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은 고향 풍경… 편안하고, 아름답게
화폭에 담은 고향 풍경… 편안하고, 아름답게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4.0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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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숙 실경산수화전 16일까지 수덕사 선 미술관
오는 16일까지 수덕사 선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주경숙 작가가 작품 ‘송림’ 앞에 섰다. 사진=노진호 기자
오는 16일까지 수덕사 선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주경숙 작가가 작품 ‘송림’ 앞에 섰다. 사진=노진호 기자

먹으로 그린 그림에 엷은 채색을 더한 것. 먹의 농담 효과를 기본으로 하고, 여러 색은 보조적으로 사용된다. 녹색창에 수묵담채화를 검색해 보니 나온 설명이다.

화폭에 고향 풍경을 더하고, 애향심을 기본으로 미적 기술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작가가 있어 만나봤다. 주인공은 오는 16일까지 수덕사 선 미술관에서 ‘실경산수화전’을 펼치는 주경숙 작가다.

주 작가는 “예산을 주로 그렸다. 홍성과 내포신도시도 있지만, 그냥 고향을 그렸다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이번 전시에선 수묵담채화 23점을 선보인다. 대작(大作)도 10점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윤정호 한국화가는 이번 전시 도록 서문에서 “어떤 정형화된 스타일로 작품을 고집하기보단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것이 주경숙 작가의 최대 장점이자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측면”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했다.

주 작가는 조금 늦었다고 볼 수 있는 30대 중반에 붓을 제대로 잡았지만, 어느덧 그 경력도 거의 30년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포기했다. 이후 주부로서 예산문화원 취미 교실에 가 붓을 잡게 됐고, 한국미술협회 정식 작가까지 된 것”이라고 회고했다.

주 작가는 “한국화는 정적이지만 점점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그 은은한 기품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선물하기도 한다”며 “그렇기에 예향의 고장 예산에 어울리는 게 한국화이다. 한국화 화폭에 담을 멋이 넘치는 게 바로 예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로 풍경을 그린다. 내 주변을 바라보다 무언가 느껴지면 사진이나 묵사(默思)로 담았다가 화폭에 옮긴다”며 “가장 좋아하는 곳은 예당호다. 그래서 이사까지 했다. 사계와 24시간이 모두 멋지지만, 아침 물안개가 필 때가 최고”라고 부연했다.

윤정호 작가는 전시 도록 서문에서 “찬란한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과 눈이 내리고 안개에 휩싸인 예당호의 풍경을 작가는 시간 나는 대로 관찰하고 표현해 왔다.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힘이 되어준 예당호는 작가에게 아름다운 호수 그 이상의 의미”라고 전하기도 했다.

주 작가의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한국미술협회 예산지부전, 제56회 대한민국 미술협회전 등 단체전 출품은 150여회에 달한다. 또 지난해 충청남도 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대상’ 등 수상 경력은 그림보다 화려하다. 그만큼 그는 그림에, 고향 풍경에 빠져있었다.

주 작가는 “화폭에 예산을 담는다는 뜻으로 만든 ‘예담회’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한국화 작가들의 모임인데 1년에 한 번은 꼭 전시한다”며 “남편 사업을 도우면서도 작품활동은 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예산에서 제일 바쁜 여자’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전시 작품 중엔 300㎝×135㎝에 달하는 ‘송림’이 특히 눈에 띄었다. 용봉산 소나무 검푸른 그늘의 느낌과 멀리 보이는 내포신도시 아파트의 대비를 통해 진한 수묵의 맛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주 작가 역시 이 작품을 가장 먼저 안내하기도 했다.

끝으로 주경숙 작가는 “한국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미술대회 심사를 가보면 한국화를 하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전공자는 아니지만, 한국화의 맥을 잇는다는 자부심이 있다. 우리 지역은 한국화로 담기 좋은 정적인 아름다움이 많은 곳이다. 정성껏 담았으니 많이 오셔서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화선지에 펼쳐진 우리 주변의 풍경들, 직접 작품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수덕사의 봄과 함께 그 편안한 아름다움을 담아가시길 바란다.

지난해 주경숙 작가에게 충청남도 미술대전 대상 영예를 안긴 작품 ‘축일’.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해 주경숙 작가에게 충청남도 미술대전 대상 영예를 안긴 작품 ‘축일’. 사진=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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