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소멸은 정체성 문제… 지킬 수 있습니다”
“마을 소멸은 정체성 문제… 지킬 수 있습니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11.03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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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수 충남마을닥터연구소장
9월 연구소 설립, 10월 포럼
“현장 사례 연구… 정리·처방”
지난달 31일 공주대 예산캠퍼스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충남마을닥터연구소 정남수 소장.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달 31일 공주대 예산캠퍼스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충남마을닥터연구소 정남수 소장. 사진=노진호 기자

“건강한 마을 만들기… 처방해 드립니다.”

지난 9월 6일 설립된 국립공주대학교 ‘충남마을닥터연구소’ 정남수 소장(50)이 밝힌 연구소의 정체다. 그는 공주대 예산캠퍼스 산업과학대학 지역건설공학과 교수(학과장)이며, 한국농공학회와 한국농촌계획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더불어 예산군도시재생지원센터도 이끌고 있다.

정남수 소장이 마을 만들기와 인연을 맺은 건 2006년 공주대 예산캠퍼스 교수로 임용되면서부터다. 전남 보성 출신인 그는 광주에서 초·중·고교를 다녔으며, 서울대 농대에서 ‘농촌계획’을 전공하며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 소장은 “이곳 교수로 와 ‘의좋은 마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을 돕게 되며 마을 만들기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 후 많은 사업에 의견을 보태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마을 만들기는 학부생에게 가르치기엔 너무 실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산업과학대학 지역건설공학 전공으로 직장인 대학원생을 모집했고, 마을 만들기를 특화했다”며 “지난해 1년 동안 해보니 이론 수업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올해부터 부여와 청양·공주 등의 현장 사례를 연구했고, 그런 과정에서 연구소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소장은 “강원농어촌공사와 지역신문사가 함께한 선행사례가 있어 참고했다. 연말엔 연구 결과를 정리한 책도 낼 계획이며, 관계기관에도 방향을 제안할 생각”이라며 “이달부터 새뜰마을 사업이 시작되는 예산 창소1리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곳은 예산에서 쪽파를 처음 재배한 마을인데 그런 스토리와 연계한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마을닥터연구소는 윤석근 전 한국농어촌공사 공주지사장과 박주석 박사가 고문을 맡았으며, 김종민·김영균·조현상(이상 석사 2년 차), 박규식·박관영·백두성(이상 석사 1년 차), 이한나 조교가 연구원으로 참여 중이다. 여기에 공주대 교수 7명도 뜻을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8일 공주대 예산캠퍼스 대학본부 컨벤션홀에서 ‘충남 마을진단 닥터스 포럼’을 열기도 했다. 이 포럼에 대해 정 소장은 “현장 포럼과 주민협약 등 주민 참여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또 마을 만들기는 30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지침만 있지 정리가 안 돼 종합적 연결이 힘든 상황이란 지적도 있었다. 우리 연구소가 그런 숙제를 풀어갈 것”이라며 “마을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과 그런 전문가들의 도움을 원하는 마을은 참 많다. 우리가 그런 니즈를 연결해 건강한 마을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도내 마을 만들기 우수사례로 청양 알프스마을, 홍성 문당마을, 홍성 거북이마을, 예산 응봉면, 아산 송악마을 등을 꼽았다. 그는 “이런 곳의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져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더했다.

오랜 세월 마을을 다니고 그곳의 사람들을 만난 정 소장에게 ‘지방 소멸’과 ‘마을 소멸’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지방 소멸과 마을 소멸은 다르다. 지방 소멸은 더 거시적인 부분”이라며 “최소한의 공동체 활동도 안 되면 마을은 소멸한다. 마을 소멸은 공동체의 소멸이며, 정체성에 대한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인구가 줄어드는 건 우리가 어떻게 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공동체는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과의 인터뷰는 그가 사는 마을인 예산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그는 “2006년 교수로 임용되며 예산에 살기 시작했다. 이제 이곳이 고향으로 여겨진다”며 “2014년 이 지역에서 막내를 얻었다. 그 아이는 진짜 ‘예산 사람’인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어 “추사김정희문화사업단장을 시작으로 많은 지역민과 상호작용을 이어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고 바랐다.

끝으로 정 소장 아니 정남수 학과장은 “지역건설공학과는 공주대의 유일한 토목과다. 또 진로도 매우 다양하다. 많은 학생이 이곳에서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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