉬웠다. 그래도 다행히 2016 전국체전 단체전 시상대에 설 수 있었다(은메달)”고 말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단체 금·개인 은, 2005 스페인 마드리드 세계양궁선수권 단체·개인 금, 2007 아시아양궁선수권 단체·개인 금, 2012 런던올림픽 단체 금… 이 감독의 주요 수상 경력이다. 꽃길만 걸은 듯 보이지만 아테네와 런던 사이 시련도 있었다.

그는 “2008년 어깨 수술을 받았고 그 후 1년을 쉬었다. 2009년 다시 활을 잡았는데 처음 양궁에 입문했던 그때처럼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재기에 대해 반신반의 했지만, 그는 일어섰고 다시 정상에 섰다. 그 투혼의 원동력은 ‘믿음’이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당시 양궁국가대표팀을 차례로 지도했던 서오석, 박성현 감독님 모두 날 믿어주셨다.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믿음은 변치 않았다”며 “그분들 덕분에 재기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훗날 올림픽 영웅을 알아보고 믿음을 준 건 모교인 홍성여고 공준식 감독도 있었다. 이 감독은 고교 시절 스승에 대해 “칭찬에 인색하신 분”이라고 표현했다. 이 감독은 “고1때 첫 메달을 땄을 때도 그다지 칭찬하지 않으셨다. 고3때 첫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며 “시간이 흐른 뒤에 ‘본인 기대에는 아직 못 미쳐서…’라는 칭찬에 인색했던 이유를 들었다. 그만큼 나를 좋게 봐주셨고, 늘 믿어주셨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이제 그런 믿음을 후배들에게 전해줘야 할 자리에 섰다. 그는 “2015년 이 팀(홍성군청)에 올 때 이 지역 양궁의 활성화나 후배 양성 같은 걸 꿈꿨다. 초·중·고교부터 실업팀까지 다 있는 지역은 드물다. 내가 홍성여고 양궁부가 배출한 세 번째 국가대표다. 그것 역시 드문 일”이라며 “분명 잘 될 수 있는 지역이고 후배들도 다 멋진 선수가 될 것이라 믿는다. 내가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양궁인’ 이성진의 감독 커리어는 이제 막 시작됐다. 아마도 2004년 아테네처럼, 2012년 런던처럼 우리를 기쁘게 할 것이다. 믿고 지켜본다면, 분명 그럴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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