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탄탄 인생삼모작 ⑩ 신중년과 레트로
[칼럼] 탄탄 인생삼모작 ⑩ 신중년과 레트로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1.22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현숙 내포뉴스 작은도서관 관장

‘레트로(retro)’란 추억, 회상, 회고를 뜻하는 영어 ‘Retrospect’의 줄임말로 복고풍, 재유행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다시 꺼내 향수를 느끼며 추억을 그리워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와 다르게 이미 흘러간 물건 또는 풍습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즐기는 것은 ‘뉴트로’라고 한다. 레트로라는 용어는 1970년대 중반부터 프랑스 저널리스트들이 처음 사용한 이후 여행, 패션, 인테리어, 대중음악, 디자인, TV 프로그램과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다.

레트로는 과거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 ‘빈티지(Vintage)’와 유사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빈티지는 와인 생산연도를 나타내는 단어로 오래됐지만 가치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레트로는 예전의 스타일을 현재에 재현한다는 점에서 과거에 생산된 청바지는 빈티지이지만, 과거 디자인을 빌려 새롭게 출시된 청바지는 레트로가 된다.

신중년에게 레트로 마케팅은 매우 효과적이다. 젊은 시절 추억, 과거 속 물건, 아날로그적 감성, 다소 촌스러움을 배경으로 한 레트로 마케팅은 지나간 시절의 향수를 불러올 수 있고 다시 향유하고 싶은 문화와 물건에 대한 그리움을 샘솟게 한다. 기업들은 신중년들에게 익숙한 추억의 브랜드를 알리며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신중년에게 레트로 현상은 왜 나타날까? 레트로는 과거의 좋은 기억만 떠올리려고 하는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다. 이는 심리학 용어로 ‘회고절정(Reminiscence Bump)’과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크리스티나 스타이너 심리학 교수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때 25세 이전의 경험을 최고의 기억으로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이 시기는 청소년기에서 초기 성인기로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민감한 생물학적 변화기다. 이때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하면서 흥분과 열망이 그대로 간직된다는 것이다.

스타이너 교수와 동료들이 추가로 53~92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이들은 17~30세 때의 기억을 특별하게 생각했다고 발표했다. 신중년들이 10~20대에 즐겨 했던 문화들이 다시 등장했을 때 개인의 좋았던 기억에만 머무르려 하는 심리 상태가 반영되어 그 시기의 감성이 재현되기 때문인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삶이 힘들고 불편할 때, 자신의 힘으로 바꾸지 못하는 상황, 또한 억울하고 손해 보는 상황일 때 ‘그때가 좋았어’라는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회고절정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므두셀라 증후군은 심리학 용어로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기려는 심리 현상이다. 므두셀라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할아버지다. 969세를 살아 장수한 인물인데 타락한 인간 세계를 보면서 과거가 더 좋았다는 한탄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과거의 즐거웠던 시절을 반복적으로 기억하는 무드셀라 증후군 집단과 매사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냉철한 사람들로 구성한 집단으로 나눠 실험한 결과 전자가 미래를 더 희망적으로 보고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감도 이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서를 보인 것으로 제시했다.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해 추억하는 므두셀라 증후군은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20~30대 청년들이 나이가 들어 5060세대가 되면 회고절정에 따라 지금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이 이들의 레트로가 된다. 오랜만에 보게 된 사진, 손 편지, 음악, 소품 등은 인간미를 제공하고 부정적 정서를 해소하는 감정 해독제 역할을 한다. 노키즈존, 노실버존, 노시니어존 등의 세대 갈등적인 상황에서 세상은 따듯하고 인정이 넘치며 살아갈 가치가 충분하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 신중년들은 청년들이 미래 그들의 자녀 세대에게 긍정의 레트로 문화를 대물림할 수 있도록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