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제작·배포 마늘홍보 영상 … “부끄럽고 불쾌했다”
홍성군 제작·배포 마늘홍보 영상 … “부끄럽고 불쾌했다”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2.08.12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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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경 군의원, 군 홍보영상 선정성 문제제기
성인지감수성 문제 … “공무원들도 공부해야”
여성농민단체, 저급한 성평등의식, 사과해야
군 “잘못 인정, 조만간 공식입장 밝히겠다”

홍성군이 지역 농산물인 ‘홍성마늘’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영상에 선정적인 장면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군의회와 여성단체 등의 반발을 불러왔다. 한 지지역주민에게 성평등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지자체에서 예산을 들여 제작‧홍보됐다고 보기에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해당 영상은 홍성군이 2020년에 제작비 1000만원을 들여 ‘홍산마늘’ 홍보영상을 만든 뒤 유튜브 등 온라인에 배포했다. 올해는 마늘 출하시기에 맞춰 7월 한 달간 1100만원의 송출비용을 지출해 서울과 대전 버스터미널에 설치된 TV에 연속적으로 방송됐다.

영상에는 꽃무늬 가운을 걸친 여성이 허벅지를 만지는 듯한 장면에서 “굵고 단단하네, 우리 홍산이 하고 싶은 거 다해~~”라며 성인영화에서 나올 법한 낯 뜨거운 문구가 홍성군 특산물 홍보 광고로 버젓이 나오고 있었다.

최선경 홍성군의원은 제287회 임시회 폐회식 5분 발언을 통해 “저는 깜짝 놀랐고, 부끄러웠으며, 불쾌했다”며 “마늘을 성적 대상으로 표현한 영상이 설마 홍성군에서 제작한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고 개탄했다.

이어 최 의원은 영상의 내용도 문제지만 공무원들의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문제를 제기하자 일부 담당 공무원들은 “뭐가 문제냐, 노이즈 마케팅도 모르냐, 유튜브 조회수가 높았다’, 심지어 ‘제작사 대표가 여성이었다’라는 식의 답변이 있었다”며 “홍성군 공직사회의 윤리 의식 부재와 부족한 성인지감수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본회의에 참석한 이용록 군수를 향해 “성인지감수성은 저절로 학습되는 게 아니다. 공부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실시해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 성차별에 대해 공직자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서로 배려하며 소통하는 건전한 조직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관심가져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최 의원은 군 홍보 정책의 비전 부재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지자체의 홍보는 영리 목적의 기업들의 광고와는 그 성격이 달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고정된 틀을 깨고 관공서 같지 않은 특이함과 재미, 감동까지 선사하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결국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겸비한 훈련받은 홍보 전문 인력과 홍보예산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홍성군 홍보정책과 관련해 원론적 메뉴얼이 아닌, 홍보 담당자들이 상황에 맞게 참고할 수 있는 홍보의 실천적 가이드를 마련해달라”고 제안했다.

끝으로 “홍성마늘은 2020년 대한민국 품종 대통령상을 받을 정도로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은 뛰어난 품종”이라며 “행여나 홍보영상 논란의 불똥이 300여 생산 농가로 튀지 않기를 바란다. 농민들의 땀과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홍성마늘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두루 구입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보다 앞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충남도연합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은 해당 영상에 공동 성명을 내고 “농민들이 애써 농사지은 농산물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홍성 군민들의 혈세로 선정적이고 부적절한 농산물 홍보 영상을 만들어 지자체가 나서 홍보했다는 것은 홍성군의 저급한 성평등 의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남성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농민들이 애써 생산한 농산물까지 성적대상화한 홍성군은 즉각 군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성명서를 통해 8월 10일 수요일 정오까지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유대근 홍보전산담당관은 지난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영상 제작 당시엔 문제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홍성마늘 홍보를 위해 관심을 끌려는 의욕이 앞서다보니 발생한 문제로 이해해 달라”며 “조만간 이와 관련된 군 공식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못된 부분은 저희도 고쳐나갈 것이고, 앞으로 공무원 교육 등을 통해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군은 이같은 논란이 일자 지난달 말 해당영상을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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