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외국 유학생 가르침에 차별이 없다
[칼럼] 외국 유학생 가르침에 차별이 없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2.19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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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현 청운대학교 교수

질병과 재난 그리고 전쟁, 세상을 들썩일 변고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지정학·지경학·기술 민족주의를 넘어서 가치와 이념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미국과 안보 동맹을 맺고 있으면서 동시에 부상하는 중국을 이웃으로 둔 우리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우리 국익을 위해 바람직한 국제관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국가뿐 아니라 대학교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 풀기 힘든 문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지난달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출장이었다. 이번에 느낀 베트남은 끊임없는 K-콘텐츠의 인기로 전 베트남 대학의 한국어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었다. K-콘텐츠를 통해 한국어를 접한 외국인들은 한국 문화와 역사, 사회·경제 등에 대한 지식도 함께 습득하게 된다. 이처럼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늘어나면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세계 속 한국 문화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유튜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등 교실 밖에서도 재미있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학습하게 됐고, 한국 유학과 학업, 한국기업 취업 및 정주를 목적으로 오는 외국 유학생들이 많다.

묵자(墨子·BC 480~390년)는 전쟁과 재난의 시대에 한 개인의 역량은 단지 넓은 바다 가운데 한 알의 좁쌀처럼 보잘것없으므로 한 개인이 세상 사람을 구하고 천하를 이롭게 하려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질 근본적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묵자는 한 개인의 역량의 한계를 이렇게 피력하고 있다. “한 사람의 손수 농사를 짓는데, 설령 작황이 매우 좋아서 자기 농작물을 세상 사람들에게 나눠준다고 해도, 그것은 한 사람에게 한 됫박의 곡식도 되지 않을 것이다. 설령 한 사람이 한 됫박의 곡식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헐벗은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직 뛰어난 선비를 길러내고 모든 공동으로 노력해야만, 진정 나라가 발전하고 백성들이 화합하며 서로 돕는 겸애의 이상사회를 건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또 교육을 이상사회 실현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힘 있는 자는 부지런히 남을 돕고, 재물이 있는 자는 힘써 남에게 나눠주며, 도리를 깨친 자는 권면해 남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묵자는 “교육자는 침묵할 때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말할 때는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으며, 행동할 때는 적극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면 능히 바른 교육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교육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소질 중 하나이다. 그래서 대학은 제자를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국제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의 가르침에는 차별이 없다는 공자의 주장을 더 철저하게 실행해야 한다. 배우려는 제자가 오기만 하면 거절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으로 교육 기회의 균등을 주어야 한다.

우리 대학도 공부하러 온 해외유학생들이 있는데 그들이 공부하는 것은 의(義)를 행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공부하는 것도 의를 행하기 위한 것이다. 미래에 행복한 삶과 부귀를 추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어떠하든 관계없이 그것을 얻고자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오는 자’를 받을 뿐만 아니라 ‘가는 자’ 또는 적극적으로 국가에 방문해 홍보해야 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노나라 남쪽에 오려(吳慮)라는 농부가 있었는데 겨울에는 질그릇을 만들고 여름에는 농사일을 바삐 했다. 이런 비결을 널리 농부들에게 교육해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적극적으로 가르침을 베푼 것과 뜻을 세우고 실천하는 교화 정신이라고 한다.

교육을 중시하고 적극적으로 배움을 독려하는 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사람의 생각과 품격은 환경에 따른 나쁜 습관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만일 깨끗한 흰 비단실을 염색 통에 놓아두고 푸른색으로 물들이면 푸르게 되고, 황색으로 물들이면 황색으로 된다. 현실의 환경은 염색통과 같다. 물들여지는 것이 온전하면 큰 성취를 이뤄 세상에 명예가 드러나지만, 물들여지는 것이 온전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람의 선악은 모두 후천적으로 배우고 물들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변화시킨다면, 효과적으로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고칠 수 있다. 교육의 내용에 있어서 옛날의 좋은 것은 계승해 발전시키고, 오늘날의 좋은 것은 새롭게 창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사람의 타고난 소질은 각각 서로 같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각 개인의 특징에 근거해 그 사람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외국 유학생도 마찬가지다. 각 개인의 재능과 소질에 따라 교육하기 위해 한국어 교육과 자신의 전공을 살리는 유학생 전문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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