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빚내서 태양광 하라는 사회?
[칼럼] 빚내서 태양광 하라는 사회?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4.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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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농사도 짓고, 발전사업도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을 지원하는 법률이 지난해 11월 21일 국회 농해수위 공청회에서 논의됐다. 이 공청회를 기점으로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필요성을 전하는 언론 보도가 많아졌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탄소도 줄이고, 농가 소득도 올리면서, 농지의 식량생산 기능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다.

2021년 농가경제잉여는 약 1200만원 수준이다. 남는 돈이 1200만원이면 괜찮은 것 같지만, 중요한 건 필요할 때 쓸 돈이 있는지 여부다. 2021년 농업경영비가 대략 2400여만원이니, 내년도 농자재값을 고려하면 농민들은 현금 춘궁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수확하고 나서 돈이 돌더라도, 한해 농사를 시작하려면 모아 놓은 돈보다 좀 더 써야 한다. 소득이 넉넉하지 않은 것이다.

농가소득 증대 방편으로 영농형 태양광을 제시하는 것은 사뭇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태양광 발전사업에 진입해야 소득이 난다는 점이다. 영농형 태양광 100㎾ 기준으로 700평의 땅과 대략 2억의 현금이 필요하다. 당장 2억이 있는 농민이 얼마나 되겠나. 언감생심 딴 나라 이야기다.

이렇다 보니, 나라에서 태양광 시설비 투자의 대략 80~90%를 빌려준다. 2021년 평균 농가부채는 약 3700만원. 2000만원 들고 1억 8000만원 빚을 내서 사업에 뛰어들라는 이야기다. 빚의 규모를 대략 2억 1000만원까지 키우라는데, 선뜻 나서기 어렵다.

농가 소득이 적다는 건, 농사지어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헌데 농민 소득을 위한 태양광은 외려 농사보다 농지를 더 중요하게 만들어, 농사와 농지를 분리한다. 땀 흘려 일하는 것보다 농지에 설치한 태양광이 더 큰 소득을 얻게 해준다면, 농민이 짓는 농사는 농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농사를 귀히 여기고 농사에 사회가 보상하는 게 아니라, 농지 소유를 보상하게 되는 꼴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연구에 따르면 농촌태양광이 영농형 태양광 보다 수익이 약 2배 높다. 때문에 농사를 안 짓는 농촌태양광이 더 유인이 크고, 영농형 태양광의 경우 농사를 강제한다고 해도 제대로 추적이 될까 싶다(지금도 태양광이 설치된 각종 농업시설물이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또 자경하지 않는 농지 소유와 투기를 관리한 지자체 인력도 갖춰지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농지의 자산화는 더욱 심화돼 농지값이 오르게 되고 따라서 신규로 진입할 수 있는 농민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농업/농민 고령화의 핵심은 농민이 나이가 들고, 나이 든 농민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젊은 농민이 새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이 드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는가. 다음 세대 농민이 없는 것이 문제이지. 30대 이하 농민 비율은 2010년 2.8%에서 2021년 0.8%로 하락했다. 그리고 귀농인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농지 확보다.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것도 이해 못할 소린 아니다. 농가소득을 올려야 한다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빚내서 영농형 태양광 하자는 말이 농업과 농촌을 위한 말인지는 선뜻 공감과 설득이 되지 않는다. 농사와 농민 그리고 농촌의 입장에서부터 고민을 같이 해볼 수 없나. 마음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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