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느린 학습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Ⅱ
[칼럼] 느린 학습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Ⅱ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1.0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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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홍성YMCA 사무총장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학습할 수 있고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면, 배움은 매 순간 자기 능력의 한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고 그게 지속되면 자존감도 낮아지게 된다. 느린 학습자들도 스스로 배울 수 있다. 다만 스스로 이해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느린 학습자를 위한 문해 지도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기초적인 글자 읽기 수준을 넘어 긴 글을 유창하게 읽을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문장 안에 내포된 다양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문법 지도, 추리력 지도, 문단 단위로 생각하기, 구조화된 이해(이해의 틀)을 다룬다. 나아가 간단한 글쓰기에서 시작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는 비판적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느린 학습자들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 포기했던 기술들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문해 지도를 통해 느린 학습자가 도달하게 될 단계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읽기 유창성을 향상해 읽기 이해력의 기초를 다진다 △문장 요소와 관련된 간단한 문법적 지식을 익혀 문장 이해력을 높인다 △맥락적 추리력을 향상해 독립적인 독자가 된다 △문단 단위로 생각하는 법을 익혀 글의 내용을 주제별로 이해한다 △글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이해의 틀을 구성한다 △자기 생각이 드러나는 논리적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스스로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결코 짧은 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대개 초등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지도해 초등 5·6학년 정도는 돼야 도움 없이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초등 1학년부터 책 읽기 지도를 차근차근해오지 못한 경우라도 아래의 3단계 수준을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책 읽기 및 쓰기를 지도하면 도움이 된다.

‘1수준’ 읽기 유창성에 집중하면서, 이야기 글 읽기와 이해를 주요 활동으로 한다. 이때는 이야기 글을 이해하는 틀(스토리 그래머)이 비교적 쉽게 만들어지므로, 스토리가 살아 있는 이야기 글을 활용해 이해력과 쓰기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2수준’ 아직 읽기 유창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라면 꾸준히 읽기 지도를 해야 한다. 이야기 글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설명이나 의견이 들어간 글 읽기를 지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여러 가지 설명글 또는 정보나 주장 글을 활용해 읽기와 쓰기를 지도한다.

‘3수준’ 이 시기에도 읽기 유창성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조금 곤란한 상황이다. 그런 경우에는 다른 것은 뒤로 미루고 좀 더 집중적으로 읽기 유창성 연습을 해야 한다. 하루 일정량을 정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틀리는 글자 없이 잘 읽게 된다면 다양한 이해의 틀을 이용해 여러 가지 유형의 글 읽기를 해볼 수 있다.

쓰기는 읽기 유창성이 확립되지 않은 느린 학습자라면 간단한 한 문장 쓰기를 매일 하도록 지도하는 편이 좋다. 맞춤법이 제대로 익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긴 글을 쓰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꾸준히 한 문장 쓰기를 지도할 것을 권한다. 그러다가 이야기 글이나 정보 글 등을 다양하게 읽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되면 그때 논리적으로 글 쓰는 법을 가르친다. 논리적인 글을 어느 정도 쓸 수 있게 되면 비판적 글쓰기까지 지도해볼 수 있다.

독해 지도와 다르게 문해 지도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이해한 것을 활용하고 표현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읽고 이해한 것을 활용하기 위한 기술로서의 글쓰기, 자기 생각을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글쓰기 지도를 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독립적 문해자가 되도록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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