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랑과 자부심
지역 사랑과 자부심
  • 이번영 시민기자
  • 승인 2023.05.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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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⓷
오레곤주 자동차 번호판과 성조기.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오레곤주 자동차 번호판과 성조기.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대부분의 미국인은 주택 정문, 집안, 가게 등에 성조기를 꽂아놓고 산다. 집안이나 가게에 주기(State Flag)를 걸어놓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오레곤주의 경우 서부개척시대 동부에서 서부 해안까지 험난한 길로 개척하며 왔던 길 ‘오레곤 트레일’을 주기에 그려 놓았다. 워싱턴주는 워싱턴 대통령 얼굴, 캘리포니아주는 붉은 곰, 조지아주는 오렌지 등 각자 지역 특산물이나 특징으로 도안한 주기를 갖고 있다.

남쪽 일부 주에서는 남북전쟁 당시 연방정부와 싸웠던 남부기를 게시하는 사람도 있다. 국내 타 지역이나 외국에 파견 가는 군인들은 자기 방에 고향 주기를 걸어놓는다. 2020년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 미군들에게 인종 분열을 상징한다며 남부기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미국의 자동차 번호판은 소속된 주를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오레곤주 자동차 번호판은 울창한 산림을 상징하는 상록수 한 그루가 그려져 있다. 오레곤을 사랑한다는 ‘I LOVE OREGON’이라는 스티커를 배포, 부착하도록 유도한다. 워싱턴주 자동차 번호판은 해발 4400m로 시애틀 스카이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레이니어산을 바탕으로 깔아놓았다. 각 주 상징을 대표 축구팀 옷이나 각종 기념품에 새기는 것은 기본이다.

미국인들은 다른 주로 이사 가서 90일 이상 거주하면 그 주에서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다시 발급받아 새로 등록하고 그 지역 상징 마크가 새겨진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위반하면 교통 단속에 걸린다. 국가와 자기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번호판도 전에는 ‘충남42’ 등 지역 표시가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를 몰고 서울에 가면 촌놈이라고 무시한다며 없애버려 전국이 똑같아졌다. 전국의 등산객들이 찾는 홍성의 용봉산 마크가 새겨진 기념품 하나 없고, 유기농업 특구에 유기농 음식으로 특화된 식당 하나 없는 홍성은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이 있기 전에 ‘지역’이 먼저다. 요즘 국내·외적으로 글로컬(Glocal)이라는 영어 단어에 주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Global(세계적인)과 Local(지역적인)을 합해 만든 단어로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추구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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